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초기 전기차에는 납축전지가 들어갔다고?
A 처음 양산형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납축전지였다. 1996년 출시한 GM의 EV1이 품었다. 납축전지는 내연기관 자동차 보닛을 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배터리다. 탄통처럼 생긴 배터리 말이다. EV1은 납축전지를 여러 개 붙여 배터리팩을 만들었다. 척 봐도 무겁고 효율이 떨어진다. 그다음 전기차 배터리로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했다. 니켈 수소 배터리는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개선한 것이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 주로 쓰였다. 물론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토요타 프리우스도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했다. 보다 고용량이고, 완전히 방전한 후 충전하지 않으면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 현상도 나아졌다. 하지만 메모리 현상이 아예 없진 않아서 치명적인 단점은 여전했다. 이를 개선한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다. 메모리 현상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완전히 방전하고 충전하지 않아도 전체 용량이 줄지 않는다. 이런 장점 덕분에 여러 전자기기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어떻게 보면 전자기기 배터리가 발전해 전기차 배터리로도 쓰인다고 할 수 있다.
02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엇으로 구성되나?
A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액체 상태의 전해질 사이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전기를 일으킨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섯 가지.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케이스로 나뉜다. 양극은 전자를 받아 양극 활물질이 환원되는 전극, 음극은 산화 반응을 하며 도선에 전자를 방출하는 전극이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원활하도록 하는 매개체.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전기적 단락 방지를 위한 격리막이다. 케이스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담은 틀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를 합쳐 셀이라 표현한다. 그러니까 셀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 형태인 셈이다.
03 배터리 설명할 때 나오는 활물질은 뭐지?
A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의 소재에 따라 용량과 전압이 달라진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활물질이다. 양극 소재에 따라 무수한 활물질이 생성된다. 현재 배터리로서 적합한 성능을 내는 양극 활물질은 다섯 종류. 이 활물질에 따라 안전성, 수명, 제조 난이도 등 배터리 특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중에 전기차 배터리로 주로 쓰이는 활물질은 두 가지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배합한 NCM과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배합한 NCA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NCM과 NCA 활물질을 생성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뜻한다. 그 외에 몇 가지 더 있지만 너무 복잡해지니 대표적인 것만 꼽겠다. NCM과 NCA는 더 많은 양의 리튬이온을 들락날락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즉, 전기차에 필요한 고출력과 고용량에 적합하다. 전기차 배터리에 NCM과 NCA 활물질을 주로 쓰는 이유다.
04 전 세계가 코발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A NCM이든 NCA든 가운데 C가 들어간다. C는 원소 기호 Co, 코발트를 뜻한다. 코발트는 니켈과 구리의 부산물에서 나오는 은백색 금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코발트는 출력과 안전성을 높이는 중요한 원료다. 문제는 코발트가 희소 광물이라는 점이다.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백만 톤 정도라고. 게다가 그중 절반가량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매장되어 있다. 지역 특성상 반군의 군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로도 분류한다. 애초 양도 적고 채굴할 곳도 한정돼 있으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즉, 코발트 가격이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전 세계가 코발트에 주목하는 이유다.
05 셀, 모듈, 팩은 각각 뭘 뜻하나?
A 모두 배터리를 말하는 듯한데, 각기 다른 용어로 쓰는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어디선가 배터리 셀, 또 어디선가 배터리 모듈, 때로 배터리 팩이라고 부른다. 따져보면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지칭하는 단어다. 대신 구성 단위가 다르다. 셀이 가장 기본 단위다. 셀을 여러 개 모아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여러 개 모아 팩으로 마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 팩을 뜻한다. 일례로 BMW i3 배터리에는 셀이 총 96개 들어간다. 이때 셀 12개를 모듈로 묶고, 또 모듈 8개를 모아 하나의 팩 형태로 구성한다. 모듈은 셀을 열과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팩은 그 모듈들을 모아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냉각 시스템 등을 추가한 최종 형태다. 당연히 차종마다 셀과 모듈 개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06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중요하다던데?
