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와 함께한 촬영은 어땠나?
<미스터트롯>에서 제일 재밌었던 무대가 민호 삼촌과 함께한 ‘파트너’다. 삼촌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존재하는 것 같다. 호흡이 이보다 잘 맞을 수가 없다. 하하하.
어떤 부분이 잘 맞는데?
뭐든지 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배려해주신다. ‘파트너’ 노래를 선정할 때도 동시에 “이건 딱 우리 노래다” 하고 말했다. <미스터트롯>을 하는 내내 정말 최고의 파트너였다.
장민호는 데뷔 23년 차의 가수 선배이기도 한데 어떤 모습을 본받고 싶나?
무대 매너! 삼촌이 무대에 오르면 객석의 환호가 장난이 아니다. 삼촌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떼창하는 관객을 보면 마치 주술사 같다. 사람들을 홀리는 마력과 무대 매너를 꼭 배워야겠다.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형들과 단단히 뭉치고, 서로 아끼는 모습이 느껴진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나?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니 정말 친형제처럼 지낸다. 모두 막내인 날 귀여워해주고 잘 챙겨준다. 종종 찬원이 형 집에서 자기도 한다.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인데 왜 트로트가 좋나?
트로트 특유의 꺾기나 바이브레이션이 내 입에 착 달라붙는다. 감정도 더욱 잘 전달되는 것 같고. 예전에는 트로트가 할머니, 할아버지만 듣는 노래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트로트를 불러도 친구들이 안 좋아했다. 근데 <미스터트롯>을 통해 친구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트로트 인기가 상승하자 친구들도 좋아하고 학교에서 스타가 됐다. 선생님들도 사진 찍고 사인해달라고 하신다. 하하.
트로트는 한이 담긴 노래라고 하는데 동의하나?
트로트 장르도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한이 담긴 트로트도 있지만 한을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트로트도 존재한다.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쉽겠네?
처음 트로트를 접하는 분들에게는 EDM 트로트와 세미 트로트를 추천한다. <미스터트롯> 무대에서도 선보인 ‘역전인생’이나 ‘찐이야’ 같은 노래를 들으면 트로트는 올드한 장르라는 고정관념이 깨질 거다. 트로트도 힙합처럼 신날 수 있다는 걸 알겠지.
<영재 발굴단>으로 이미 유명했다. <미스터트롯> 출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100인 예선에 뽑혔을 때 참가자 형들이 나를 알아봤다. 사진도 찍자 하고. ‘아, 내가 조금은 유명해졌구나. 정말 잘해서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다. 떨어지더라도 모든 걸 쏟아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좋다. 무대에서 후회 없이 잘 놀다 오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무대 체질인가 보다.
무대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잘 잡힌다. 힘을 넣어야 할 곳과 빼야 할 곳, 강약 조절도 자유롭고 신기하게 하나도 안 떨리고 감정 표현도 잘되더라. 무대 체질인가 보다. 하하하.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흥과 끼! 할아버지께서 트로트 감상을 너무 좋아하셨고 많이 알려주셨다. 강약 조절하는 법도 알려주셨다. 흥과 끼가 넘치는 할아버지를 보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내 안에 내재됐나 보다.
초지일관 트로트만 해왔는데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장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다른 장르에는 끼가 없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트로트가 인기 없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으니 밀고 나갔다.
결승에 진출할 자신도 있었고?
할아버지께서 이왕 나간 거니까 우승은 힘들어도 TOP 10 안에는 들 수 있게 열심히 해보자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즐기다 보니 결승까지 갔다.
<미스터트롯>으로 얻은 게 있나?
트로트에도 정말 다채로운 장르가 존재하다는 걸 느꼈다. <미스터트롯>을 하면서 더욱 세분화된 장르를 접했다. 경연 중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이 무대를 잘 끝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단단해졌네?
부끄럽지만 한 발 정도는 나아간 것 같다.
앞으로 트로트 신은 어떻게 흘러갈까?
K-팝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쳤듯 앞으로는 K-트로트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거다. 중국과 일본, 미국에는 벌써 퍼져나가고 있다. LA 교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우리의 구성진 가락을 좋아한다.
세계로 흘러가는 트로트 신에서 정동원의 역할은 뭘까?
영향력 있는 사람 되기. K-팝에선 지드래곤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나도 그처럼 세계에 한국 트로트를 알리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
하동에 ‘정동원길’이 생겼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길 이름은 나라나 지역에서 정해줘야 하는 거라 정말 영광이었다. 우리나라 안에 내 이름을 딴 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가. 이곳이 관광지가 되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도 있고.
