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솔로 화보로 만났네요.
솔로 화보는 처음이에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저다워질 수 있었어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화보를 정말 많이 찍었지만 이런 콘셉트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그에 대한 갈증을 늘 느꼈는데, 이번 기회에 풀었네요.
카메라 앞에서 이대휘는 마냥 멋지고 예쁘게만 보이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게 좋아요.
사실 전 외모에 큰 욕심이 없어요. 예쁘고 잘생기기보단 나만의 개성이 뚜렷한 독보적인 아이가 되는 게 목표예요. 이번 화보에선 헤어, 메이크업, 포즈도 과감하게 시도해 평소의 이대휘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사람은 계속 착하기만 할 수도, 웃고 있을 수만도 없잖아요? 그때그때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게 저답다고 생각해요.
이대휘는 자신이 누군지 잘 아는 것 같아요.
자신을 파고들어야 제가 원하는 게 뭔지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팬분들도 좋아해주신다고 느껴요. 전 지는 게임은 안 하고 싶거든요.
오늘 화보 콘셉트처럼, 자신이 외계에서 온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나요?
있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 솔로 곡 ‘ROSE, SCENT, KISS’는 저와 팬분들은 좋아했지만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어요. 제 색깔을 대중적으로 푸는 게 숙제예요. 섹시한 콘셉트를 하면 규정된 ‘남성스러운 섹시함’ ‘여성스러운 섹시함’이 아니라 ‘그냥 이대휘다’라고 느껴지게 하려고 노력해요. 2020년이잖아요?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음악과 무대, 이런 화보까지도요. 꽉 막힌 것들이 좀 느슨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요즘에 꽂힌 건 뭐예요?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가사 쓰기가 닮은 점이 있더라고요. 정상적인 캐릭터 말고 사이코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무서운 걸 잘 못 보는데, 그런 게 자극을 줘요.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더 흥미롭잖아요. 나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뭘까 고민하며 연기 공부 중이에요. 조용히 뒤통수 치는 역할은 어떨까요? 오싹하게.
남들은 무서워하지만 당신은 무서워하지 않는 건 뭐예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여태까지 해오던 익숙한 콘셉트, 스타일링, 메이크업, 장르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전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할 건데, 같은 것만 하면 질리지 않겠어요? 남들은 낯설게, 이상하게 느낄지라도, 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있어요.
그럼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내 영혼이 담긴 곡들이 숫자로 평가받는 것. 물론 평가는 당연하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음악이 단지 숫자로만 환산될 때는 마음이 아파요.
새 앨범의 타이틀 곡 ‘SALUTE’는 웅장한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인 트랙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썼어요?
AB6IX가 새로 시작하는 포부를 밝히고 싶었어요. ‘우리 아직 죽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이니 준비하세요’라고 알리고 싶었죠. 가사도 제가 안 쓰는 강렬한 말투로 써봤어요. 앨범을 준비하며 엄청 신경이 곤두섰었는데, 내고 나니 AB6IX가 자랑스러워요.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위해 고생해주셨고 무척 소중한 앨범이에요.
첫 앨범이 나왔을 때, 힙합 특유의 과시적인 스웨그가 어렵고, ‘찌질한’ 게 이대휘에게 편안한 감성이라고 제게 말했었죠. 그런데 곡을 낼수록 점점 강해지네요.
이 일을 하면서 조금씩 강해지는 것 같아요. 파도가 저라는 돌을 스쳐도, 아프고 쓰라리더라도, 굳건히 버티려고 해요. 저는 언젠가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고, 언젠가는 빛날 테니까요.
지금도 빛나는데….
지금은 미네랄 정도?
타이틀 곡을 듣고 랩을 이렇게 잘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곡 작업할 때 대표님이 2절 랩을 해보라고 해서 “저는 래퍼가 아닙니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니야, 이번엔 변화가 필요해”라고 해서 하게 됐어요. 하하하.
뭐든 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노력파인가 봐요. 보컬 노트에 호흡 근육을 강화하는 기구까지 쓰는 걸 보고 놀랐어요. 프로페셔널한 보컬리스트구나 싶었고요.
