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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기행

마감을 앞두고 세 번이나 동쪽으로 떠났다. 목적지도 차량도 목표도 달랐지만 낭만적인 순간이 있었다.

UpdatedOn June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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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쑥스럽게 북한강까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동해로 가고 싶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두어 시간 남짓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세상의 푸른 끝. 전기차 번호판이 파란색이라 괜히 바다가 떠올랐고, 날씨도 좋았다. 지난 4월 21일 현대차 아이오닉5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하남에 위치한 야외 주차장에는 아이오닉5 수십여 대가 봄볕을 맞으며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날 주목할 프로그램은 두 개인데 하나는 아이오닉5의 주행 감각을 체험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급속충전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강동구에 위치한 급속충전소의 충전기 앞에 차량을 위치시켰다. 키오스크로 원하는 충전량이나 금액 중 하나를 선택하면 천장에 달린 충전기가 빙그르 돌며 선택한 충전구 위치로 내려온다. 하늘에서 동아줄 내려오는 것 같다. 충전 상황은 키오스크 화면과 충전구 옆 LED 램프로 표시된다. 초급속 충전을 해보니 50% 남은 배터리가 5분 만에 70%까지 충전됐다. 북한강까지 다녀올 충분한 양이다.
쉬엄쉬엄 출발할 생각에 자동차를 이리저리 훑어봤다. 길이는 소형 SUV 정도이지만 높이는 그보다 낮았다.

인상적인 것은 긴 휠베이스였는데, 동급 차량들과 비교하면 앞뒤 바퀴 사이가 넓다. 실내 공간 널찍하게 잘 뽑기로 유명한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끝까지 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바닥도 평편하다. 바닥에 걸리는 게 없으면 시트를 쉽게 이동시킬 수 있고, 시트를 이동시킨다는 것은 실내 공간을 넓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긴 휠베이스와 1열 시트의 조합이 뒷좌석의 여유로 이어졌다. 시트는 모두 전동 슬라이딩 방식이라 뒷좌석을 접지 않아도 트렁크 적재 공간이 확장된다. 운전석도 넓고, 디스플레이도 넓다.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케이스 안에 들어 있다. 터치 잘되고, UI도 직관적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전원 버튼을 켜고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꾼 후 슬쩍 가속페달을 밟으니 여느 전기차처럼 미약한 모터 소리를 내며 이동했다. 전기차 특유의 ‘샤이’한 움직임이지만 어색함이 덜했다. 조향감이 가벼워서 그렇다. 서행하면서 운전대를 슬쩍 잡고 살짝 움직여보니 가볍게 돌아갔다. 가벼운 조향감은 일상의 편안한 주행을 지향하는 아이오닉5와 잘 어울리는 감각이다. 가속페달도 부드럽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사용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제동이 이루어진다. 발놀림이 섬세하지 않다면 도심 주행에서는 차가 울컥거릴 수도 있다. 전기차의 회생제동만큼은 적응 안 된다는 이들도 있고, 차가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아득바득 우기는 것 같아 불쾌할 수도 있다. 아이오닉5도 회생제동을 지원한다. 하지만 운전자도 모르게 ‘샤이’하게 제동된다. 아이오닉5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이 탑재됐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회생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으로 교통이 원활할 때 회생제동량을 낮춘다. 눈치껏 제동한다는 뜻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 가속을 즐겨봤다. 일상에서 적당히 달리고, 적당히 주행하기에 적합하다. 스포츠카 같은 가속감은 아니다. 모터 소음이 귀에 거슬릴 것 같지만 풍절음이 더 거슬린다. 소음에 예민하다면 이중 접합 유리가 적용된 모델이 잘 맞겠다. 고속도로에서 달려보고, 회전 구간에서 운전대를 이쪽저쪽으로 당겨도 제법 균형을 잘 잡는다. 볼거리는 많고 최신 모델인 만큼 그래픽은 세련되게 표시된다. HUD는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알려주고, 내비게이션이나 공조기, 미디어 등 센터 디스플레이도 조작이 간편하다. 한 시간 반 정도 뒤에 북한강에 도착했다. 신호가 많고, 과속카메라도 많고, 정체 구간도 많았다. 에너지를 절약한 것도 아닌데 배터리는 동해까지 충분히 가고도 남을 양이었다. 이대로 서울로 돌아가긴 아쉬운데. 아쉽다는 소리를 반복하며 휴대폰으로 차 사진을 찍었다. 아이오닉5의 매트한 금속 질감이 북한강 윤슬 따라 ‘샤이’하게 빛났다.

② 양양의 여름

지프 글래디에이터

여름이 완연해지기 전에 바다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지프가 나름 유서 있는 축제인 ‘지프 캠프 2021’을 개최한다고 하여 급히 양양으로 떠났다. 지프 캠프 2021은 지프가 마련한 캠핑장에서 쉬고, 먹고, 불멍하는 놀이다. 낮에는 지프가 자랑하는 오프로더들을 타고 험로를 통과한다.
이번 행사에 준비된 오프로더들은 랭글러 2도어와 4도어, 루비콘, 사하라, 오버랜드에 글래디에이터, 체로키, 레니게이드도 있었다. 14대가 넘는 개성 강한 오프로더 중 시승한 차량은 글래디에이터다. 글래디에이터는 전장이 5,600mm에 달해 지프 차량들 중 가장 길다. 가장 긴 차를 타고 굽이진 오프로드 코스를 통과할 생각을 하자 부담된 건 사실이었다. 쇼트 보디를 탔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까. 첫날 일정은 ‘지프 웨이브 파크’에서 치러졌다.

