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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보적인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은 변했다. ‘쇼퍼드리븐’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이 늘었다. 새로운 경향성에 맞춰 뼈대부터 소리까지 완전히 바꾼 뉴 고스트를 탔다.

UpdatedOn January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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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스탠다드 휠 베이스

배기량 6,750cc 엔진 6.75L V12 트윈 터보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6.7kg·m 0-100km/h 4.8sec 트렁크 500L 가격 4억7천1백만원

롤스로이스 오너들이 변했다. 지난 10년간 고스트 고객들을 조사한 롤스로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구매 고객이 점차 젊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젊은 창업자들이 많은 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역동적인 성향으로 뒷좌석보다 운전석을 선호한다고 한다. 리무진에 가까운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도 직접 운전한다고 하니 성향이 달라진 건 분명해 보인다. 부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호화로운 장식으로 부를 과시하기보다는 불필요한 화려함을 줄이는 추세다. 화려하진 않아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기술을 추구한다. 이러한 ‘축소’와 ‘본질’의 철학은 뉴 고스트에도 적용됐다. 롤스로이스는 최고의 소재를 활용해 절제되고 지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뉴 고스트의 고향은 영국 굿우드의 롤스로이스 공장이다. 여기서 팬텀과 컬리넌에 적용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뉴 고스트에도 활용됐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은 유연하고 확장성이 높다. 때로는 직접 운전하고, 때로는 뒷좌석에서 여유를 즐기는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특별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두 개의 주조 서스펜션 마운팅 부품은 고스트 맨 앞부분에, 6.75L V12 엔진은 프런트 액슬 뒤쪽에 배치해 앞뒤 50:50의 무게 배분을 이뤄냈다. 넓은 실내 공간도 확보했다. 전장은 이전 세대보다 89mm 늘었고, 전폭은 30mm 넓다. 구동계에는 사륜구동과 사륜조향 시스템, 새로운 플레이너 서스펜션 시스템이 탑재됐다. 특히 플레이너 서스펜션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어퍼 위시본 댐퍼 유닛이 적용됐다. 카메라로 전방 도로 상황을 살핀 뒤 그에 맞춰 서스펜션을 선제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위치 정보를 미리 분석해 근접한 구간에 맞춰 최적의 기어를 선별해주는 SAT와 함께 작동된다.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만의 ‘매직 카펫 라이드’ 승차감을 구현한다.

뉴 고스트는 놀라울 정도로 정숙하고 강력하다. V12 엔진은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6.7kg·m로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외부 소음과 충격은 실내까지 유입되지 못한다. 느긋이 달리다가도 슬쩍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쾌적하게 주행한다. 사륜구동 및 사륜조향 시스템이 어우러져 노면을 붙잡은 듯한 접지력과 안정감이 이어진다.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경쾌하다. 차체는 거대하지만 회전 반경이 작다. 길을 잘못 들어 좁은 2차선에서 회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롤스로이스에 흠집을 낸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차 크기를 생각하고 운전대를 끝까지 돌리니 단번에 회전이 이루어졌다. 이게 가능하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도로에 올랐다.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차에서 내리자 그제야 뉴 고스트의 크기가 느껴졌다. 주변 승용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였다. 운전 중에는 크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도로의 폭도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높이 솟은 센터 콘솔과 도어에 팔꿈치를 올렸을 때 매우 편안하다. 이 정도로 안정감 있는 팔꿈치 거치대는 흔치 않다. 신기한 건 문이었다. 뉴 고스트는 도어가 자동으로 닫힌다. 팬텀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이번에는 자동으로 열리기까지 한다. 문에 손을 올리면 손의 압력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힌다.

뉴 고스트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미세환경 정화 시스템도 적용됐다. 고감도 불순물 감지 센서는 공기 오염이 감지되면 재순환 모드로 전환되어 내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내부 공기는 나노폴리스 정화 기술로 걸러지며 2분 안에 완벽히 미세먼지와 박테리아를 제거한다. 방음은 롤스로이스의 상징이다. 100kg 이상의 방음재를 넣어 소리가 들어올 틈은 모두 봉쇄했다. 방음 공간을 만든 다음에는 부품의 주파수를 맞춘다. 부품에서 나는 소리를 모두 같은 주파수로 맞춘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주파수 대역으로 통일해, 속삭임도 정확히 들릴 정도로 실내가 조용하다. 소음을 없앤 자리에는 음악이 대신한다. 앰프는 18개의 채널로 조정되며, 최대출력은 1,300W에 달한다. 고정밀 마그네슘 세라믹 복합재 스피커 콘은 미세한 음향 변화도 구현한다. 음악은 천장에서 들린다. 천장이 거대한 스피커로 바뀌며, 자동차 자체가 서브우퍼처럼 작동된다. 사운드가 받쳐주니 노래가 절로 나왔다. 목청껏 불렀다.

뉴 고스트의 보닛 끝에는 환희의 여신상이 솟아 있다. 도어에 숨어 있는 우산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기존 고스트와 다르다. 완전히 새로운, 가장 진보적인 롤스로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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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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