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까지 혼자 택시 타고 왔더라.
그렇지. 선유도에서 한남동까지.
요즘 유명하잖아.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쇼미더머니 9>에서 선글라스 벗은 모습을 많이 보여준 탓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진 찍어달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연령대가 10대부터 60대까지 화려하다.
머쉬베놈 콘셉트가 워낙 친근하기도 하잖아.
항상 동네 형, 오빠, 동생 같은 느낌을 주는, 진입 장벽이 낮은 아티스트이고 싶다.
사투리 섞인 래핑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대화해보니 억양도 생각한 것만큼 구수하다.
처음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했었다. 센 것도 해봤고 의외로 달달한 것도 해봤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내 목소리를 따라 하던 게 뇌리에 떠올랐다. 상대방에게 쉽게 각인되는 독특한 내 억양과 톤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그런 음악 스타일이 머쉬베놈만이 구사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일상에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느낌 말이다.
노래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싱잉 랩 혹은 특정한 랩으로 국한되는 것보단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 개성이 확고해지면 이후에는 그저 내뱉어본다. 그것이 신선함으로 거듭나는 게 좋은 거다.
최근 <쇼미더머니 9> 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2등을 한 게 아쉽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했다. 후련했고 후회도 없다.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우승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도 컸다.
왜?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가 싶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경연을 나가든 우승보다는 나를 알리는 게 늘 우선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오자는 마음이었다. <쇼미더머니 9>에서 릴보이 형이 우승한 게 옳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톱 4 모두가 고생했기에 누가 1등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거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는 건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성공한 무대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무대도 있었다. 예를 들면 ‘VVS’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겨줘서 놀랐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럼 머쉬베놈의 목표는 뭔데?
종합 예술인이 되는 것. 사람들이 힙합 장르에 더욱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다만 직업을 한정짓지 않을 경우에는 그저 재미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무대나 영상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뮤직비디오가 대체로 웃기더라. 의문의 가면맨들도 나오고.
가면맨은 음악 하는 내 친구들이다. 하하.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는 공개되자마자 들었는데 소름 돋더라. 어디서 영감받았나?
사극을 보다가 느낌을 확 받았다. <태조 왕건>이었던 것 같은데, 곡 만들던 당시 층간 소음도 쟁점이었다. 일상의 주된 문제이기도 하고. 층간 소음과 태조 왕건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느낌을 담은 곡이다. 앞으로 선보일 앨범들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을 거니 기대해도 좋다.
머쉬베놈이 쓴 가사는 따라 부르기 쉽고 귀에 쏙쏙 박힌다.
남들이 이미 썼던 단어는 피하려 한다. 예를 들면 ‘컵라면’은 익숙한 단어라 다시 들어도 강한 인상을 주기 힘들다. 하지만 컵라면이 ‘컵 누들’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식으로 어떤 단어든 한 번 꼬아서 사용한다.
가사에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더라. 공무원 준비했었나?
아니. 공무원 준비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가사로 써보면 웃길 것 같더라. 이젠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공무원은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이기도 하고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 하하. 성공의 상징이기도 하고.
음악 하기 전에는 무슨 일 했나?
LED 관련 설비 보수 일을 잠깐 했었다. 2주 만에 그만뒀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부터 음악의 길로 확실히 접어들었다. 꿈을 못 찾는 친구들이 많은데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하게 된다. 나는 그게 음악이었고,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는 뒤로 제쳐둔 채 달려왔다.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일을 즉흥적으로 하는 편인가?
나는 뭔가를 계획하면 항상 지연되더라. 하지만 생각나는 게 있으면 곧바로 실행한다. 일을 시작한 후 수행하고 결국 성공시키는 게 제일 즐겁다. 즉흥적이지만 완벽하게 이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주의자인가?
음악이든 어느 분야든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싶은데 아직 시작 단계라 많이 부족하다. 모든 일을 레이블 없이 혼자 처리하다 보니 섬세하게 검토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쇼미더머니 9>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경연 프로그램 특성이기도 하지만 곡을 빨리 만들도록 지원자들을 한계까지 몰아넣는다. 힘들었지만 곡을 빨리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전에는 심혈을 기울여 오랜 시간 투자해 만들었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곡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요령을 배웠다.
긍정적인 성격인가 보다.
그렇게 살아야지. 그래야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지.
곡 만들 때 소모되는 시간에 대한 문제 외에 고민이 있나?
이전에는 예산 문제가 큰 고민이었다. 지금은 예산보다는 ‘임팩트’의 문제에 부딪혔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 음악이 귀찮아져 대충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 하지만 이런 걱정은 당연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이게 다 내가 야망이 큰 탓인가.
진지함을 덜고 최애템에 대해 말해보자. 뭐 좋아하나?
음식. 특정 음식을 꼽기보단 그냥 맛과 분위기를 중시한다. 맛집 찾아가는 것도 좋아하고.
머쉬베놈에게 맛집 찾아가는 아기자기한 취미가 있다니 의외다.
평소 작업할 때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 그런지 맛집 찾으면 작업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싹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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