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F/W•
EDITOR’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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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구찌의 런웨이는 100주년 기념 파티가 시작되는 클럽 입구 같았다. 스피드 라이트로 채워진 반짝이는 터널. 와이드 피크드 라펠에 깊고 진한 빨간색 벨벳 소재 턱시도를 입은 모델이 처음으로 클럽에 도착했다. 그래, 톰 포드! 그 시절의 구찌가 돌아왔구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톰 포드의 섹슈얼한 긴장감을 약탈해왔다고 했다. 매끈하고 날렵한 실루엣, 레트로풍 소라색 하이넥 셔츠에 검은색 가죽의 하네스로 몸을 감싸고. 스포츠형 고글이나 조금 허세스런 태도까지 아주 쌔끈하다. EDITOR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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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INE
에디의 기사들이 샹보르 성의 외벽을 크게 감아 돌며 청춘의 행진을 이어갔다. 르네상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피터팬 칼라 셔츠에 스터드 장식의 빈티지 가죽 베스트와 짧게 맨 볼드한 체인 목걸이, 투박한 부츠. 여기까진 영락없이 갑옷 입은 백마 탄 기사. 그 복잡한 레이어 사이에 회색 후드 티셔츠, 소매를 오려낸 데님 베스트를 툭 끼워 넣은 게 킬링 포인트다. 앞머리에 살짝 핑크빛으로 탈색한 브리지까지 의도한 것 같은데. 에디는 정말 너무 잘해. EDITOR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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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IUTTON
제일 마음에 드는 건 팔뚝까지 올라온 매끈하고 긴 가죽 장갑. 목 끝까지 단단하게 채운 셔츠 & 타이, 신기술이 적용된 방탄 소재 같은 베스트, 매끈한 벨보텀 팬츠와 부츠, 미세하게 복슬거리는 모헤어 느낌의 페도라. 그중 화룡점정은 존재감 또렷한 LV 로고 장식 벨트.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왠지 일처리 하난 끝내주게 완벽할 것 같은 미래 지향적 카우보이. 그러고 보면 카우보이와 신문이라니, 안 어울리는데 그냥 멋있다. EDITOR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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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 SANDER
질 샌더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우주에서 길을 잃고 빈 철제 박스에 앉아 있는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준비했다고 한다. 팬데믹 시대로 단절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공허함이라니, 우주에 빗댈 만하다. 차분하게 늘어지는 코트에 장화를 신고 흉갑처럼 세공된 목걸이를 장착한 모델들은 ‘mother’라고 새겨진 목걸이를 걸고 있다. 질 샌더 특유의 우아하고 건조한 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진정성 있는 컬렉션. EDITOR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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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bH
GmbH의 F/W 시즌이야 늘 훌륭했고, 경계 없는 젠더 감수성에 쿠튀르적인 요소를 제대로 발휘할 줄 아는 몇 없는 남성 컬렉션이어서 더 흥미롭다. 다부진 체격에 팽팽하게 핏되는 실루엣부터 대담하게 쇄골을 드러낸 아우터까지, 아이템과 스타일링 면에서 모두 긴장감 있게 집중하도록 만든 쇼였다. EDITOR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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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
푹푹 찌는 이 폭염이 지나가자마자 입고 싶은 온갖 스웨터와 코트는 로에베에 다 있었다. 크고 작은 팬지 프린트를 메인으로 아트워크와 일러스트를 가득 채운 룩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될 정도로 호사스럽고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하다. 크고 느슨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이번 컬렉션은 헤비 울과 가죽, 시어링 소재로 묵직한 형태를 완성해 더없이 안락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EDITOR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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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은 언제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가을· 겨울 컬렉션은 타이틀마저 ‘Dressing for our days’였다.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한 계절의 색감이 코트와 블레이저, 셔츠와 수트 등 일상적인 아이템 위에 녹아들었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레그 워머와 머플러까지. 널찍한 카디건과 따뜻한 로퍼 위에 포근하게 얹은 레그 워머 때문에 겨울이 기다려지는 걸 보면 이번에도 그의 ‘레디 투 웨어’는 성공적! EDITOR 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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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이미 너무 많은 미디어에서 라프 시몬스와 프라다의 만남을 다뤘기에 이 지면에 프라다를 언급하는 게 옳은가 싶다. 그럼에도 라프와 프라다에 대한 애정과 미감을 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큼지막한 브이넥 니트, 기하학적인 무늬의 보디 수트와 대조적으로 차분한 봄버 재킷이 비현실적인 공간 위에 펼쳐졌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컬러풀한 하늘색 코트와 노란색 가방. 평상시 이걸 어떻게 입나 싶다가도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하나쯤 옷장에 걸어두고 싶다. EDITOR 김성지
ETRO
고백하자면 에트로의 옷은 조금 올드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F/W 시즌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특유의 페이즐리와 에스닉한 패턴이 눈 시린 니트 베스트, 아노락 재킷, 스타디움 재킷과 데님 팬츠 등 캐주얼한 아이템과 어우러지니 힙을 입은 것이 아닌가. 백미를 하나 뽑자면 에스닉한 셔츠 위에 초록색 체크무늬 카디건을 걸치고, 벨트로 허리를 감싼 룩. 여기에 보색을 이루는 연보라색 볼캡과 스니커즈까지 더하니 영락없이 쿨해 보이는걸. EDITOR 김성지
•2021 F/W•
KEYWORD 3
1 RED ALERT
지난 가을·겨울 고채도의 선명한 빨간색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검붉은색, 진한 체리색, 버건디 등 다양한 색조의 빨간색이 등장했다. 알릭스의 스포티한 봄버 재킷, 카사블랑카의 우아한 수트, 웨일스 보너의 에스닉한 셔츠 등 브랜드의 DNA를 살린 실루엣으로. 눈에 띄는 빨간색이 부담스럽다면 비교적 단정한 실루엣의 아우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테면 루이 비통의 단색 코트나 검은색 체크무늬가 혼합된 코트.
2 MILD GOWN COAT
올 시즌 아우터의 가장 큰 변화를 하나 꼽자면 코트 실루엣의 변화다. 몇 해간 컬렉션을 점령한 단정한 테일러링 기반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자취를 감춰가는 한편, 목욕 가운처럼 벨트가 달린 코트가 눈에 띄었다. 가장 고전적이고 우아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필두로 펜디는 누빔 소재로 재단한 코트의 벨트를 조여 안온하게 감쌌다. 루이 비통의 모델들은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이나 피자를 들었는데, 그 모습이 포근한 겨울 나라에서의 휴양을 연상시켰다.
3 1990’S SWEATER VEST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푸근하고 복고적인 스웨터 베스트가 돌아왔다. 이번 시즌 스웨터 베스트를 입는 브랜드들의 방식은 더없이 명확했다. 저마다의 스타일로 스웨터 베스트를 내놓았는데, 에트로는 아노락 재킷 위에 색감 진한 베스트를 레이어드했고, 와이프로젝트는 브이넥의 한쪽을 절개해 자신의 특기인 해체주의를 선보였다. 에르메스와 웨일스 보너는 복고적인 페어아일 패턴 스웨터와는 대조적인 세련된 실루엣의 폴로셔츠를 함께 매치하는 등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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