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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1975
작년인가, 아무튼 극성맞은 열대야였다. 찬물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부터 자연풍으로 회전시켰다. 얼음 가득 넣은 핸드릭스 진 토닉 한 잔을 만들고, 큼직한 화면에 <죠스>를 틀었다. 그냥 갑자기 보고 싶어서. 창문은 있는 대로 다 열어놔서 시끌벅적한 동네 사람들 소리가 다 들리는 와중에, 조용히 ‘두둥’ 하는 오리지널 사운드가 들리는 순간 전율이 쫙! 전혀 뜻밖에, 너무 평범해서 완벽한 여름밤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조건 스티븐 스필버그 버전으로!
EDITOR 최태경 -
<비거 스플래쉬> 2015
많은 이들이 여름 영화로 꼽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전작. 어쩌다 보니 책 추천도 그렇고 시칠리아에 뭐라도 있는 사람 같네. 어쨌든 시칠리아 판텔레리아섬의 아름다운 여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질투와 욕망이 먼바다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몇 번이고 이 영화를 다시 본 이유는 틸다 스윈튼의 무섭도록 감각적인 패션 때문이다. 여자들이 여름에 어떤 스타일로 입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
EDITOR 노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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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칙스> 2004
설령 영화 <화이트 칙스>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영화 중간부에 나오는 노래 ‘A Thousand Miles’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 테리 크루즈가 오픈카에서 귀여운 몸짓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막힘없이 시원한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 꼭 찾게 되는 영화다. 넷플릭스를 켜놓고 고민을 해도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을 때면 생각한다. ‘화이트 칙스나 볼까?’
GUEST EDITOR 유선호 -
<재키 브라운> 1997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여름 영화들을 하나같이 좋아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재키 브라운>에 꽂혔다. 1960~70년대의 소울 펑크와 흑인 음악들로 채워진 사운드트랙과 자잘자잘하게 등장해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무엘 잭슨만 아니라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치고 대사가 적다는 점, 선명한 원색 유니폼이며 빨간색 칵테일 드레스를 소화하면서 거꾸로 쓴 캉골 헌팅캡마저 어울리는 재키 브라운의 대단한 스타일까지 볼 때마다 딱 저 시절 LA의 여름을 대리 만끽하는 기분이 든다. 한탕 크게 해치우고 떠나는 그녀의 목적지마저 완벽하다.
EDITOR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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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 2003
여름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피한다. 여름이 오면 여름 노래가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게 지겹듯, 진득한 열기가 감도는 왕가위 영화는 지루하니까. 오히려 사랑스러운 겨울을 피부로 느끼고 싶어 <러브 액츄얼리>를 찾는다. 삭막한 겨울이 가고 풀이 파릇하게 자라나면 로맨틱한 감정이 피어오르던데, 시각적 더위는 싫으니 겨울 로맨스 영화를 슬쩍 틀어본다.
EDITOR 정소진 -
<로마> 2018
이 영화를 고른 건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했다. 둘째, 고전미가 느껴지는 흑백 화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다 보면 전기료가 절약되는 기분이다. 농담이다. 마지막 세 번째, 로마 알파벳을 역순하면 ‘아모르’가 된다. 결국은 사랑에 관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스포일러는 아니니 안심하고 봐도 된다. 재미는 보장한다.
EDITOR 차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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