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가위 눌렸다던데?
오늘 회사 보컬 방에서 잠깐 눈 붙였는데 꿈에서 케빈이 날 끌어안고 안 놔주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 소리치며 눈을 딱 떴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거지. 억지로 움직이다 앞에 놓인 의자로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누가 앉아 있더라. 그 형체가 계속 날 쳐다보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세 번째 싱글 <MAVERICK> 활동하느라 지쳐 그런가 보다.
그런가? 안무가 정말 힘들었다. 어려운 안무 하는데 묘한 쾌감을 느꼈다. <로드 투 킹덤>에서 강렬한 무대를 많이 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EP 앨범 <Thrill-ing>의 ‘THRILL RIDE’로 밝은 무드를 선보였다. 이후 <로드 투 킹덤>에서 보였던 강한 무드에 대한 갈증 때문에 3개월 만에 <MAVERICK>으로 다시 돌아온 거다.
‘MAVERICK’으로 차트 1위까지 했다.
더비분들의 큰 사랑 덕분이다. 노력의 성과가 보인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콘서트 준비도 한창이라던데?
그렇다. 더비분들이랑 거의 2년 만에 만난다. 서로 마주하면 말이 안 나올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겠지. 더보이즈가 데뷔한 지 4년이 되어가는데, 2년 동안 관객 없이 공연했다. 관객 없는 무대 위의 나는 그저 로봇처럼 느껴졌다. 카메라 앞에서 춤추는 로봇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지만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앞둔 콘서트만 기다리고 있다.
‘Maverick’은 개성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영훈은 개성 있는 사람인가?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색다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인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져서 사랑받으니 특별해 보이는 것 아닐까.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되레 내 어떤 모습이 돋보이는지 묻고 싶다.
어릴 땐 어떤 아이였나?
집에서 막내다. 그래서 부모님께선 내가 하고 싶은 건 되도록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막내여서라기보단 그냥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아이였던 것 같다.(웃음)
성인 되고는 독립적인 사람이 된 것 같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혼밥 하고 혼자 다니길 좋아하는 게 독립심 강한 게 맞나?
연기 커리어도 쌓고 있다. <연애혁명>에 이어 최근 <원 더 우먼>까지. 조금은 연기에 익숙해졌을까?
아직 연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연애혁명>의 이경우 역으로 연기를 경험했기에 <원 더 우먼>을 앞두고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정반대더라. 어린 한승우 역을 맡았는데 엄청 떨었다. 가수로서의 무대 연기와는 완전히 다르잖아. 무대에선 카메라에 멋있게 담기고, 춤과 노래가 우선이지만 배우로서의 연기는 배역에 완전히 스며들어야 하는 거니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캐릭터 분석도 깊게 해야한다. 연기는 할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갈 길이 머니 노력해야 한다.
열정에 불을 지핀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두 번째 신 촬영 날 김창완 선배님을 뵀다. 깜짝 놀랐다. 내가 대선배님과 함께 작품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꿈같았고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기죽거나 작아지기보다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 대선배님이 이끌어주시는데 민폐 끼치기 싫었다. 그날의 에피소드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오히려 자신감도 생겼다.
어떤 역할 해보고 싶나?
사실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는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걸 꼽자면 코믹한 캐릭터 해보고 싶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게 두렵진 않나?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즐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처음으로 음악방송 MC 했던 때도 엄청 긴장했다. 모든 게 걱정됐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좋은 기회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라디오 고정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돌아보니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늘 긴장했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새로운 걸 도전하고 배워보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 안정적인 게 좋지만 변화를 주고 싶기도 하다.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얼렁뚱땅 하지 않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완벽주의자인가?
그건 또 아니다. 웃기지만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다. 실망시킬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일까. 부족한 모습 보이는 게 싫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다.
타인이 실수하면 ‘그럴 수 있어’라며 이해한다. 반면 내가 저지른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을 용서하기란 아직은 어렵다.
영훈은 무얼 믿고 의지하나?
1순위는 가족. <원 더 우먼> 방영일에 엄마가 한마디도 안 하셔서 피드백이 궁금해 전화드렸더니 이미 보셨다더라. 먼저 연락드리니 그제야 칭찬해주셨다. 엄마는 항상 내게 부담이 될까봐 묵묵히 뒤에서 지켜만 보신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신다. 2순위는 더비. 최근에 유니버스라는 팬 소통 플랫폼에 빠져 있다. 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했고 생각이 바뀐 내 모습을 발견했다. 고민거리나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놓곤 한다. 1백 명이 있으면 1백 명 모두 격려해주시니 힘이 안 날 수가 없다. 더비분들이 나로 인해 힘을 얻고 버틸 수 있다는 말을 해주실 때 에너지를 얻는다. 내가 더비를 의지하는 만큼 더비도 나를 많이 의지했으면 좋겠다.
어떤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는데?
1백 명 중에 한 명이 쓰디쓴 말을 하면 그것밖에 안 보였다. 이제는 그 한 명이 날 싫어해도 나머지 99명은 날 사랑하니까, 그분들께 보답해드리는 게 최우선이라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
작년 <아레나> 인터뷰에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1년을 돌아봤을 때 멋져진 것 같나?
그렇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성숙하고 멋져지고 싶다. 조금은 그 희망을 이룬 것 같다.
멋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예의 바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어른.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데 한편으론 소년으로 남고 싶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