A 배터리라고 하니 단순한 느낌이 들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이 단순할 리 없다. 배터리 팩은 여러 제어, 보호 시스템을 적용해 관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현상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폭발 위험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리튬 금속은 온도에 민감하고,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흘러나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폭발할 수도 있다. 당연히 전기차 배터리는 그만큼 겹겹이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배터리 수명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온도나 전압, 충전량도 제어한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배터리의 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 배터리인 만큼 복잡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07 자주 급속으로 충전하면 배터리에 나쁜 영향을 주나?
A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되는 과정은 화학 반응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전해질에 리튬이온이 오가면서 전기를 저장, 방출한다. 뭐든 급하면 체하게 마련이다. 자주 급속으로 충전하면, 이론상 좋진 않다. 하지만 이런 빤한 단점을 그냥 두고 만들 리 없다. 이때 역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활약한다. 보통 배터리는 20%까지 빨리 방전되고, 80%까지 빨리 충전된다. 그 안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급속 충전을 조율하며 제어한다는 뜻이다.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또한 냉각 시스템이 방비한다. 완속 충전이 급속 충전보다 배터리에 더 안정적인 충전법인 건 맞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충전하니까.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전기차 충전 패턴이 급속과 완속을 절로 배분하잖나. 평상시에는 밤에 완속 충전을, 급할 때 급속 충전을 이용하잖나.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보증기간은 대체로 10년이다. 보통 보수적으로 기한을 잡으니 내구성은 더 높다는 뜻이다.
08 배터리를 오래 쓰는 방법이 있나?
A 배터리 팩에 적용한 다양한 장치가 배터리를 오래 쓰도록 관리한다. 그럼에도 모든 물건에는 수명이 있고, 쓰는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을 오래 유지할 긍정적 방법 또한 있다. 우선 고온을 피하는 게 좋다. 배터리는 주위 온도에 민감하다. 지나친 고온에 전기차를 계속 노출하는 경우 배터리 수명에 좋지 않다. 한여름에 외부에 오래 주차한다든지, 급속 충전과 고속 운행을 반복한다든지. 완전히 방전된 상황도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물론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5% 정도 추가 전력을 남겨놓아 과방전을 보호한다. 그럼에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마저 꺼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충전량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장시간 충전하지 않은 채로 세워둔다든가 하는 상황. 한 달에 한 번 이상 완속 충전으로 100% 충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각 셀에 전기를 채울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특정 셀이 손상되는 상황을 미리미리 막을 수 있다. 전기차 사용설명서에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완속 충전을 권한다.
09 배터리 용량이 같아도 왜 각 전기차 전비가 다를까?
A 배터리 용량이 같으니 전기차의 주행 거리도 같을까?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우선 차종이 다르니까. 그 말은 각각 차량 무게와 출력 특성,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여러 가지가 다르다는 뜻이다. 오직 배터리 용량만으로 전비를 가늠하기 힘든 이유다. 특히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제조사마다 다르게 설정해 정확한 등가 비교는 불가능하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으로 사용 가능 총량을 제한할 수도 있으니까. 배터리 자체만으로도 출력, 안전성, 내구성에 따라 각각 차이 나는 데다가 차량 변수까지 더하면 다를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도 그렇잖나. 배기량과 출력이 비슷해도 연비가 제각각이다. 전기차도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할 뿐 자동차니까. 전자제품만큼 효율이 똑 떨어지지 않는다.
10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패러다임을 바꾼다던데?
A 전기차가 세상을 지배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충전 인프라. 그다음은 더 효율 좋은 배터리. 배터리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만 봐도 알 수 있다. 효율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졌다. 이런 변화가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한층 증폭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소하고 더 높은 효율을 챙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은 전해질이 액체라는 점이다.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이 액체가 아니라 고체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부피도 줄어든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 팩에 더 많은 셀을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충전 속도가 빠르다.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하는 데 40분 걸릴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한다. 더 많이 담고 고효율이며 충전 속도도 빠른 배터리인 셈이다.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충전 시간도 빠르고 완충할 경우 800km 이상 달리는 전기차도 희망 사항만은 아니다. 장밋빛 미래다. 물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가격도 맞춰야 한다. 그럼에도 차세대 배터리로서 전고체 배터리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작년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동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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