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DJ라는 수식어가 붙더라. 이런 말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영광스럽다. 국가대표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명감은 물론 책임감이 든다. 후배 DJ들이 잘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서 길을 개척하고 닦아야 한다는 책임 의식.
해외에서 음반도 냈다.
유명한 해외 레이블과 작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3년 만에 해외 레이블에서 내 음악을 알아보고 음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를 계기로 세계 유명 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속적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하니 더 좋은 공연 기회가 생기더라.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건 상당히 뿌듯한 일 아닌가?
2007년도쯤에는 아시아 출신의 DJ가 유럽, 미국에서 공연하기에는 벽이 높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감개무량했다. 당연히 뿌듯했고.(웃음)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EDM을 시작하기 전에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 블루스나 훵크, 소울, 록 같은 옛날 음악을 좋아했다. 전자 음악인 EDM에 기타나 베이스, 피아노의 어쿠스틱한 음색을 접목했더니 복고풍의 EDM이 도출되더라. 이러한 음악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니 나만의 스타일로 정립되었고 다른 EDM과 차별성을 확고히 하게 된 것 같다. 최근 레트로 음악이 유행인데, 이 흐름에 잘 스며들 수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순간이 있나?
아주 많지만 두 가지만 꼽자면, 하나는 크로아티아 UMF의 작은 무대에 올랐던 경험이다.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공연했는데 흥 넘치는 유럽인과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공연이 끝날 때가 되었고 저 멀리 하늘엔 해가 뜨고 있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고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세상은 정말 넓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하나는 벨기에 투모로랜드 페스티벌의 큰 무대에 올랐을 때인데, 당시 태극기를 들고 오신 분들이 꽤 있었다. 타지에서 공연하는데 태극기를 들고 참가하신 한국인을 보니 무척 반갑고 뿌듯했다. 기분이 너무 좋더라. 공연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그분들께 인사한 기억이 생생하다.
관객 입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처음으로 후지 록 페스티벌을 갔다. 그곳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무대를 접했다. 페스티벌 초보자라 편한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는데 다른 관객들은 모두 우비에 장화를 신고 왔더라. 낮에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밤이 되니 비가 내려 진흙밭에 난리도 아니더라. 거기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등장하니 뒤에서 밀치는 관객들에 떠밀려 사방이 난장판이 되버렸다. 몸은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데 피로가 싹 가실 만큼 감격스러운 에너지가 솟아올랐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을 접한 경험은 DJ로서 무대에 오를 때도 늘 큰 자극이 된다.
2016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왔었다.
그때 무대에 올랐던 멤버들은 아쉽게도 완전체가 아니었다!
최근 롤 팀 T1의 테마곡을 공개했다. T1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챔피언 경험이 많은 T1을 떠올리면 왕좌의 모습이 그려졌다. 왕이 앉아 있고 기사단이 양옆으로 줄지어 있는 이미지. 웅장하고 강인한 느낌이 강했다.
테마곡 ‘RUNNER’는 백현과 창모와 함께했다. 그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백현, 창모와 작업한 건 운명이라고 느꼈다. 처음 ‘RUNNER’ 데모곡이 나왔을 때 백현의 목소리 참 어울리겠다 생각했는데 때마침 T1의 엄청난 팬인 백현이 ‘무조건 참여하겠다’라고 해줬다. 그리고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 창모에게 들려줬다. 에너지 있는 랩 파트가 필요했고 창모는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곡이 완성되었을 때 그도 곧바로 합류했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RUNNER’에서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인가?
인트로는 록으로 시작하고 중간에는 몽환적인 느낌의 힙합 비트를 넣었다. 마지막에는 EDM 느낌이 강한 훅이 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세 장르가 함께 표현되어 매우 흡족스럽다.
영감은 어디서 얻나?
전에는 샤워하거나 누워 있을 때,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영감을 많이 받았지만 요즘은 다른 뮤지션들과 대화 나누면서 영감을 얻는다. 대화하면 상대방이 갖고 있는 그만의 색깔과 무드가 드러나고, 나와는 다른 색깔에서 큰 영감을 얻는다.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도 있나?
다프트펑크. 거칠면서도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음색을 정말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그들의 음악은 내가 추구하는 록 장르를 기반으로 한다. 인기도 많은데 음악성도 있고, 정말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해보고 싶다. 최근 내가 영화음악 감독이 되어 직접 선곡한 음악들을 영화 장면에 삽입해보는 유튜브 콘텐츠에 참여했다. 영화 음악감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이 궁금해졌고 흥미가 생겼다. 꼭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 음악감독이 된다면 참여하고 싶은 장르는 뭔가?
스릴러 영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아니면 <인셉션>이나 웅장한 느낌의 SF 영화.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스타워즈>다.
평소 어떤 음악을 듣나?
다양하게 많이 듣는다. 최근에는 옛날 록 음악을 자주 듣고, 오히려 옛날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K-팝도 열심히 공부 중이다.
페스티벌이 사라진 시대에 DJ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지난 1년간 고민도 많았고 코로나19가 이토록 오래갈 줄 몰랐다. 많은 걸 느꼈다. 공연할 수 있던 때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못하게 되니 속상하고 아쉽다. 온라인 공연도 시도해봤지만 어색하고 힘들었다. DJ에게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게 원동력인데, 거대한 벽이 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음반에 집중하지만 공연을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내고 싶다. 공연이 주는 에너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시대에 맞춰 어떤 형태로든 관객과 소통하려 준비 중이다.
유튜브에 출연한다고?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고정 MC로서 예능을 진행할 텐데 기분이 어떤가?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예능이라기보다는 컴백을 앞둔 뮤지션들과 음악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음악, 영향받은 음악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모시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
에스파.
왜?
에스파 멤버 ‘윈터’와 SM타운 공연을 함께했었다. 그때 눈앞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에스파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