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과 낮
익숙한 장소에 기묘하게 틈입하기. 구정아 작가의 인광(燐光) 스케이트 파크 조각 ‘resonace’는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섬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설치 연작이다. 이번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2O2O>에서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요람 형태로 디자인되어 PKM갤러리 별관 정원에 설치된다. 작품인 동시에 스케이트보더들에게 개방되는 시설물이기도 한 이 작품은 순수 미술과 서브컬처의 만남이자, 예술과 실용의 공존이다. 본관에 전시되는 인광 회화 ‘Seven Stars’ 시리즈와 인광 조각 ‘Gossura, Tacit Truth’는 조명의 켜고 꺼짐이 반복되는 갤러리 본관 공간에 설치되어, 밝음과 어둠 사이 두 가지 양상으로 존재한다. 조명의 빛을 어둠에 방사하는 이 단순한 오브제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더 먼 곳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갤러리는 구정아 작가의 작품들을 빛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갤러리 개방 시간을 정오부터 일몰 이후인 저녁 9시까지로 연장했다. 11월 28일까지.
PKM갤러리 02-734-9467
2 낯선 사물
양혜규는 일상과 관습 위에 기묘한 표상을 씌워 낯선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소리 나는 가물(家物)’은 일상적 가물인 다리미, 마우스, 헤어 드라이어, 냄비의 형상에 방울과 짚을 엮어 매달고, 복제해 맞붙이거나 교차한 혼종 가물을 만들어냈다. 손잡이와 바퀴를 지닌 이것은 밀면 방울 소리가 난다. 방울을 금속 링으로 엮어, 층고 높은 전시장 천장까지 길게 드리운 ‘소리 나는 동아줄’은 바닥에서 한 번 울리면 서로 시차를 두고 공명하며 먼 곳의 천둥 같은 소리를 낸다. 인공 짚을 엮어 만든 조각 연작 ‘중간 유형’은 천장에 매달린 채 땅에도 하늘에도 속하지 못한 이무기처럼 전시장을 부유한다. 구렁이도, 발을 달고 걸어 다니는 소쿠리도, 방패도 있다. 인간과 동물, 무생물 사이 기묘한 피조물이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이 전시는 양혜규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의 일부이다. ‘소리 나는 가물(家物)’을 비롯해 인공지능 음성 작업으로 진짜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진정성 있는 복제’ 등 양혜규 작가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물리적 실재와 추상화된 기호 사이의 미끄러짐을 포착하듯, 산소와 물의 화학 기호를 전시 제목으로 삼았다. 2021년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02-3701-9500
3 말풍선
필립 파레노는 오브제보다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장소에 특화된 설치미술이 어떻게 주변 환경을 바꾸는지 고안하고, 비언어적 스토리텔링을 고민한다. ‘Speech Bubbles’는 헬륨 말풍선들이 갤러리 천장을 가득 채우며 거대한 만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그것들은 구름처럼 한데 모이기도, 부유하기도 하며 공간에 소리 없는 이야기들을 메운다. 팬데믹으로 어디에도 모이지 못하게 된 인간들 대신 와글와글 수다를 쏟듯이. 갤러리 바톤에서 필립 파레노를 비롯한 리암 갈릭, 레베카 워렌, 마커스 암, 앤 콜리어, 토브아스 레베르거, 현대 미술 작가 6인의 전시<A Little After The Millennium>을 진행 중이다. 21세기를 맞으며 희망찬 꿈에 부풀었던 인류는 정확히 20년 뒤, 팬데믹으로 인해 인류의 생활 방식과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는 국면을 맞았다. 이에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대 미술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갤러리 바톤 02-597-5701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