전 재능을 타고난 애가 아니에요. 그나마 좀 했던 건 노래 정도? 춤도 처음엔 각목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노력 끝에 춤을 추게 되니, 다른 것도 노력하면 되겠다는 파이팅이 생겼죠. 보컬에서 고음을 내려면 호흡을 확 치면서 후두를 아래로 내려야 해요. 그때 호흡 근육으로 버티는 힘이 부족해서 단련하는 중이에요. 전 애매하게 그럭저럭하는 건 싫어요. 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겠어요. 노력하면, 아주 조금씩 늘거든요. 3개월 연습하면 진짜 조금씩 늘어요. 그걸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어서 더 신나서 하죠.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다문화권에서 자랐죠. 어린 시절 이대휘는 어땠나요?
일본에서 살 때 여름방학마다 교토 근교의 별장에 가곤 했어요. 자갈이 있는 일본식 정원에서 놀던 기억이 불현듯 나요. 미국의 학교에선 조용히 성실히 다니는 ‘아싸’였는데 그 외에는 지하 연습실에 춤추러 다니는 까불이였죠. 친구들은 대부분 한인이나 히스패닉이었어요.
차별을 겪지는 않았나요?
그러면 전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넌 아냐”고 반박했어요. ‘내가 잘돼서 보여줄게’라면서. 위축되기 싫었거든요. 살짝 ‘중2병’이 있었죠. 하하.
최초의 기억은 뭔가요?
아빠에 대한 거예요. 터치폰이 처음 나왔을 때 너무 갖고 싶어서 떼를 썼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과 회를 먹다가 어린 제가 “안 먹을 거야”라고 뱉었어요. 아빠는 “대휘야, 왜 그래” 하면서 그걸 아무렇지 않게 드셨죠. 정말 다정한 아빠셨어요. “한 젓가락만 먹으면 터치폰 사줄게” 하셔서 먹고 휴대폰 사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잊지 않으려 노력해서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일 수도 있고요.
아버지가 일찍 떠나시고 외롭진 않았나요?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서 빨리 철들었죠.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에요. 외로움도 감정의 일종으로서 아름답다고 느껴요. 외로움과 우울이 느껴지면 전 외면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온전히 빠져요. 그리고 넷플릭스 코미디 보면서 금방 툭툭 털고 나오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빠. 저는 물론 엄마께도 너무나 잘하는 분이셨어요. 아주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고 헌신적인 분이셨죠. 저도 언젠가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천국에서 아빠를 만나면 ‘당신 아들이오’ 하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참 담백하게 하네요.
뭐 다 옛날이야기인데요. 아임 해피!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예요?
숙소. 엄마는 LA에 계시고, 전 한국에 집이 없잖아요. 숙소가 저의 홈, 스위트 홈이죠. 땡스 투 브랜뉴.
어떤 사람들을 곁에 가까이 두나요?
2000년생 남자 아이돌 4명의 모임인 ‘빵빵즈’와 가까워요. 제 또래,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친구들이니 서로 많은 힘이 돼요. 스트레이 키즈 현진이는 매일 연습하고 안무 영상을 제게 보내면서 “대휘야 어때?” 하고 물어봐요. “넌 진짜 잘될 거야” 서로 칭찬해주죠. 전 욕심 있는 사람이 좋아요.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요. 제 친구들, AB6IX 멤버들의 공통점이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는 뭐예요?
타이틀 곡의 ‘SALUTE’ 중 ‘생각보다 넌 easy game’. 혼자였으면 어려운 게임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제겐 든든한 팀과 든든한 팬들이 있으니 장애물은 쉽게 넘을 수 있어요.
이대휘의 승부욕은 어디서 와요?
한 번 사는 인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죽을 때 편안하게 눈감을 수 있게. “나 진짜 열심히 살았다, 얘들아 난 간다” 하고 딱 죽고 싶어요. 하하하. 후회 없이 살래요. 그럴 수 있는 건…. 전 절 믿어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결과물이 좋지 않아도 후회가 없더라고요.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그렇죠. 이제 스무 살인데 뭐가 겁나겠어요.
이대휘에게 스무 살은 어떤 나이였나요?
코로나19도 있었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2020년이었지만, 그래도 제 스무 살은 참 찬란했어요. 많은 분들께 축하받았고요. 내년, 스물한 살이 더 기다려져요. 기대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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