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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아스트 김지운

김지운 감독은 지난 23년간 단 한 번도 야망으로 영화를 찍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때그때 궁금한 걸 작품에 담았을 뿐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호기심이라는 사실. 드라마 <Dr. 브레인>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UpdatedOn December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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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러사이트 컬러 셋업과 네이비 셔츠, 핑크 스니커즈는 모두 에르메스. 캡은 김지운 감독 소장품.

요즘은 매일 계절이 다른 것 같습니다. 겨울 좋아하시나요?
어렸을 때부터 겨울을 좋아했어요. 여름을 아주 싫어했고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부쩍 춥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겨울이 좋아요. 겨울 하면 떠오르는 냄새나 이미지가 있잖아요. 옛날 뜨끈뜨끈한 온돌방도 떠오르고. 추억이 새록새록해지는 것 같고….

얼마 전 남산을 산책하시는 걸 본 적 있습니다. 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인사는 못 드렸네요. 그 상황을 떠올리며 대중이 감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수천만 명이 감독님의 영화를 봤을 텐데, 불쑥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 실례일 것 같은.
비슷한 생각을 해요. 지나가다 저를 알아보더라도 다가가긴 애매할 수 있겠구나 하죠.

다독가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그리고 에릭 켄들의 <통찰의 시대>도 봤네요. 보통 서너 권의 책을 번갈아 보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얼마 전 공개된 드라마 <Dr. 브레인>을 준비하며 뇌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네요.

마침 내일이면 <Dr. 브레인>의 마지막 화가 공개됩니다. 감독님의 첫 번째 드라마죠. 어떤 소회이신지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죠. OTT 플랫폼인 애플TV플러스의 독특한 제작 환경도 새로웠고, 무엇보다 요즘은 OTT 전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해졌으니까요. <Dr. 브레인>은 팬데믹 이전부터 기획된 작품이에요. 시기에 맞춰 드라마를 찍은 건 아니죠. 예전에 HBO의 드라마 <소프라노스>를 보며 드라마도 영화 수준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이후 OTT 플랫폼의 드라마도 눈여겨봤고, 저 또한 언젠가 드라마를 해야겠구나,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 와중에 <Dr. 브레인>을 만난 거고요. 애플TV플러스는 다른 OTT 플랫폼과는 다른 독특한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무조건 구독자만 모으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제작 지원도 부족함 없이 받았고요.

애플TV플러스의 제작 환경은 어떻던가요?
가장 힘든 건 시간의 압박이에요. 촬영 회차의 압박. 지원이나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영화를 만드는 기간과 똑같은 시간 동안 6화짜리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니, 같은 시간 동안 세 배의 분량을 찍어야 했어요. 단순하게 비교하면 영화는 하루에 20컷을 찍으면 적당한데, 드라마는 50~60컷을 찍어야 하니 시간의 압박이 있죠. 물론 저는 <Dr. 브레인>을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찍었지만, 태도가 조금 바뀐 것도 있어요. 미장센이나 미술에 목매기보다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했죠. 그러지 않으면 시간상 소화를 다 못 하겠더라고요. 영화 현장에서는 그 장면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외에도 좀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거든요. 여기서 아이러니한 건, 제 영화를 향한 칭찬은 미술적인 부분을 포함한 미장센이라는 점이 있다는 건데, <Dr. 브레인>은 그것보다 이야기 전달에 더 힘을 실었다는 거고요.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장르 불문 미장센이 돋보이는 장면을 만들어온 감독님이 장면의 미적 요소보다 이야기 전달에 힘을 싣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큰 의미라기보다는 필요한 걸 우선시 한 거죠. 현장에 가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미장센보다 이야기 전달에 힘을 더 썼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게 화제가 되더라고요. 저는 미술적 요소에 신경을 덜 썼지만, 제가 오랫동안 영화를 하며 쌓아온 기본값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표현된 것 같아요. 카메라를 갖다놓고, 빛을 넣고, 톤을 잡아 장면을 만드는 과정을 해봤으니 어느 정도 나오더라고요. 어쩌면 드라마를 찍으며 느낀 가장 긍정적인 점이 매번 오랫동안 골몰하던 것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미장센도 제 스타일도 굳이 신경 안 써도 어느 정도 묻어 나오는구나.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했어요. 너무 막 찍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결국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현장에서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편인가요? 즉흥적인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Dr. 브레인>은 즉흥적인 시도를 많이 못 했죠. 영화를 찍을 때는 강렬하게 떠오르는 게 있다면 시도하는 편이었고요. 그게 항상 신선하니까, 배우들에게 새로운 걸 던져주면 그게 발화가 되어 못 보던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즉흥적인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작업하며 쌓인 생각이 한 번에 점화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톤을 비롯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Dr. 브레인>은 매화 장르가 바뀌는 것처럼 다채로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번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감독님의 강점을 총망라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다만 에피소드마다 담기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1화의 경우에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건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행위 자체가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호러의 방식이 맞지 않을까 고민하다 1화의 분위기가 형성된 거예요. 2화는 전체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니, 좀 더 추리극이나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방식을 차용한 거고요. 제가 영화로 여러 장르를 해봤으니까, 그 경험을 녹여낸 거죠. 어떤 화는 누아르 같기도 하고, 어떤 화는 범죄 액션물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의도라기보다는 각 에피소드가 전달하는 이야기에 맞춘 연출을 한 거예요. 참여한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그랬더라고요. 김지운 감독의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원작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웹툰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Dr. 브레인>은 아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웹툰이 깜짝 놀랄 만큼 좋은 거예요. 이 웹툰을 통해 K 콘텐츠의 잠재력이나 역량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했죠. 원작의 그림체도 미국의 그래픽 노블 같기도 했고, 음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적 요소도 좋았어요. 무엇보다 뇌를 들여다본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영화가 존재하는 한
계속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웹툰 <Dr. 브레인>의 어떤 면에 끌려 드라마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원작에서 꼭 지키고 싶었던 것과 극적 표현을 위해 바꾼 게 있다면요?
주요 인물들의 버디 무비 같은 구성은 지키고 더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특히 이강무(박희순)가 흥미로웠죠. 고심했던 건 고양이의 뇌를 스캔하는 장면. 작품을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 판단했고, 잘 연출하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동물의 뇌를 통해 얻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습성이나 감각을 다루면 이야기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고세원(이선균)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분이 굉장히 발달했고, 공감이나 정서적인 걸 담당하는 편도체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정서적인 유대감이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아내 정재이(이유영)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고세원에게 뇌를 스캔하는 건 단순히 죽은 사람의 기억을 통해 살인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뇌를 스캔하며 사건을 풀고, 동시에 감정 표현을 비롯한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가는 이야기죠.