송전 해변에 마련된 지프 웨이브 파크는 16개의 오프로드 코스로 구성됐다. 통나무 범피부터 시소, 층계, 록 크롤링 등 지프의 4×4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코스들로만 구성됐다. 지프 웨이브 파크에 입장할 때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기어는 4L로 맞추고, 스웨이 바 분리, ESC 해제다. 준비가 완료되면 쉬운 코스인 범피 구간을 지난다. 별것 없다. 그냥 달리면 된다. 차 안에서 몸이 들썩이고, 조수석에 앉은 타 매체 기자 엉덩이가 통통 튄다. 다음에는 사면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쉬워 보여도 사면로에 바퀴를 안정적으로 얹어야 하기에 정밀함이 요구된다. 사면 바닥이 차 보닛에 가려져 보일 리가 만무하지만 오로지 감각과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운전대를 이리저리 꺾으면 된다. 소나무 숲길은 좁은 모래밭을 통과하는 거라 쉽지만 전장이 긴 글래디에이터로는 회전 구간을 한 번에 통과하긴 어렵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언덕 트랙션도 무서울 거다. 무섭더라. 통나무 서스펜션도 어려운 코스였다. 길이 좁고, 그에 비해 타이어는 너무 컸다. 좁은 통나무 위를 지날 때는 창문을 내리고, 문에 왼팔을 올려 잡고, 바퀴를 보면서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시소는 가장 흥미로운 코스였다. 좁은 시소에 올라서면 시소가 내려간다. 쿵 하는 충격에 타 매체 기자 엉덩이가 다시 한번 공중에 뜬다. 시소에서 내려갈 때는 풀 액셀을 밟아 빠르게 내려가야 한다. 층계와 수로를 지나 백사장 도로에서 멈췄다. 양양 바다를 바라보았고, 서울과 달리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짙었다.

저녁에는 캠프에서 바비큐를 하고, 불멍하는 시간을 가지며 술만 마셨으니 할 말이 없다. 다음 날 오전에는 ‘마운틴 트레일’ 코스로 향했다. 3시간으로 이루어진 외곽 드라이빙 코스다. 약 50km 길이며 와인딩 구간을 통과해 산속 비포장도로를 30분간 달린다. 좁고 아름다운 산길이다. 가장 아름다운 건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과 바다의 풍경이었다. 서울에서 가져온 근심들이 해소됐다. 등산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럴까. 오프로드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절벽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랭글러들의 자태도 인상적이었고.

③ 춘천 가는 SUV

르노삼성 QM6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들으며 운전할 요량이었다. 목적지가 춘천이기도 했고, 춘천에 오랜만에 방문하기도 했고, 문득 떠나는 여행에는 김현철 1집 감성만 한 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수석에 초면인 홍보 담당자가 합승했고, 묵혀둔 감성을 드러내기에는 조금 어색한 상황이었다. 이날은 르노삼성 QM6 가솔린, 디젤, LPG 3종을 시승했다. 목적지는 춘천이었고.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평일임에도 정체가 극심했다. 다행히 원주까지는 LPG 모델인 2.0 LPe를 몰았다. 소음과 진동이 적어 편안했다. LPG 차량을 타면 마음도 편하다. 연비 걱정이 적어서다. 뉴 QM6 2.0 LPe는 국내 유일의 LPG SUV다. 액체 상태의 LPG를 각 기통에 분사하는 LPLi 방식을 사용해 겨울철 시동 불량 문제가 없고, 출력도 나쁘지 않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m가 낮은 회전대에서 발휘되어 실사용 시에는 가솔린 모델인 GDe와 동일한 수준의 체감 토크가 나온다. 중형 SUV 중 이 정도 ‘가성비’를 갖춘 건 없다. 원주에서 식사를 하고 치악산을 보면서 기지개 한 번 켜고, 가솔린 모델에 올랐다.

뉴 QM6 GDe는 중형 SUV 중 유일한 2.0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차량이다. 최고출력 144마력과 최대토크 20.4kg·m를 발휘한다. 가속이 경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수준도 아니다. 고속 주행 시에는 균형 잡힌 차체가 안정감도 준다. 동력은 준수한 성능이다. 복합 연비도 12.0km/L에 달해 연비도 준수하다. 외형도 실내도 준수하다. 어디에 주차해놔도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차감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실내는 편안한다. 프레임 없는 룸 미러, 12개 스피커가 탑재된 보스 서라운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괜찮은 구석이 많다.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정숙한 것도 장점이다.

차음에 집착한 건 디젤 모델인 뉴 QM6 dCi다.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펜더, 대시, 서브프레임 부싱, 엔진 배기 히트 실드에 흡차음재를 보강해 디젤 특유의 소음을 줄였다. 힘은 가장 좋다. 최고출력 184마력에 최대토크는 8.7kg·m를 발휘한다. 낮은 구간에서부터 토크가 발휘되어 가속이 경쾌하다. 디젤 모델에는 특별한 사양이 추가됐다. 사륜구동 모드를 지원한다. 빗길이나 눈길에서도 마찰력을 유지한다. 가솔린과 LPG보단 조금 시끄럽지만 힘세고, 사륜구동에,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도 지원한다.
결국 춘천에 도착했고, 김현철 노래는 부르지 못했다. 대신 자몽에이드를 마실 수 있었고, 와플을 먹으며 의암호 전경을 보았다. 그리고 뉴 QM6는 가성비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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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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