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설에 의하면 이탈리아에선 알리오 올리오에 페페론치노(이하 ‘알리오 올리오’)가 한국의 간장달걀버터밥 정도의 정서라고 한다. 냉장고에 저녁거리가 없어? 아, 그럼 대충 알리오 올리오나!
나는 알리오 올리오를 무척 좋아한다. 동시에 무척 미워한다. 알리오 올리오는 먹고 싶어도 식당에서 먹기가 쉽지 않은 메뉴다. 모처럼의 외식이라면 집에 없는 멋진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간 화려한 파스타를 선택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건더기로 마늘과 고추만 덜렁 들어가는 희멀건한 디시의 가격은 대체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이 갭 때문에 결국 알리오 올리오는 집에서 종종 시도한다.
내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는 빈번히 맛이 없다.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무척 쉽다. 마늘과 고추의 향을 기름으로 잘 뽑아내고, 짭짤하게 잘 삶은 면을 마늘, 고추 향 듬뿍 밴 기름에 버무려 고루 코팅하는 것이 전부다. 마늘과 페페론치노는 노릇노릇 튀기는 것이 아니라 진득하게 향을 뽑아내며 익혀야 한다. 편을 얇게 낼수록 향이 잘 빠져나오고, 아예 다진 마늘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확고한 이론과 달리 나는 조급하게 불을 키웠다가 순식간에 마늘을 태우곤 한다. 면 삶는 이론은 바닷물보다 짠 물을 한 솥 끓여 그 안에 기다란 스파게티나 링귀네면이 펄럭펄럭 춤출 수 있게 삶는 것.
이론과 실제의 괴리는 내 경우 언제나 인색함에서 온다. 설거지 귀찮다는 이유로 옹졸한 냄비에 면 끄트머리를 태워가며 삶아서, 아니면 그날따라 소금이 아까웠던지 간이 부족해서. 이 두 가지를 성공했다 해도 제일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 팬에 흥건한 향긋하고 감칠맛 나는 기름은 라구 파스타의 라구 소스처럼, 그 자체로 알리오 올리오의 소스다. 이 소스를 면에 골고루 잘 붙이는 것이 완성도의 핵심. 전분이 풀려나온 면수를 한두 국자 넣고 면을 마저 끓이다 불에서 내린 후, 여열과 실온의 온도차를 이용해 세세한 충돌을 빠르게 일으키며 물과 전분, 기름이 에멀션이 되게 해야 한다. 이건 몸이 기억해야 하는 테크닉인데, 팬 속의 면을 들썩들썩 휘휘 저어주는 것을 짧은 시간에 성공해야 한다. 자전거와 달리 몸이 자꾸 까먹기 때문에 에멀션 단계를 실패하는 것이 가장 잦은 실수다.
그리고 내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의 마지막 가장 큰 좌절. 좀 부족한가 싶어 더 꺼낸 만큼의 면이다. 탄내 나고 퉁퉁 붓고 싱겁고 기름이 겉돌아 맛대가리 없는 알리오 올리오가 산더미 같은 2인분이라니!
WORDS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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