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전문 에디터로 일하면 일 년에 수십 차례 주류 시음회에 참석한다. 시음회는 대개 비슷하다. 술만 마시거나 혹은 술과 음식을 페어링한다. 반면 크루그의 행사는 조금 특별하다. 늘 귀에 헤드폰을 씌워준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샴페인을 마시게 한다. 그러니까 일종의 ‘공감각적 시음’이다.
2015년이었던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크루그 셀러브레이션’에 참석했을 땐,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 연구팀까지 초청해 음악이 미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똑같은 크루그를 마셨음에도 오페라와 클래식, 재즈를 들려주었을 때 각기 다른 맛을 느낀 ‘신기한’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음악과 샴페인을 페어링하는 건 오직 크루그만의 활동이다. 크루그에서는 이를 ‘크루그 에코스(Krug Echoes)’라 부른다.
사실 알고 보면 크루그의 샴페인 제조 방식은 음악과 닮은 점이 많다. 특히 ‘크루그 그랑 퀴베’의 제조 과정이 그렇다. 크루그 하우스의 창립자 조셉 크루그 (Joseph Krug)는 기후 조건과 상관없이 매년 훌륭한 샴페인을 만들고자 했다. 그가 고안해낸 방법은 바로 블렌딩이었다. 지금도 크루그 하우스의 셀러 마스터는 해마다 4백 종 이상의 와인을 대상으로 테이스팅을 진행한다. 이 중 2백50여 종은 엄선된 개별 구획에서 그해 생산된 와인이고, 1백20여 종은 최소 10개 연도에 생산된 리저브 와인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개성과 맛의 와인들을 테이스팅한 후 최상의 배합으로 블렌딩한다.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그 후 7년 이상의 숙성 과정까지 거친다. 그래서 크루그 하우스에서는 ‘크루그 그랑 퀴베’를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비견하곤 한다. 다양한 악기를 하나로 아우르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처럼 블렌딩을 통해 풍성한 풍미와 아로마를 완성했다는 뜻에서다. 그래서인지 크루그는 매년 새로운 샴페인이 출시될 때마다 세계적인 뮤지션과 함께 음악을 만든다. 뮤지션의 리스트는 한마디로 쟁쟁하다. 아방가르드 작곡가 오자크 헨리(Ozark Henry)와 모던 재즈의 거장 재키 테라슨(Jacky Terrasson), 프랑스의 전자음악 듀오 그랑 솔레이유(Grand Soleil)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크루그는 매년 크루그 가문의 저택에서 이 뮤지션들을 불러 공연이 가미된 행사를 개최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방문객들은 크루그 가문 저택 인근에 위치한 ‘크루그 뮤직 유르트(Krug Music Yurt)’에서 음악을 들으며 샴페인을 마신다. 직접 크루그의 저택을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2011년부터 크루그 하우스는 샴페인 애호가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크루그 홈페이지나 크루그 앱 내 전용 섹션에서 크루그 보틀 뒷면 레이블에 새겨진 6자리 숫자(크루그 ID)를 입력하면 샴페인에 맞게 페어링된 음악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내친김에 이번 주말에는 오감으로 크루그 샴페인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지. 크루그 한잔과 헤드폰만 있다면 집이 곧 오페라하우스가 된다.
문의 02-2188-5100(MH 샴페인즈 & 와인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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