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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화성 탐사 60주년

미래에서 온 편지

화성 탐사 1백 주년을 맞이한 2060년. 화성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

UpdatedOn October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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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은 언제였던가. 지난주에는 드론을 닮은 PAV를 타고 도시 밖으로 떠났다. 도시개발팀의 출장이었다. 도시 밖으로 나가는 건 좋지만, PAV 타는 건 정말 싫다. 매번 멀미 때문에 고생한다. 이번에도 역시 난기류를 만나 PAV가 심하게 흔들렸다. 도시 밖은 기온차가 심해 비행할 수 있는 때가 낮 시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나갔다 하더라도 금세 복귀해야 한다. 기껏해야 한두 시간 비행인데, 그동안 계속 멀미 나는 게 괴롭다. 여기선 제대로 된 멀미약이라고 할 것도 없다. 속이 뒤집어지면 엄지와 검지 사이를 누르며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게 전부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PAV 안에서 속 끓는 사람들의 한 숨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도착한 곳은 광활한 대지였다. 이곳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고 했다. 도시 계획 설계도를 보면서 중심지가 될 곳과 발전소를 건설할 곳들을 살펴보고 왔다. 회사에서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하도 많이 봐서, 설명하지 않아도 어디가 어딘지 위치는 쉽게 짐작됐다. 도시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밀폐된 우주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산소가 부족하고 기온이 낮은 화성에선 생명공급장치가 장착된 우주복은 필수다. 우주복이 몸을 굼뜨게 만들어서 불편하고, 주변도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중력 덕분이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하다. 마이클 조던처럼 높이 점프하고, 넓은 보폭으로 뛰어다닐 수 있다. 체면 때문에 오두방정 떨 수는 없지만 다들 가벼운 중력을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내가 탐방 갔던 시점에는 이미 도시 건설이 시작된 상태였다. 멀리서 로봇들이 땅을 파고 있었다. 로봇들은 배터리가 방전되기 직전까지 일한다. 방전되면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시 일터로 나간다. 로봇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시 계획 책임자는 3D 프린터로 출력해야 할 건설 자재 품목들을 확인했다. 자원이 한정적이라 자재를 초과 생산할 수 없다. 필요한 양만 출력해야 한다. 책임자와 자재 담당자가 리스트를 확인하는 동안 도시 건너편을 바라봤다. 띄엄띄엄 떨어진 돔 형태의 도시들은 붉은 사막에 피어난 뾰루지 같았다. 화성은 인류를 반기고 있을까. 아닌 것 같다.

내가 사는 도시는 인구문제를 겪고 있다. 인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시에서는 둘만 낳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둘씩이나 낳아도 괜찮은 건가 모르겠다. 이미 공유 거주 시설은 개인방이 없는 지경이다. 공유 주방도 예약 잡기 어렵고, 공유 차량 잡는 건 운에 맡겨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입고 먹을 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이 들수록 체형은 바뀌는데 지금 입는 옷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먹는 것도 없는데 배가 나왔다. 새 옷을 신청하긴 했지만 그 역시 대기자가 많아 이번 달에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들은 고기 반찬이 없으면 밥을 안 먹는데, 매일 배급되던 배양육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바뀌었다. 아내와 나는 수경 재배로 수확한 감자와 상추를 주식 삼아 지낸다. 그나마 여유 있는 식량은 감자와 잡초 같은 상추다. 요즘 화성 인터넷에선 맛없는 감자 요리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렇게라도 웃어보자는 취지다. 신도시에선 작물 재배 영역을 더 넓힐 계획이다. 인구는 적게 받고, 과실수 재배를 중점적으로 하겠다는 꿈같은 소리를 한다. 과일을 쌓아놓고 먹는 생활은 가능할까. 그러려면 도시 하나는 더 지어야 할 거다. 화성 생활은 그렇다. 넉넉한 건 없다. 자원은 모두 제한적이고, 재활용은 필수다. 남아도는 건 사람뿐이다. 태어난 아이들이 도시에서 맡을 역할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좋은 직업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로테이션 방식이다. 나는 재작년에 생활체육부에서 근무했다. 운동 시합을 준비하는 부서였는데, 확실히 도시개발팀보다는 재미있다. 다른 도시에 가서 시합하기도 하고,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도시의 형태가 비슷해서 새로울 건 없지만, 운명 같은 만남이 있을지 누가 알겠나. 물론 그런 거 없다. 화성에서도 제짝 만날 사람들은 알아서 만나고, 못 만날 사람은 못 만난다. 그건 우주의 법칙이었다. 화성 생활의 불평만 늘어놓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도시는 꾸준히 개발되고, 인구는 증가한다. 앞으로 자원이 늘어나리란 기대를 품고 풍족한 생활을 꿈꿔본다. 궁금한 건 지구의 근황이다. 요즘 지구에선 무슨 음악이 유행하는지,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지도 알고 싶다. 이제는 덜하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푸른 하늘이 비치는 강물이 애타게 그리운 날이 있다. 오늘은 정서조절 약을 먹고 자야겠다. 글이 길다. 이 메일이 지구까지 가는 데 몇 주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언젠간 닿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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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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