<Dr. 브레인>은 고세원이라는 남자의 성장 서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전체를 이끌어갈 주인공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선균 배우가 고세원에 걸맞다고 생각한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이선균 배우의 전작 중 영화 <끝까지 간다>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연기를 좋아해요. 그리고 <기생충>이라는 세계적 업적을 남긴 작품을 통해 이제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됐죠. 캐스팅 당시 대외적으로는 글로벌한 배우가 필요했는데 딱 부합하기도 했고요. 이선균 배우는 물리적으로 힘든 장면도 꽤 있었는데 군소리 안 하고 헌신적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그리고 배우로서 어떤 신(scene)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고요. 협업하며 훨씬 더 많은 애정과 신뢰가 생겼죠.

OTT 플랫폼의 드라마는 1화의 임팩트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점도 신경 쓰셨나요?
처음에는 1화를 그렇게 중요시 여기는지 몰랐어요. 제작사 측에서도 1화에 어느 정도 자극적인 요소나 구미가 확 당기는 요소가 있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보다 보면 점차 풀리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자세히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화의 내용이 불친절하면 구독자가 쫓아오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레이션도 넣고, 친절한 대사도 좀 넣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제가 생각한 호러적인 분위기는 유지했죠.

1화 클라이맥스에서 세원이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기생충>을 떠올리는 리뷰가 있던데, 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떠올렸습니다.
맞아요. 저도 그 장면에서 이선균이 <하녀>의 김진규 같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이선균이 2021년의 김진규구나. 저는 그 장면을 찍을 때 우리나라의 1960년대, 1970년대 미스터리 호러 영화들을 생각하며 찍었어요. 다만 관객의 해석은 자유이고, <기생충>이 서양 관객 입장에서는 더 유명하니까 그런 리뷰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Dr. 브레인>은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취인가요?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 만족스러운 작품은 없었어요. 드라마는 처음이니까, 배우면서 한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배움이었다는 건 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죠. 반면에 애플TV플러스라는 OTT 플랫폼의 제작 환경과 드라마의 생태계, 그리고 드라마를 만드는 묘미를 느꼈어요. 세원이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며 문제를 해결했듯이, 저도 영화가 아닌 타 매체를 작업하며 제가 고수하고 있던 문제나 결핍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벌써 시즌 2 제작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그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애플TV플러스와 얘기도 해봐야 하고,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감독으로서 흥행, 평가에 대해서도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평가에서 가장 첫 번째는 제가 스스로 주는 점수가 중요해요. 그리고 주변 영화인이나 믿을 만한 지인들의 의견이나 크리틱이 먼저죠. 그 외의 요소는 제게 보너스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게 1차 목표거든요. 외부라는 건 추상적이기도 해서 그걸 목표 삼으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이 큰 흥행을 해도, 망해도 크게 개의치 않아요. 보너스니까.

