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 황태자, 구세주, 백원만, 전과자, 왕재수, 모성애, 인내심, 노양심…! 단순한 이름만큼 인물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 속 세계엔 전통적인 형태의 가부장이 존재한다. 그 지독한 가부장제에 종속된, 돈 없고, 양심 없고, 재수 없어도 모든 인간 군상은 가정과 가족이란 이름 아래 하나가 된다는 거대한 밥상머리 세계관이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문장이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아무튼,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인생사가 가진 보편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마지막엔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 가족 드라마의 정석!
CHARACTER COLOR GUIDE
● 복수의 화신 ● 사이다 할머니 ● 불쌍한 엄마 ● 조력자 ● 사형감 ● 모성을 잃은 엄마 ● 고구마 ● 가부장 악마 ● 완벽한 여자
<소문난 칠공주>
한국 가정의 가부장제, 남존여비사상, 남아선호사상 같은 구습을 압축(80부작을 압축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해 보여주는 드라마. 부모와 자식 세대의 가치 갈등과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청년 세대 사이의 성별 갈등이 극의 중심을 이루는 두 축이다.
설칠(이태란)
고구마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온 착한 둘째 딸. 꿈을 접고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 군인이 되었다. 집안에서는 착하고 바른 딸이지만 연애는 서툴다. 좋아하는 남자는 늘 쌍둥이 동생인 미칠에게 뺏긴다. 이름부터 ‘연하남’인 직장 부하가 대시하지만 가부장 월드에서 연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금단이다. 그런데 갑자기 존경해온 아버지가 사실은 부대에서 사고로 자신의 친부를 죽인 사람임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그가 가진 강력한 ‘착한 딸 콤플렉스’는 그렇게 시험대에 오른다.
미칠(최정원)
완벽한 여자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발라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쌍둥이 언니 설칠과 늘 비교당하며 자랐다. ‘가진 것은 예쁜 외모뿐’이라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는 남자들의 추근거림을 “니까짓 게”라는 말로 튕겨낸다. 2000년대 초·중반 ‘된장녀’라는 허상의 신드롬을 그대로 적용한 캐릭터. 진정한 사랑을 찾아 ‘미모를 포기한 아줌마’로 거듭난다는 결말까지 완벽하다.
연하남(박해진)
조력자
연상의 직장 상사 설칠에게 끊임없이 대시하는 잘생기고 허우대 좋은데 알고 보니 부잣집 외아들이기까지 한 남자다. 제발 내 마음을 받아달라며 맨날 울고 뛰는데, 그렇게 달리는 모습이 웃긴 것으로 유명했다.
나양팔(박인환)
가부장 악마
만악의 근원. 그런데 자기는 그걸 모르는 데다 극중에서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식으로 점잖게 표현된다. 아들을 못 낳은 아내를 지독하게 구박하며 막내딸 이름마저 ‘땡칠’로 지으려 했다. 자신의 사상을 강요해 딸들을 모두 군인으로 만들려 했고, 강제로 결혼시키려 든다.
경명자(김해숙)
불쌍한 엄마
집요한 구애에 넘어가 결혼했지만 7남매의 장남이자 군인인 남편의 모든 역할을 홀로 떠안는다. 그러나 딸만 내리 넷을 낳은 죄로 한마디 말도 못하다가 남편의 퇴직과 함께 기를 펴기 시작하는데 원한으로 쌓인 히스테리는 모두 딸들에게 향한다.
남달구(나문희)
사이다 할머니
명자의 친모지만 어릴 적 잦은 이혼과 결혼으로 명자를 직접 키우지는 않았다. 명자의 신혼여행 자금을 빼돌려 도망간 적도 있지만 집안의 어른으로 군림하며 여기저기 훈수를 두고 말은 내키는 대로 뱉으며 뻔뻔하고 귀엽게 살아간다.
<오케이 광자매>
문영남 작가의 차기작은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임을 예고했다. 아버지와의 이혼 소송 중 의문의 살해를 당한 엄마! 세 자매를 포함한 가족, 친척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가의 기존 세계관에 기대어 추측하자면 ‘서로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그 봉합의 과정이 기대된다.
오봉자(이보희)
모성을 잃은 엄마? 불쌍한 엄마?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안내상과 이보희는 철없이 늙은 중년의 표본이다. <오케이 광자매>에서 이봉자는 세 자매의 이모이자, 악착같이 돈을 모아 건물주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보나 마나 극 중에서 가장 유쾌한 인물일 것이다.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주변의 슬픔과 원한에 묻히지 않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 하나를 찍어두는 일.
<왜그래 풍상씨>
문영남 작가의 제목 짓는 기술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평범한 문장을 쓰는데도 특별하게 들리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눈에 선한 이 마법 같은 기술. 제목이 작가의 이름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미 풍상 씨가 아내의 복장을 터뜨리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간분실(신동미)
불쌍한 엄마
오직 동생밖에 모르는 이풍상과 결혼한 건 간분실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20년 동안 네 명의 시동생을 한집에서 자식처럼 끼고 살며 뒤치다꺼리를 했다. 이 정도면 많이 참은 것 같아 이혼을 하려고 했더니 남편이 간암이란다. 보살 같은 분실은 그런 풍상이 딱하다. 그러나 그는 이름처럼 남편에게 간을 줄 수 없다. 지겹게 원망해도 끝까지 남편의 곁을 지키는 의리. 문영남 드라마에서 말하는 가족의 중요성은 간분실 같은 여성의 희생으로 만들어진다.
