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제리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거리를 쌩쌩 누비는게 가장 즐겁다고 했다.
제리라는 새 이름
이름은 김재현, AKA(also known as) 제리(Jerry), 닉네임은 장난기 많고 피부가 까맣다는 뜻이에요. 실명보다 별명으로 불리는 게 편할 만큼 마음에 들어요. 2004년생이고, 올해 열여덟 살이에요. 스케이트는 초등학생 때부터 탔고, 잠시 게임에 빠져서 안 타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다시 열심히 탔어요. 스케이트의 매력은… 일상의 유일한 탈출구죠. 달리며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것도 좋고, 고난이도 트릭을 성공했을 때의 희열도 커요. 무엇보다 함께 타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것도 재밌어요. 스트리트 스케이팅을 즐기는데, 거리의 기물을 활용하는 기술인 레지(Ledge)가 재밌어요. 보드로 기물 위를 그라인딩(Grinding)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즐겁게 타다 보니 압구정의 팔팔 스케이트 숍에서 후원받는 스케이터가 됐어요.
청주를 누비는 스케이트 소년
청주에 살아요. 좋아하는 스케이트 스타일도 스트리트이기도 하고, 제가 사는 동네에는 스케이트파크가 없어서 주로 거리에서 타요. 좋아하는 스폿에서 타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쫓겨난 적도 있고, 시끄럽다며 누가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재밌어서 안 탈 수 없어요. 스케이터 특유의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이 좋달까요? 제가 선망하는 1990년대 뉴욕과 필라델피아 해외 스케이터는 모두 거리를 누비거든요. 입는 옷도 마찬가지로 스케이터스러운 게 좋아요. 교복 바지를 엉덩이쯤에 내려 입기도 했고, 사복은 통 큰 바지에 박시한 티셔츠를 즐겨 입죠. 스케이트를 탄다는 건 그 자체로 재밌지만, 그 이상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이잖아요.
스케이터 밴드
스케이트 비디오를 보며 음악에도 관심이 생겼거든요. 힙합은 물론 펑크 록 음악도 좋아요. 최근에는 청주에서 함께 어울리는 스케이터 셋과 밴드를 만들었어요. 이름은 미정인데, 일단 ‘야자수 밴드’라고 부르고 있어요. 저는 리드 기타를 맡고 있고, 얼터너티브하고 재지한 음악을 할 거예요. 스케이트를 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고, 일도 하고, 어울리며 취향을 공유하게 된 셈이죠. 언젠가 뉴욕 할렘에서도 타보고 싶어요. 동경하는 스케이터 중 그 지역 출신이 많거든요. 거기서도 즐겁게 타다 보면 새 친구를 사귀게 되겠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고요엘/ 거리에서 인생을 배운다. 고요엘은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더 창의적인 삶을 꿈꾼다.
거리에서 삶을 배운다는 것
이름은 고요엘, 2004년생이에요. 공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까지만 다녔어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까지 홈스쿨링을 하다 대안학교에 갔죠. 그러다 스케이트보드를 접하고 후원해주는 숍도 생기고, 스케이터로 촬영할 일이 많아지면서 대안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스케이팅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스케이트보드를 탄 지는 1년 반 정도 됐는데, 즐겁게 타다 보니 지금은 홍대에 위치한 워스트 스케이트 숍과 올드 루키스 버거에서 후원을 받고 있어요. 스케이트보드를 비롯해 앞으로도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도자기 만드는 수업을 듣기도 했고, 최근에는 디제잉과 음악 작업도 배우고 있어요. 하고 싶고 즐거운 게 있다면 해보려고요.
스케이터는 친구를 멋대로 판단하지 않는다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형, 누나들은 다 친구처럼 편해요. 나이로 사람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스케이트라는 같은 취미로 만나 동등한 관계로 어울리거든요. 같이 밥 먹고 노는 게 즐거워요. 제가 영상에서 보며 꼭 같이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멋진 스케이터 형, 누나들과 어느 순간 친해지게 됐는데 신기했어요.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제가 연습 중인 트릭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하고요. 스케이트 관련한 건 물론 음악을 비롯해 취향에 대한 것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사이예요.
스케이터다운 멋
아까 사진 찍을 때 “이건 스케이터답지 않은 포즈인데, 다르게 해보면 어때요?”라고 말한 건, 스케이터로 촬영에 임하는 거니까 스케이터다운 모습으로 나오길 원하거든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거니까 즐기는 마음도 있고요. 스케이트 타는 게 재밌는 이유는 어려운 트릭을 자유자재로 하게 됐을 때의 성취감도 있어요. 잘 타는 스케이터들을 보면 스타일도 멋져 보이잖아요. 저도 스타일이 확고한 스케이터가 되고 싶어요. 요즘 제 취향을 한껏 담은 바지를 만들고 있어요. 당연히 스케이터답고, 멋지게 만들 거예요.