<Dr. 브레인>으로 드라마를 시도한 것처럼, 감독님은 줄곧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전작의 장르가 다양한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만 찍은 단편 영화 <언택트>도 있었고요.
새로운 시도는 항상 재밌어요. CGV와 함께 신기술을 활용한 작품 <스크린 X>를 만들기도 했고, 예전에 ‘인터넷 영화’라는 것도 기성 감독 중 처음 시도했고요. 궁금하거나 재미를 느끼는 게 있으면 해보는 편이에요. 사실 그보다 워커홀릭인 것 같아요. 일을 하지 않으면 삶이 지루하기도 하니까 일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 새로운 배우를 찾아 작품에 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신나는 작업이죠. 이미 유명한 배우만 나오는 것도 재밌지만 못 보던 얼굴이 나와서 개성과 매력을 담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건 의미 있어요. 감독 입장에서 즐겁기도 하고요.

 

“영화가 아닌 타 매체를 작업하며
제가 고수하고 있던 문제나 결핍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20년 넘게 열 편이 넘는 장편을 만들게 한 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호기심. 어떤 이야기를 어떤 장르로 표현할 때, 어떤 배우들이 만나 부딪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는 호기심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보다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 현장이 더 좋고요. 현장의 텐션은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까요.

가능하면 더 많은 작품을 찍고 싶으신 거죠? 시나리오 작업도 빠른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빨리 쓰는 편이죠. 시나리오 각색도 좀 빠른 편이고요. 작품을 연이어 하려면 이 방법이 제일이니까요.

올해로 데뷔 23년 차,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 소회이신가요?
가끔 돌아보면 저는 참 야망 없이 영화를 찍는 사람이구나, 그때그때 궁금해하는 걸 찍는구나,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으로서 어떤 단계에 오르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어요. 전작을 지나 이번 작품을 하고, 이게 끝나면 다음 영화를 준비하는 거고요. 혼자 생각하죠. 그래, 그냥 천생 영화쟁이 해라.

하고 싶고 관심이 생기는 걸 즐기며 해서 거장이 됐다는 건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좋죠. 다만 필모그래피를 돌아보거나, 제가 남긴 족적에서 의미를 찾는 건 좀 다른 거니까요. 저는 그냥 하고 싶은 걸 그때그때 꼭 해내는 사람이구나, 생각해요.

23년간 열세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고, 수천만의 관객을 만났으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누군가는 혹평하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감독님이 만든 작품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모르겠어요. 물론 과대 평가된 부분도 있겠죠. 반대로 감독의 의도를 다 못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다만 그런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지는 않아요.

2008년에 발행된 감독님의 에세이 <김지운의 숏컷> 초반부에 쓰인 말이 떠오르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이다.”
지금 보면 부끄럽기도 한 책이네요. 너무 오래됐어요. 그 말은 여전히 같은 생각이에요. 그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책에 제가 쓴 문장 중 또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잘못 들어선 길이 새로운 지도를 만든다.”

<Dr. 브레인>의 열기가 식지 않았는데, 벌써 차기작 준비에 들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영화 <거미집>, 송강호 배우와 다시 만나신다고.
1970년대의 어떤 강박적인 영화감독의 이야기예요. <밀정>에 이은 제 두 번째 시대극이죠. OTT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 이제 영화는 대중적인 것보다는 전문가 혹은 고급 취향의 영역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드라마가 더 대중적인 시대죠. 얼마 전에 꽤 근사한 영화에 대해 어떤 관객이 ‘영화제용 영화다’라고 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시대인 거죠. 또한 모든 영화를 ‘존잼과 노잼’ 두 부류로 구분하는 것도 놀랍고요. 영화의 묘미는 재미만이 아닌데 말이죠. 영화에 대한 평론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대에 영화감독은 어떤 작업을 해야 하나, 이게 제게 주어진 과제일지 몰라요.

극장이 전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기도 하고, OTT 플랫폼이 전성기를 맞은 요즘 시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영화가 존재하는 한 계속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마음에 이런 다짐과 태도를 안고 사는 거죠. 당장 코로나19만 해도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며 세상을 얼어붙게 만드니 어떤 준비를 하고, 예측을 할 수 있겠어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가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인가 생각하면 암담한데, 이런 시대에 우리 감독들은 어떤 작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2022년 계획도 있으십니까?
<거미집>을 완성해서 개봉하는 게 첫 번째 목표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럴 텐데, 영화보다 드라마 연출 제안이 더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거미집>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제 차기작은 영화 <거미집>이고, 극장에서 만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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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레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누마레, 이너로 입은 톱은 리바이스, 캡은 김지운 감독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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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팅 자수 디테일의 바서티 재킷과 캡은 모두 그램 아운스 파운드, 이너로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리바이스, 슈즈는 아식스 스포츠 스타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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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팅 자수 디테일의 바서티 재킷과 캡은 모두 그램 아운스 파운드, 이너로 입은 톱과 팬츠는 모두 리바이스, 슈즈는 아식스 스포츠 스타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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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PHOTOGRAPHY 김참
STYLIST 전진오
MAKEUP 박슬기

202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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