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꺼낼 패가 많다. 지난 6월 1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페리언스가 개최됐다. 아우디의 진보적인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차량들을 보고 만지고 달려보는 흔치 않은 기회라 후다닥 인제로 향했고, 처음 시승한 차량은 RS Q8이었다. 아우디 SUV 라인 Q시리즈 중 맏형이다. 여기에 아우디 고성능 라인을 상징하는 RS 마크를 붙여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자웅을 겨루는 수준에 도달했다. 최고출력 600마력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RS Q8의 가속 성능과 짧은 회전 반경 등 유연성 테스트를 한 다음, 레이싱 트랙에 올랐다. 트랙에는 형형색색의 R8들이 대기 중이었다. 빨강, 파랑, 노랑 R8들이 트랙에 정렬한 모습은 장관이었다. 물론 R8은 신차는 아니지만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R8은 노면을 움켜쥐고 달렸다. 코너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빠르게 자세를 제어하며 달렸다.
이후에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RS e-트론 GT 택시 시승이 있었다. 운전대는 강병휘 선수가 잡았고, 기자들이 빈 좌석을 채웠다. R8을 시승한 직후라 전기차 특유의 고요가 어색했다. 무중력 상태로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달까. RS e-트론 GT는 폭발적인 배기음이나 터보랙, 떨림도 없이 가속이 이루어졌다. 가속을 예측할 수 없어 근육은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운전을 맡은 강병휘 선수는 기자들이 긴장을 풀 때마다 급가속을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RS e-트론 GT는 조금의 미끄러짐도 없이 굽이진 코너를 빠져나갔다. 흔들리는 건 탑승객들의 몸뚱이뿐.
트랙에서 얼을 뺀 뒤 공도 시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제 인근에 위치한 산길을 왕복하는 와인딩 코스였다. 차량의 무게중심과 코너에서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적합한 구간이었다. 운 좋게도 아우디가 가장 최근 출시한 모델 아우디 ‘e- 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의 운전대를 잡았다. 정면만 보면 기존 ‘e-트론 50 콰트로’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디자인 차이는 뒷면에 있다. ‘e-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는 뒷면이 쿠페 형상이다. 리어 윈도우가 가파르게 깎여 있다. 그리고 슬쩍 치켜 솟은 날렵한 스포일러로 마감했다. 이름처럼 뒷모습이 스포티하다. 날렵한 디자인은 공기항력계수를 낮추는 데 일조한다. 공기항력계수를 낮추는 건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한 과제다. e-트론에 버추얼 사이드 미러를 장착한 것은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공기항력계수를 0.1이라도 낮추기 위한 시도다. 이로써 e-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는 항력계수를 0.25까지 낮췄다. 외모만큼이나 출력도 세다.
전방과 후방 액슬에 탑재된 두 개의 모터가 힘을 발휘한다. 두 모터의 힘을 합치면 최고출력이 313마력, 최대토크는 55.1kg·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에 6.8초가 소요된다. 와인딩 구간에서 큰 체격을 경쾌하게 움직이기 충분한 힘이다. 차량은 매끄럽게 움직인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작동되지만 제동이 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작동된다.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회생제동 세기는 운전자가 설정에서 직접 조정할 수 있다. 굽이진 코스를 돌아 나갈 때마다 차량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콰트로 덕분이다.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여 각 바퀴에 최대토크를 전달하는 효율성 높은 시스템이다.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잡기도 할 테지만 그보다는 전자식 콰트로의 기능이 더 힘을 발휘한다. 울퉁불퉁 요철을 지날 때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주행 스타일과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76mm까지 조절된다.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는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며 지상고가 낮아진다.
‘e- 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는 경쾌한 주행감과 탁월한 안정성, 최첨단 편의 기능 등 기술을 통한 진보를 이야기하는 아우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생김새도 좋고, 스피커도 좋고, 카메라도 여러 대다. 이 정도면 ‘e-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주행거리만 조금 더 길어지면 좋을 텐데, 가격만 조금 낮아지면 좋겠는데. 아우디의 패를 만지작거리며 승부를 예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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