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포지티브 제로는 어떤 팀인가?
김시온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소개하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다. 우리가 설계하는 공간과 프로젝트의 성격은 다양하다. F&B, 음악, 패션, 미술 등 문화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간다. ‘생산성이 없다’는 의미의 ‘제로’에 ‘긍정적인’ 의미의 ‘포지티브’를 붙여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말한다.
팀 포지티브 제로의 첫 번째 공간 ‘포지티브제로 라운지’ 재즈 클럽은 연무장길에 위치했다. 4년 전 연무장길은 어떤 모습이었나?
윤지원 4년 전 연무장길은 낮엔 가죽을 사러 오는 디자이너들과 공장의 근로자 분들로 북적였지만 밤이 되면 가로등도 사람도 없어 택시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지금의 거리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재즈 클럽을 시작으로 성수동에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며 고민도 많았겠다.
김시온 새로운 걸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다. 다만 만들고 싶은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들이 머릿속에 많은데 그중에서 어떤 걸 포기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윤지원 새로운 프로젝트는 시작보다 과정이 조금 더 힘들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 고민이라기 보다 즐거운 상상을 하는 중인 것 같다. 내가 하는 고민은 일반 직장인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성수동에 공유 오피스 공간 ‘플라츠’를 열었다. 공유 오피스 건물에는 편집숍과 수제 버거 가게도 있다. 이런 공간을 만든 이유는 뭘까?
김시온 팀 포지티브 제로가 하는 일은 물리적 공간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오프라인의 시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시간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그것과 연결선상으로 일하는 공간에서의 시간까지 디자인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업무 공간에선 어떤 시간을 보낼지 상상했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집중할 수도 있고, 영감을 받을 수도 있고, 무얼 먹을 수도 있지 않나. 일을 매개로 시간을 디자인하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플라츠’로 흘러갔다.
내년엔 2호점도 오픈한다고.
김시온 정확히는 플라츠가 오피스 이름이 아니라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플라츠가 독일어로 광장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나고 취향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소설의 한 부분처럼 공간에도 파트를 나누려 한다. 파트 1을 선보였고 파트 2, 3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츠 파트 2에선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
윤지원 플라츠 파트 1을 포함한 기존 성수동을 중심으로 만든 공간은 전부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왔다면, 이번 파트 2에서는 다른 브랜드와 함께 기획을 하고 있다. 수비니어숍과 빈티지숍 멤버십 오피스가 빈티지 가구를 테마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오프라인 공간 외에 온라인으로 전개하는 프로젝트가 있나?
김시온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브랜드나 스페이스 프로그래밍을 주로 선보였다. 나아가 물리적 공간들을 디지털과 연계시킨 프로젝트들을 계획하고 있다.
윤지원 ‘플라츠’에는 ‘먼치스 앤 구디스’라는 식료품 마켓이 입점해 있다. 편집숍인데 오프라인을 넘어 이커머스로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F&B, 음악, 아트 등 문화를 아우르는 활동은 팀 포지티브 제로에 속한 셰프, 디제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김시온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있고, 연결의 연결을 거듭해 인연을 맺기도 했다.
윤지원 지인인 경우도 있었고 오랫동안 궁금하고 좋아하던 브랜드나 파트너에게는 우리와 결이 맞다면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도시에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치스 앤 구디스 같은 편집숍도 해외에는 많지만 국내에는 많지 않다. 해외 뮤지엄이나 쇼핑 타운의 아주 작은 서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영감과 즐거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곳이 모여 도시의 모습이 되는 것이고. 성수동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 여행 온 듯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켜 실험한다. 그 장르가 리테일이든 F&B든.
공간에서 새로운 창작자의 작품을 전시하고 큐레이팅하기 된 계기는 뭔가?
윤지원 우리의 공간이 모두 복합문화공간은 아니다. 온전히 하나의 장르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도 있다. 다만, 갤러리나 전시관의 형태가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기획들이 모여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전시와 큐레이팅까지 이어지는 창작자는 어떤 특성을 지니나?
김시온 요즘을 ‘빅블러(Big Blur) 시대’라고 한다. 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걸 의미하는데, 우리 공간도 그렇다. 카페인지 밥집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공간이지만 왜인지 호기심이 가고, 진입장벽은 높지 않은, 그런 형태의 공간. 그런 곳에 자신의 작업물을 보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창작자들을 찾는다. 꼭 갤러리가 아니라 카페, 식당, 숍이 한데 모여 있는 공간에서 전시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
윤지원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자주 찾는 것 같다. 이를테면 페인팅 작가가 세라믹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듯. 캐주얼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길 원하는 작가들과 결이 맞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건 뭘까?
윤지원 라이프스타일의 범주가 확장된 것 같다.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접하고 문화 공간이 많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아날로그를 찾는 현상을 보인다. 온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커진 듯하다. 그게 오프라인에서 발견하는 아날로그적인 느낌들이고.
김시온 소비의 열망이 자기실현 혹은 자기를 드러내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먹고 대화하고 마시는 공간에서도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오프라인 소비가 자기실현을 위한 수단이 아닐까.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디깅했던 건 무엇인지 궁금하다.
윤지원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들지 않고 전반적으로 모든 걸 좋아했다. 관심사가 너무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도 하고 호기심도 강하다. 눈 뜨고 잘 때까지 디깅만 하는데, 그게 일과 연결되지만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웃풋을 내는 일을 하니까, 인풋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감을 찾아 파고드는 게 어렵지 않다.
김시온 특정한 물건을 컬렉팅하기보다는, 특정 시기에 몰입하고 있는 일이나 관심사가 있는 것 같다. 음악을 예로들면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지만 한 때는 뮤지컬이나 크로스오버 장르를 많이 듣고 공부했던 적이 있고, 재즈바를 열게 되면서 다양한 재즈 음악도 많이 듣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었다.
팀 포지티브 제로의 취향으로 공간이 꾸려지면 대중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겠다.
윤지원 그래서 더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여주고 싶고, 보여줘야 할 것들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그러니 우리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김시온 트렌드를 무시한 건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걸 해야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
팀 포지티브 제로만의 개성은 뭘까?
김시온 계속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만들어갈 텐데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이벤트일 수도 있다. 완성도 있게 만들려면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서로 이해하고 다 같이 뭉쳐서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개성이자 강점 아닐까. 한 분야에 그치지 않고 다채로운 사람들이 서로 부대껴가며 만드는 것. 혼자 창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윤지원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약 조절을 잘하는 게 팀 포지티브 제로의 강점이다. 이를테면 카페에 전시를 한다고 해서 복합 문화 공간은 아니다. 운영은 할 수 있지만 그 성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복합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 음식점이라면 맛이 좋아야 하고, 맛이 좋으려면 훌륭한 셰프가 존재해야 한다. 우린 콘텐츠의 본질에 맞추고, 그 본질에 맞는 역할들이 존재한다. 가볍게 콘텐츠로 보여주고 말기 위함이 아닌 공간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를 꾸준히 이끌어가는 것, 그게 팀 포지티브 제로만의 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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