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눈을 모두 가릴 만큼 버킷 해트를 깊숙이 눌러 쓰고, 점프 수트와 쇼츠의 밑단은 바짝 말아 올려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게. 1960~1970년대 스타일의 비치 웨어에 오버 사이즈 재킷이나 투박한 가죽 재킷을 툭 걸친 모델들은 온통 빨간색으로 이뤄진 굴곡진 터널을 통과 했다.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의 데포지토에 설치된 그 터널의 끝은 사르디니아의 환상적인 해변가로 향했다. 프라다, 그리고 그들의 런웨이를 책임지는 AMO는 자연과 인공물이 상호 작용하는 공간속에서 완성되는 미스테리한 여름 휴가를 상상했다. 그 빨간색 런웨이는 시공간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여린 바다 한 가운데엔 새빨간 터널의 조각들이 부표처럼 떠 있었다. 해변가의 거대한 암벽 사이에도 빨간 조각들이 좌초된 듯 섞여 있었다. 이상과 현실이 뒤엉킨 듯한 해변가로 나온 모델들은 무거운 아우터를 벗고 해변에서의 망중한을 만끽했다. 너무나 고요하고 맑아서 비현실적인 해변과, 빈틈없이 잘 지어진 새빨간 구조물의 조화. 그 초현실적인 비주얼의 해변가에서, 프라다의 신비로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BRUNELLO CUCINELLI
‘스타일의 아름다움과 조화와 우아함 그리고 좋은 리듬은 간결함에 달려있다’. 플라톤 <국가론>의 한 구절. 이를 바탕으로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번 시즌 스타일의 균형, 본질, 절제를 통한 완전함을 추구했다. 언제나처럼 우아하고 클래식한 여유가 넘쳐 흐르는 풍요로운 스타일엔 세련되고 현대적인 취향을 더했다. 장식적인 디테일 보다는 소재의 품격과 실루엣, 간결한 색감의 조화로 봄/여름을 채워 넣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스타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수트는 블레이저를 믹스 매치하여 더 다양한 무드로 연출 할 수 있게 하였고, 팬츠는 부드럽고 볼륨감 있는 실루엣으로 선보였다. 클래식한 면과 여름의 리넨, 버진 울 소재 등 천연 섬유에서 얻은 값진 소재들을 두루 사용했다. 색상 파레트는 흰색부터, 베이지색, 아주 옅은 모래색 등 가볍고 부드러운 뉴트럴 계열의 색감들을 바탕으로, 가장 고상하면서도 스포티한 색상인 남색, 모던함의 전형 회색을 균형 있게 매치하여,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조화를 이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프리젠테이션 현장의 모든 모델들이 모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것. 낯설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 인상적이고 현 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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