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NOODLE GAME

미운 두부면이지만 어떻게든 맛있게

애정하지만 얄미운 면에 대한 이야기.

UpdatedOn October 07, 2021

/upload/arena/article/202110/thumb/49208-467629-sample.jpg

콩으로 만든 건 다 좋아한다. 얼린 두부부터 비지, 유바, 푸주까지도. 하지만 단 하나, 두부면만큼은 용서하기 어렵다. 두부면으로 토마토파스타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첫 입에 슬퍼졌다. 면의 맛이 강해 소스와 어우러지지 않았고, 애매하게 뜨끈히 데워진 면은 질깃해졌다. 열심히 씹어보았으나 소스 사이로 잘게 부서진 두부 조각이 입안에 나뒹구는 바람에 보드라운 모래를 머금은 느낌만 들었다.

대부분 면 요리의 본질은 면이 아니라 소스에 있다. 면은 그저 소스를 잘 묻히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면 자체에는 강한 맛이 없고, 온도와 상관없이 텍스처가 명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두부면은 이 두 가지 지점에서 내게 확신을 주지 않는다. 일단 면에 콩 맛이 지배적이다. 소바처럼 이따금 면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려면 면의 아이덴티티가 독보적이어야 하는데 두부면은 그렇지도 않다.

식감도 어중간하다. 쫄깃하다기엔 푸석하고, 푸석하다기엔 쫄깃하다. 뜨거운 음식에 활용해 먹는 건 정말 참기 힘들다. 두부면을 머릿속에서 아주 지울 때도 되었건만, 지난주에도 어김없이 두부면을 집어 들었다. 포기 못 하고 장바구니에 넣는 이유는 내가 아주 맛있는 두부면 요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연밀의 건두부 요리. 얇은 두부면에 식초와 간장, 뜨거운 기름, 고추, 파, 마늘을 더한 중국식 소스를 끼얹은 메뉴인데 어찌나 맛있는지. 이 요리의 포인트는 포두부를 얇게 썰어 면의 형태에 가깝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중의 두부면보다 훨씬 얇고 부드러워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입안에 빨려 들어가는 식감도 가볍고 낭창하다. 이 맛을 알고 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얇은 두부면이 출시될 날만 기다리며 마트 두부 코너 앞을 서성인다. 언제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WORDS 김나영(푸드 콘텐츠 기획자)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원태

2021년 10월호

MOST POPULAR

  • 1
    <아레나> 6월호 커버를 장식한 스트레이 키즈 현진
  • 2
    NEXT GEN
  • 3
    비섹스남의 성생활
  • 4
    남자의 품격
  • 5
    스포츠 워치의 세계

RELATED STORIES

  • LIFE

    하나를 고른다면 이것! 그들의 최애 술 5

    막걸리부터, 와인, 샴페인까지.

  • LIFE

    그때 와인 한 잔

    와인 애호가들은 봄에 어떤 와인을 떠올릴까? 그림 같은 풍경에서 즐긴 와인,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미식과 곁들인 와인, 일본 한 와인 바에서 맛본 새로운 와인. 이 계절 어떤 순간 마신, 잊지 못할 와인과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 LIFE

    피트의 모든것

    라프로익 10년은 누구나 좋아할 위스키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그 매력을 알면 빠질 수밖에 없다. 피트 자체를 선명하게 한 모금으로 구현한 위스키. 피티드 위스키라는 영역에서 라프로익 10년이 서 있는 위치다.

  • LIFE

    진짜 K-팝은 발라드다

    K-팝 가수들이 코첼라 무대에 오르고 그래미에서 상을 탄다. ‘두 유 노 BTS?’는 ‘아임 프롬 코리아’를 대신하는 인사말이 됐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한다. 가장 ‘K스러운’ ‘팝’은 발라드라고. 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긴 그 장르. 발라드에 기대어 위안을 얻던 시절로 돌아가 그 매력과 진가를 살폈다.

  • LIFE

    페스티벌의 계절

    5월의 '낭만' 충전을 책임질 5곳.

MORE FROM ARENA

  • LIFE

    장 미셸 바스키아

    가장 비싼 미국 화가, 바스키아와의 값싼 잡담.

  • LIFE

    주말에 만나요

    한 주의 끝자락에만 문을 열고 사라지는 서울 속 숨은 가게들을 찾았다.

  • LIFE

    이달의 책 3

    무작정 집어 든 빳빳한 신간 세 권.

  • FASHION

    WATCHMATE

    차고 난 뒤 넣어두세요. 시계는 소중하니까요.

  • FASHION

    엘리자베스 2세가 패션계에 미친 영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그가 패션 산업에 남긴 유산과 디자이너들에게 미친 영향.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