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은 2010년부터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년 4명의 작가를 선발해 에르메스 공방에 초대했다. 참여 작가들에겐 주세페 페노네, 리처드 디콘, 장-미셸 알베롤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크리스털, 가죽, 은, 실크와 같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진귀한 재료들을 다뤄보고 에르메스 장인들의 숙련된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는 각 공방의 장인들에게도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일상적인 작업과는 다른,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시각을 경험하는 상생의 의미가 되었다.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어느덧 10주년이 되었고, 이를 기념하여 에르메스 재단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Atelier Hermes)를 시작으로 도쿄 르 포럼(Le Forum), 프랑스 팡탕 마가쟁 제네로(Magasins generaux)를 돌며 순차적으로 전시를 진행한다. 가장 먼저 전시를 시작하는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현대미술가 7인과 함께 가죽 공방에 주목하여 ‘전이의 형태’에 대한 의미를 심화하고자 했다.
바실리 살피스티는 7인의 작가 중 한 명. 그는 회화 작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에서 살피스티는 가죽의 심미성에서 나타나는 회화적 요소들을 탐구했다. 그러다 베레니케 (Berenice)의 일화를 떠올렸다. 베레니케 이야기는 사자자리 성단의 꼬리가 베레니케의 머리카락으로 변화하는 내용. 즉 동물의 형상이 인간의 일부로 전환된다는 상징성은 살피스티 작업의 영감이 되었다. 그는 가죽 전체 표면의 최소한의 작업을 진행했다. 표면과 질감의 차이, 자연 그대로의 색과 채색된 색의 차이, 브러시 자국과 가죽 본연의 무늬를 활용해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표현했다. 또한 가죽 공방 장인들이 가죽 가장자리에 페인팅하는 작업의 범위를 가죽 표면과 상면까지 확장시켰다. 묵직한 가죽을 벽에 걸었을 때 그 자체의 무게에 의해 스스로 새로운 형태가 되었고, 살피스티는 이 작품을 ‘조각적 회화(Sculptural Painting)’라 묘사했다. 이는 마치 미국의 예술가 로버트 모리스의 <반형체(Anti Form)>를 연상시키기도.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했을 때 머리카락처럼 표현된 회화적 물성을, 멀리했을 땐 조각적인 형태감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바실리 살피스티를 비롯한 현대미술가 7인이 참여한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이의 형태>는 2021년 12월 10일부터 2022년 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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