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드레이크와 나이키의 협업 라인 녹타가 지난달 새롭게 출시한 골프 컬렉션은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던 골프에 대한 일말의 선입견을 말끔히 해소시켜줬다. 사실상 룩은 녹타 로고만 담백하게 넣은 모크넥 티셔츠, 나일론 소재 트랙 팬츠, 크루넥 톱 등 일반적인 스트리트 웨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듀렉 쓴 드레드 헤어의 형들이 필드에 입고 나타났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야행성 인간 드레이크답게 저물녘 필드의 장면들을 담은 룩북도 그렇고, 홈페이지 화면에 꽉 차게 플레이되는 영상을 보면 형들의 골프는 이런 것이구나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공을 모셔둔 채 자세 고쳐 잡고 숨 고르며 시간 보낼 것 없이, 바로 풀 스윙을 때리고, 골프채로 트래핑하듯 공을 튕겨 패스하거나, 버기카에 매달려 가는 모습 등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온전히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에너지에선 전에 없던 골프의 스웩이 넘쳐흐른다. 사실 자유로운 것으로 치자면 뉴욕 맨해튼의 길거리 골퍼 타이거 후드(Tiger Hood)가 단연 압도적이다. 그는 맨해튼 곳곳의 골목에서 우유갑으로 골프를 친다. 그의 골프란 좁고 긴 맨해튼 골목에 멀찌감치 상자를 하나 두고 우유갑을 골인시키는 게임이다. 그의 팔로어 수는 33만3천 명.
타이거 우즈의 팬이라 타이거 후드라고. 그는 일찌감치 모던 골퍼를 지향하는 브랜드 라다(RADDA)와 함께 타이거 후드 식의 길거리 골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젊고 자유로운 골프 문화를 추구하는 브랜드인 라다의 타임라인에서, 이 앞뒤 가리지 않는 보헤미안 할아버지 골퍼의 사진이 가장 젊고 힙하다. 가장 귀여운 건 골프웨어계의 슈프림이랄까, 래퍼 매클모어가 만드는 브랜드 보기 보이즈(Bogey Boys). 1970~80년대 아메리카 빈티지 감성의 선명한 색채와 빈티지한 패턴으로 녹타와는 결이 다른 단정하면서도 찐득하고 방탕한 뉘앙스를 풍긴다. 지난 4월엔 1971년도 마스터스 대회를 콘셉트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당시의 마스터스 대회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재연한 비디오가 백미. 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다. 힙합 하는 형이 즐기는 유쾌한 골프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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