겨울 좋아해요?
좋아해요. 겨울에 드라마나 영화 촬영할 때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요. 더울 때는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연말이나 새해에 꼭 하는 게 있나요?
드라이브? 여행을 좋아해서 이맘때 해외여행을 자주 했는데, 펜데믹 이후로는 못 갔죠. 아, 집에 예쁜 크리스마스트리를 두는 로망이 있었는데, 드디어 샀어요. 180cm로. 듬직하죠?
집에 손님도 좀 오는 편인가요? 예쁘게 꾸며두면 자랑하고 싶을 법도 한데.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자주 와요. 제가 내성적인 편이거든요. 최근에는 <너의 밤이 되어줄게>(이하 <너의 밤>) 동료 배우들이 자주 왔어요. 촬영하며 엄청 친해졌거든요. 다섯 명이나 되니까, 복작복작하고 재밌어요.
<너의 밤>에 이준영, 장동주, 김준영, 윤지성 등 젊은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요. 젊은 배우들이 많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친구들도 있고, 배우 데뷔작인 친구들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잘 맞더라고요. 개그 코드가 맞아서 친해지고 애틋해졌다고 해야 하나?
지난해 11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너의 밤>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스타 아이돌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신분 위장 입주 주치의의 달콤 살벌한 로맨스 드라마예요. 이 드라마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요?
잠이라는 소재와 극 중 밴드 ‘루나’ 다섯 멤버를 포함해 저까지 각자의 아픔이 있는데, 그걸 심도 있게 다룬다는 점이 좋았어요. 자신의 아픔을 서로 부대끼며 치료해간다는 이야기도 맘에 들었고요.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살잖아요. <너의 밤>은 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았어요.
극 중 우연히 사건·사고에 휘말려 아이돌 밴드 루나의 숙소에 위장 취업하게 된 인윤주 역을 맡았어요.
윤주는 구김살 있는 삶을 살아야 했는데, 그걸 매일 이겨내는 대단한 친구예요. 씩씩하게 사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죠. 힘든 삶을 딛고 유쾌함을 유지하는 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저도 윤주를 연기하며 위로를 받았어요.
인윤주와 함께 어릴 때 헤어져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 이선주 역까지 1인 2역을 맡았어요. 해보니 어떻던가요?
처음에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특히 윤주와 선주가 마주한 신(scene)을 찍을 때는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안지숙 감독님께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고, 장면은 물론 두 캐릭터의 중점을 잘 잡아주셨어요.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낀 1인 2역을 심플하게 생각했더니 더 다채롭고 재밌는 구성이 되더라고요. 윤주와 선주는 상반된 면이 있어요. 윤주는 표정도 다양하고 손짓이나 말투도 화려한 편인데, 선주는 감정의 폭이 작아요. 연기적으로 둘을 대척점에 두는 게 시작이었어요.
작품에 대해 안지숙 감독과 나눈 대화가 있나요?
<너의 밤>의 키워드가 성장이라는 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은 <너의 밤>이 단순히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만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성장 서사를 그리고 싶어 하셨어요. 작품의 이런 섬세한 면을 보고 출연 결정을 하기도 했고, 촬영 전은 물론 현장에서도 디테일하게 코칭해주셨어요.
<너의 밤> 촬영은 모두 마쳤죠? 종영까지 1회 남았는데, 소감이 있다면?
함께한 배우들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촬영팀 분위기가 애틋했어요. “우리 종영해도 계속 보자”는 얘기도 자주 했을 만큼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종방연도 못했지만, 좋아지면 다시 꼭 모이고 싶어요. <너의 밤>이라는 행복한 세계에 살다 온 기분이에요.
<너의 밤>은 아이돌 밴드가 소재인 만큼 배우에게는 어려운 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루나 멤버 중 저와 장동주 배우를 제외하면 모두 음악 커리어가 있는 친구들이지만, 맡은 역할의 악기를 다뤄보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극 중 선주가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장면도 있어서 그 준비도 쉽지 않았는데, 악기까지 다루려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공들여 찍은 연주 신을 보니 보람찼어요. 확실히 가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무대 장면에서 멋졌고요. <너의 밤>은 여러모로 값진 시간이 됐어요.
연기라는 건 한편으로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동감해요. 배우로서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에요. 여전히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아역부터 시작했으니, <너의 밤>에서 배우 연차로는 고참이었겠어요.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연기를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기도 해서 중간에 잠시 쉰 적도 있고, 다른 취미에 푹 빠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여행을 가도, 새로운 경험을 해도 모두 연기에 대입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를 통해 타인의 습관과 생각을 알게 되는 게 참 재밌어요. 아마 연기에 대한 욕구는 평생 같을 거예요. 참여하는 작품이 모두 다르고 새롭거든요.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 가장 재밌어요.
처음 연기를 했던 때, 기억나요?
너무 어렸을 때라 잘 기억나지 않아요. 친오빠가 연기를 한다길래 무작정 따라 했거든요. 관심을 좋아하는 아이였던 기억은 있어요. 저는 연기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담백해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고 앙칼지고 그랬던 것 같은데, 점점 털털해지더라고요.
“연기하는 정인선이라고 합니다.” 인선 씨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서 한 첫 인사가 떠오르네요.
보통은 ‘배우’라고 하죠? 저는 그 호칭이 조금 쑥스럽나 봐요.
배우라는 반짝반짝한 수식어보다, 동사인 ‘연기하다’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맞는 것 같은데요? 배우라는 말보다 연기한다는 말이 더 무궁무진한 느낌이 있어요. 저를 무지개색처럼 다채롭게 펼쳐도 될 것 같고요. 배우로서 인상 깊은 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고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기도 하거든요.
예능 <골목식당>에 출연한 것도 새로운 시도의 일환일까요?
맞아요. <골목식당>과 함께한 2년간 배운 게 많아요. 요리라는 분야에서 대단한 사람들을 2년 동안 만난 거니까, 돈 주고도 못 할 경험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한 셈인데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주방 위생부터 서빙, 인테리어 등 가게들은 저마다 다른 음식을 파는 것뿐 아니라 다른 세상이 있잖아요. 그걸 곁에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어요.
<골목식당>에서 때로는 돌직구 조언을 하기도 하고, 애정을 보여주기도 하는 걸 보며 진심을 다하고 있구나 느꼈어요.
드라마 촬영이라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데, <골목식당> 카메라 앞에서는 연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농담 반, 진담 반 “인선이는 촬영에 대해 다 알려주면 안 돼”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진심이었어요. 그래서 즉흥으로 과제를 받는 경우도 많았죠. <골목식당>을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면 저는 못 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더 해보고 싶은 새로운 시도가 있나요?
배우로서는 거칠게 삶을 헤쳐나가는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못 할 법한 콘셉트나 시도를 소화해낼 때 희열을 느끼거든요.
배우를 비롯한 모든 창작자에게 새로움이란 의무이자 수명을 연장하는 수단이기도 해요.
맞아요.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내 안에는 다 펼치지 못한 우주가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차근차근 하나하나 꺼내서 보여줘야죠.
2021년까지 배우 정인선은 자신의 우주를 얼마나 보여줬나요?
30%? 한참 남았죠. 연륜이 쌓일수록 제 우주는 더 팽창할 거고요. 저도 제가 나중에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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