노양심(이보희)
모성을 잃은 엄마
“정? 없지. 품에서 키우지도 않았는데 무슨 정?” 오남매의 생모다. 자식을 연달아 낳기만 한 뒤 술과 노름에 빠져 평생 혼자 살았다. 하지만 돈이 아쉬우니 자식들이 생각난다. 며느리에게 사기쳐 돈을 뜯어내고, 보험금 타기 위해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술집에 딸을 팔고도 뻔뻔하다. 인면수심의 엄마 같은 것도 아니고 악마 그 자체로 묘사되는 인물이다.
이풍상(유준상)
고구마&가부장 악마
부모 없이 진상, 정상, 화상, 외상 네 명의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온 남자. 평생 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살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건 ‘왜 그래 풍상씨’라는 말을 자주 하는 아내 간분실의 이혼 요구와 간암 말기 판정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웃는다. “우리 식구끼리 이렇게 밥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오직 가족뿐인, 혈연 밖에 모르는 바보니까….
<조강지처클럽>
문영남 작가가 쓴 유일한 ‘복수극’. 복수의 당위를 짧게 제시한 뒤 ‘복수’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여타의 작가들과 달리, 문영남 작가는 엔딩 직전까지 복수의 원인이 되는 온갖 종류의 악행을 늘어놓는다. 응징의 이유는 ‘가족의 단란함과 화목함을 깬’ 것이지만, 그들에게 갱생과 참회의 기회까지 주며 화목한 가정을 회복한다. 문영남 세계에서 권선징악보다 중요한 건 가화만사성이기에.
한복수(김혜선)
복수의 화신&불쌍한 엄마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한다. 여자로서, 종합병원 의사 사모로서 꾸미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 ‘이기적’(놀랍게도 인물 이름이다)에게 멸시와 모욕을 받으며 살았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꾸지만 잘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만난,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남자와 사랑에 빠지며 복수하게 된다. 두 딸의 양육권을 쟁취하고, 이기적을 섬에 고립시키지만 이후에는 모두 용서하여 현 남편과 함께 왕래하며 화목하게 지낸다.
한원수(안내상)
사형감
자신만 바라보며 사는 아내 나화신을 배신하고도 폭행까지 일삼는 쓰레기. 두 번째 부인인 모지란을 만나지만 또다시 외도를 한다. 모두에게 버림받고 무일푼으로 나락에 앉지만 끝엔 결국 새 사람으로 갱생한다. ‘죽어 마땅한’ 이유를 몇 개월에 걸쳐 그려도, 용서는 참 쉽고 빠르다. 겉으로 보기엔 가족적인 이 세계가 ‘막장’이라 불리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나화신(오현경)
복수의 화신&고구마
고등학교 때부터 일편단심 쫓아다닌 남편 한원수가 바람을 피웠다.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동안 화신에게도 ‘구세주’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구세주를 선택하는 것이 화신이 원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였다.
모지란(김희정)
고구마
자신의 사랑은 불륜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원수의 조강지처인 화신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어렵게 결혼했다. 그런데 원수가 다시 바람이 난다.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엔 이미 늦었다.
<왕가네 식구들>
명절 같은 드라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반가운 것도 잠시, 곧 사소한 것들이 부딪히고 폭발하기 시작한다. 그냥 안 만나면 되는 건데 곧 죽어도 다 같이 모여 푸짐하게 상을 차려 밥을 먹어야 한다. 식구란 그런 것이니까….
이앙금(김해숙)
모성을 잃은 엄마
“정신 5백 년 나간 소리 하고 있네!” 가난한 집안 장남 왕봉과 결혼해 네 딸과 아들 하나를 낳고 시어머니가 늦게 낳은 아들인 왕돈까지 양육하며 살았다. 가슴 깊숙이 쌓인 원한은 전부 잘난 딸 수박과 못난 딸 호박을 차별하는 에너지로 쓴다. 자식에게 폭언을 일삼는 ‘교양 없는’ 아줌마로 묘사되지만 우유부단하며 가부장적인 남편과 잔소리꾼 시어머니는 그런 앙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왕호박(이태란)
고구마
똑똑하고 예쁘고 재력 좋은 남자와 결혼까지 한 언니 수박과 매일 비교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았다. 한량인 남편 대신 가장으로 일하지만, 시어머니에겐 오히려 구박만 받는다. 남편의 외도도 용서하고, 원수 같은 엄마와 시어머니도 모두 이해하려 한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허세달(오만석)
너무 이상한 남자
‘미~춰버리겠네!!!’ 이 말을 달고 살지만 자기가 제일 미친 놈인 건 모른다. 애초에 왕호박이란 인물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로 사고치고 참회하는 행위만 반복하는 분통 터지는 NPC다. 인격이 있는 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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