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작가. 그러나 21세기가 온몸으로 환영한 작가! ‘암세포’에까지 가치를 부여하지만 결국 가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극본! 제정신으로 시청하는 게 불가능하다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정신력 강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드라마! 계속 “미쳤다, 미쳤다” 하면서 보다 보면 진짜 미친 건 사실 내가 아닐까? 등장인물이 <웃찾사>를 보고 웃다 돌연 사망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큰 가르침을 주는 괴짜 철학자, 글로벌 시장 진출로 필명을 Phoebe로 개명한 임성한 작가의 작품 세계는 늘 가장 많은 것을 말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신비한 통찰을 드러낸다.
CHARACTER COLOR GUIDE
● 복수의 화신 ● 사이다 할머니 ● 우유부단 ● 대수대명 ● 야망 있는 악인 ● 너무 이상한 남자 ● 완벽한 여자 ● 고구마 ● 독보적 존재 ● 너무 이상한 남자? 사형감? 우유부단?
<인어아가씨>
초반부 탄탄한 명작의 길을 걷다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연장을 거듭했고, 어떤 가치를 말하기보단 의도된 무리수를 통해 논란거리를 ‘일단 던지고 보는’ 임성한 월드의 초석을 본격적으로 다졌다.
조수아(고두심)
사이다 할머니
시청자들이 ‘아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때 등장해서 ‘아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라는 대사를 친다. 외도로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심수정의 머리채를 잡고, “나도 조강지처”라는 말로 남의 집 가정사를 입으로 심판하면서 시청자들의 ‘사이다’ 역할을 하는 인물.
이주왕(김성민)
우유부단
임성한 월드의 모든 파국은 주관도 소신도 없이 우유부단하게 살다가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범죄를 저질러도 자기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는 남자들 때문에 시작된다. 탱고를 추는 아리영에게 반해 약혼녀를 배신하고 성급한 결혼을 하지만 아리영에게 전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다. 솔직히 말해 유혹을 당하긴 한 건지, 사랑에 빠지긴 한 건지 확신이 들지도 않는다. 그저 극적인 OST에 조종당한 로봇 같다.
은아리영(장서희)
복수의 화신
“밤새 피고름으로 쓴 대본 얻다 대고 던져요!”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아리영의 인생은 오직 아버지의 외도 상대이자 유명 여배우인 심수정을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작가 권력을 이용해 심수정을 괴롭히고, 심수정의 딸이자 자신의 이복동생과 약혼한 남자를 유혹하는 아리영. 그는 복수 상대를 파멸시키기 위해 인생을 건 인물이다. 계획은 치밀하고 실수는 없다. 그 증오가 자신을 파멸시킬 거란 것도 알고 있다. 이 ‘착한 악인’은 당위 있는 복수라도 남을 해쳤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결국 원수를 용서하며 비극을 맞이한다.
<하늘이시여>
<웃찾사>를 보며 웃다 죽는 에피소드가 나오는 드라마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드라마의 내용에 비하면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하늘이시여>는 지영선이 결혼 전 타의에 의해 생이별한 친딸 자경을 찾아, 결혼 뒤에 얻은 자신의 의붓아들 왕모와 결혼시켜 함께 사는 이야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중파에서 금기시하는 소재를 활용하는데 어떤 화두를 던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구왕모(이태곤)
우유부단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알 수 없는 캐릭터. 이 남자는 그냥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알아서 평화로워지길 바란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의 세계관에서 태어난 남자가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근육질에 잘생긴 외모, 능력과 재력을 겸비한 ‘벤츠남’으로 묘사되지만 화가 났다고 야구방망이로 장모의 세간을 부수는 등, 분노조절장애라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우유부단한데 폭력적인 남자. 그러니까 대다수 범죄자의 전형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왕마리아(정혜선)
사이다 할머니
왕모의 할머니다. 집안을 일으킨 가모장이지만 강력한 가부장제를 옹호하는 구시대적 사고관을 지녔다. 살아온 시간만큼 풍파를 겪은 노인은 사람을 잘 믿지 않고, 곧잘 분노해 불호령을 내리지만, 결국 모든 인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마치 복잡한 이야기의 결말이 노파가 들려준 이야기였다는 동화의 구성처럼.
이자경(윤정희)
고구마
태어나자마자 친모를 잃고, 도박중독 양모에게 입양돼 온갖 멸시를 받고 이용당하며 자란 자경. 아무 조건 없이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는 왕모와 사랑에 빠진다. 참고 사는 데 이골이 난 것인지 자신을 며느리로 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시어머니가 사실 자신의 생모임을 알게 되지만, 결국 모든 걸 용서하는 안타까운 대인배다.
소피아(이숙)
대수대명
소피아는 왜 를 보다가 죽어야 했냐고 물어본다면 ‘사람은 그렇게 죽기도 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이 서스펜스를 위해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건 흔한 일이다. 임성한 작가는 그 흔한 일에 드문 사인을 입혔을 뿐.
