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만든 건 다 좋아한다. 얼린 두부부터 비지, 유바, 푸주까지도. 하지만 단 하나, 두부면만큼은 용서하기 어렵다. 두부면으로 토마토파스타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첫 입에 슬퍼졌다. 면의 맛이 강해 소스와 어우러지지 않았고, 애매하게 뜨끈히 데워진 면은 질깃해졌다. 열심히 씹어보았으나 소스 사이로 잘게 부서진 두부 조각이 입안에 나뒹구는 바람에 보드라운 모래를 머금은 느낌만 들었다.
대부분 면 요리의 본질은 면이 아니라 소스에 있다. 면은 그저 소스를 잘 묻히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면 자체에는 강한 맛이 없고, 온도와 상관없이 텍스처가 명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두부면은 이 두 가지 지점에서 내게 확신을 주지 않는다. 일단 면에 콩 맛이 지배적이다. 소바처럼 이따금 면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려면 면의 아이덴티티가 독보적이어야 하는데 두부면은 그렇지도 않다.
식감도 어중간하다. 쫄깃하다기엔 푸석하고, 푸석하다기엔 쫄깃하다. 뜨거운 음식에 활용해 먹는 건 정말 참기 힘들다. 두부면을 머릿속에서 아주 지울 때도 되었건만, 지난주에도 어김없이 두부면을 집어 들었다. 포기 못 하고 장바구니에 넣는 이유는 내가 아주 맛있는 두부면 요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연밀의 건두부 요리. 얇은 두부면에 식초와 간장, 뜨거운 기름, 고추, 파, 마늘을 더한 중국식 소스를 끼얹은 메뉴인데 어찌나 맛있는지. 이 요리의 포인트는 포두부를 얇게 썰어 면의 형태에 가깝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중의 두부면보다 훨씬 얇고 부드러워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입안에 빨려 들어가는 식감도 가볍고 낭창하다. 이 맛을 알고 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얇은 두부면이 출시될 날만 기다리며 마트 두부 코너 앞을 서성인다. 언제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WORDS 김나영(푸드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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