/이현신/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개척하는 삶.
네 바퀴의 자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자유롭다고 느껴요. 네 바퀴의 자유라고 해야 하나? 중학생 때부터 탔는데, 처음에는 어울려 다니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꽂혔죠. 요즘은 조금 달라요. 여전히 몰려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혼자 타는 것의 재미도 느껴요. 달리 말하면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됐죠.
이방인에서 로컬 스케이터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좀 힘들었어요. 한국말도 익숙지 않았고, 적응도 쉽지 않았죠. 그때는 늘 스케이트보드만 탄 것 같아요. 그러다 국내 스케이터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됐고, 그렇게 알게 된 지인의 추천으로 모델 일도 시작하게 됐어요. 이제 한국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 정도 됐는데, 국내 스케이트 신의 변화도 느껴요. 처음 왔을 때보다 여러모로 환경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젊고 잘 타는 스케이터들을 후원해주는 숍도 늘었는데 보기 좋고요. 저도, 한국 스케이트 신도 함께 성장한 거죠.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나아가는 삶
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만난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모델 일은 물론 작년에는 그림 전시도 했어요. 스케이트보드밖에 모르던 꼬마였는데 말이죠. 이제는 다른 취미도 생겼는데, 모두 스케이트보드 덕분이라 생각해요. 좋아하는 스케이터인 나타스 카우파스(Natas Kaupas)가 인터뷰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것으로 뭉쳤고, 새로운 걸 만들었고, 즐겼다. 그리고 가볍게 버릴 수 있다. 그게 스케이트보더다”라는 말을 했는데, 스물여덟이 된 지금 이 말에 공감하고 있어요. 저도 스케이트보드와 함께할 거고, 보드를 타며 알게 된 삶의 방식과 지혜로 나아갈 거예요.
/조광훈/ 웹매거진 <데일리 그라인드>는 조광훈의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25년간의 순애보다.
국내 유일 스케이트보드 웹 매거진 <데일리 그라인드>
1997년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탔어요. 당시에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없어서 스케이트 비디오를 사서 보면서 기술을 익혔죠. 늘 스케이트보드와 함께였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학교도 다녔고 전공 살려 다른 일을 한 적도 있죠. 그러던 2008년 <데일리 그라인드>를 스케이트보드 관련 블로그로 먼저 시작했고, 2015년에 웹 매거진으로 창간했어요. 스케이트보드와 이 문화는 누구 못지않게 좋아했지만, 잡지 만드는 일은 처음이라 맨땅에 헤딩한 셈이죠. 그렇게 처음 2년간 고생 좀 하고, 지금은 매거진으로서도, 관련 행사나 콘텐츠 프로덕션으로서도 안정된 것 같아요.
스케이트보드라는 라이프스타일
스케이트보드는 원초적으로 생각하면 ‘놀이’잖아요. 지금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도 했고 글로벌 기업도 뛰어들며 산업과 문화가 커졌지만, 결국 이걸 탄다는 것 자체로 즐거워하고 만족하는 게 진정 즐기는 길인 것 같아요. 생계 혹은 직업 때문에 스케이트보드를 끊은 경우를 더러 봤거든요. 저는 <데일리 그라인드>로 스케이트보드가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이라는 걸 소개하고 있어요. 쉬는 날에는 자전거 타고 산책하는 것처럼, 바닷가로 서핑하러 가는 것처럼 스케이트보드도 여가 생활로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로컬 스케이터가 한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꾸린다는 것
<데일리 그라인드>는 전문 스케이터 인터뷰나 스케이터 비디오 콘텐츠 외에, 다른 일을 하면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 인터뷰 시리즈도 연재하고 있어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분야를 개척함과 동시에 스케이트보드도 즐기는 친구들이죠. 이 시리즈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하면서도 스케이트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은 미국처럼 스케이트보드 시장이 크지 않고, 스케이터로서 먹고사는 게 쉽지 않아요. 심지어 미국에서도 스케이터로만 먹고사는 사람은 극소수죠. 대부분 자기 일을 하면서 짬나는 시간에 스케이트보드를 타요. 저는 <데일리 그라인드>를 운영하고,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찍고, 관련 행사 대행도 하며 삶을 꾸리고 있죠. 주변에는 스케이트 숍을 운영하는 친구들을 비롯해, 관련 업계에서 일하며 스케이터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쨌든 스케이터들이 관련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즐기며 살고 있다는 건 신이 커졌다는 의미이자 성장했다는 뜻이라 기쁘죠. 스케이트보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문화적으로 청신호라고 보고요. 넓게 보면 스케이트보드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에게 이 문화를 잘 소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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