<신기생뎐>
작가의 성공 가도 정점에서 화려하게 탄생한 괴작이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아수라가 할머니 귀신에 빙의되어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장면이 엄청나게 회자된다. 그의 비중이 꽤 높지만 그게 뭘 뜻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그저 기생과 무속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만 충만하기 때문에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사란(임수향)
완벽한 여자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 무용과 학생. 애초에 기생이 현대에 존재하긴 하는 건지 알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만 이 드라마를 볼 수 있다. 한국 여성이 사회로부터 강요당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여성성’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인물이다. 아름다운 미모와 날씬한 몸매, 단정한 품행과 차분한 언행, 타인에게 친절하고 남편을 공경하며 춤과 노래에 소질 있는 여자. 언제 배웠는지 영양학에 근거한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설파하며 매일 시부모님의 밥상을 차린다. 실제로 이런 인물을 만나면 멀리 도망갈 것이다. 최대한 멀리….
아다모(성훈)
너무 이상한 남자
아버지가 자신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에 늘 분노하는 이상한 남자. 단사란을 소개팅에서 만난 날 바로 모텔로 데려가려 했다. 이 미친 짓을 당연히 거부한 단사란에게 승부욕이 생긴 아다모는 적극적 구애로 사란과 사귀게 된다. 그러나 사란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별을 통보하고도 미련이 남아 “우리 집 수양딸이 되어 오빠 동생으로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한다. 아무도 이런 인물에 대해 더 깊게 분석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아수라(임혁)
독보적 존재
원래 가부장적이고 하나뿐인 아들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하는 중년 남성 캐릭터였으나 어느 순간 할머니 귀신, 임경업 귀신, 인도의 아수라신, 동자 귀신 등 세상의 모든 귀신에게 빙의하여 7인분의 고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먹고, 가사도우미에게 김장 노하우를 전수하다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면서 남의 운명을 예측해주기도 한다. 너무 무섭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이 제목은 어떻게 끼워 맞춰서 이해해보려 해도 다 실패하게 된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패러디한 제목이지만, 그 여자, 그 남자가 빠진 자리에 결혼과 이혼이 들어가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다. 부부의 이혼 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언제나처럼 메시지를 주려고 하진 않는다. 그냥 위기가 있어. 그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
판사현(성훈)
너무 이상한 남자? 사형감? 우유부단?
외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 상대의 실체가 없다. 다만 계속 “임신을 했다”는 말로 외도를 시인할 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판사현 본인이 남성 임신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지경에 왔다.
사피영(박주미)
복수의 화신?
병원장인 남편과 결혼하며 자신의 가정사를 숨겼고, 라디오 PD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집안일과 아이 양육 모두 완벽을 추구한다. 그런데 과거를 숨기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다. 그것도 남편 본인의 의붓어머니와.
김동미(김보연)
야망 있는 악인
극 중 60대지만 30대처럼 보인다는 설정이다. 돈 많고 나이 많은 남편이 영화관에서 심장마비로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냥 내버려둔 채 환희의 표정을 짓는다. 의붓아들을 사랑하며 본격적인 관계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로라 공주>
작가는 작품의 신이며, 신의 뜻을 거스르면 가차 없이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다. 분명 드라마 초반엔 한 집안의 세 자매와 외동아들 그리고 한 집안의 세 형제와 고명딸이 서로 사랑에 빠져 총 네 쌍의 겹사돈이 탄생하는 기적의 드라마로 출발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작품 외적인 이유로 인해 줄줄이 죽거나 실종 처리됐다.
오로라(전소민)
완벽한 여자
예의 바르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 부잣집 고명딸. 극성맞은 누나가 셋인 황마마와 얽히며 험난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으며 가세가 기울자 ‘오수정’이라는 예명으로 연예계에 데뷔하고, 매니저 설설희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한 최초의 우유부단 여성 캐릭터로, 두 남자 사이에서 선택을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셋이 함께 가정을 꾸리는 이상한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황마마(오창석)
우유부단
세 누나의 괴기스러운 잠자리 기도를 받으며 살고 있는 인기 소설가 황마마. 그런 미친 누나들의 반대에도 오로라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나름 순정파다. 문제는 요령이 없어 씨알도 안 먹히는 구애를 펼친다는 것인데, 이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사랑의 라이벌 설설희를 등장시킨다. 그러나 너무나 심성이 착했기에 라이벌인 설설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자 그를 간호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드라마 종반부에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죽는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영혼, 심령 사진 등으로 계속 출연했다.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설설희(서하준)
너무 이상한 남자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들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니 같이 지내보려고요.” 자신의 병을 대하는 것만 봐도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다.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 체념의 대사치고는 너무 큰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오로라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언더커버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사실 같은 건 모두 부질없게 됐다. 어떤 대사는 한 캐릭터와 작품 전체를 파괴한다는 사실만 남긴 채….
떡대(통키)
대수대명
오로라의 반려견. 알래스칸 맬러뮤트종으로 썰매견이며, 동물이지만 내레이션이 존재하는 주요 캐릭터 중 하나다. 극 중 갑자기 사망하는데, 그것이 암에 걸린 설희를 대신해 죽었다는 ‘대수대명’을 뜻한다고 한다. 아버지와 오빠들을 모두 잃은 오로라의 유일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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