무대 밖에서는 어떤 사람인가?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장난치고… 중학교 1학년 신입생과 별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트로트를 좋아하고 부른다는 정도?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내 노래도 더욱 진해지겠지. 또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얘기가 들리게.
<미스터트롯>에서 가장 행복했던 무대로 ‘파트너’를 꼽았다.
동원이와 화보 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동원이가 커가는 수많은 날들 중에 하루를 함께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해리와 에그시처럼 호흡은 잘 맞았나?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동원이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보다는 <나 홀로 집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수트 입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키가 컸지? 잘 자라고 있구나.’ 괜스레 동원이가 대견스러웠다. 오늘 같이 촬영해보니 진짜 친구라 소개해도 될 것 같다.
<미스터트롯>에서 동원이의 무대를 어떻게 봤나?
나 역시 시청자가 TV를 통해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평상시와 무대에서 노래하는 동원이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천재라는 표현을 잘 안 쓰는데 정말 동원이는 음악적으로 천재 같다. 아니, 천재보다는 영재? 아! 실제 <영재 발굴단>에도 나왔었네. 하하하. 하나를 알려주면 스펀지같이 빨아들이는 흡수력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애칭이 ‘사슴 눈망울’이라고. 평소 본인 눈을 좋아하나?
내가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무쌍꺼풀이 인기였다. 그래서 쌍커풀이 진한 내 눈을 싫어했다. 지금은 트렌드가 바뀌었다. 선 굵은 쌍꺼풀을 많이 좋아해주시니 나 역시 만족한다.
선 굵은 눈매뿐 아니라 콧날도 오뚝한 시원시원한 미남형 마스크다. 가수로 잘 안됐을 때 배우 할 생각은 없었나?
지금은 가수와 배우의 경계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돌 가수가 연기를 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게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녀 연기에 대한 제의도 없었고 이왕 가수로 시작했으니 끝장을 보자는 마음이었다.
불안하진 않았나?
불안했지.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려고 운동에 매진했다. 운동이 스트레스 푸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 스스로 계속 채찍질하며 살았다.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몸까지 쉬어버리면 안 되잖나. 언젠가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며 심신을 단련하듯 운동했다. 무기력한 기분도 전환되고 근육도 붙으니 마음을 다스리는 데 운동만 한 게 없다.
그래도 힘들었을 텐데.
내면에서는 힘들다고 말하는데 겉으로는 힘들지 않은 척했다. 앞서 말했듯 운동하며 단련하고 강해지려 해도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니까. 나 스스로 어려움을 외면한 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샌가 ‘툭’ 터져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웬만하면 힘든 일은 그날그날 털어버린다. 마음속으로 감추는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주고받으며 개선할 점을 찾는데 운동만큼 심신이 건강해진다.
유비스 시절에는 지금과는 달리 미성이었다.
트로트 가수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싫었다. 라디오에 나가서도 아이돌 얘기는 빼달라고 했지. 트로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이돌로 잘 안 풀리니 트로트 하네”라고 말하는 편견이 싫어 부단히 노력했다. 트로트에 적합한 창법을 연습하고 감정 표현력과 전달력을 살리다 보니 목소리가 변한 것 같다.
지난 10년 가까이 <쇼미더머니>를 필두로 한국 음악은 힙합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해가 바뀌니 갑자기 트로트가 세대를 아우르고 힙한 장르가 됐다. 계기가 뭘까?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닌 것 같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모두 트로트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미스터트롯>이 그 가려운 곳을 긁어준 거지. 트로트 가수로서 트로트가 매체에 노출되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대중이 오해하는 점이 있는데 트로트는 절대 올드한 음악이 아니다. 트로트에도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EDM 트로트도 <미스터트롯>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기존에 존재했었는데 우리가 몰랐으니 들을 수 없었지.
왜 그렇게 트로트가 좋나?
트로트는 한국 사람이 가진 고유의 감정도 노래로 승화할 수 있는 것 같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처럼 어린아이도 부를 수 있잖은가? 한국인의 얼이 트로트의 정서와 궁합이 좋다고 본다.
장민호가 생각하는 트로트의 정서가 뭔데?
많은 사람들이 트로트를 한의 정서라 말한다. 물론 트로트에는 한도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트로트의 정서는 ‘솔직함이 미덕’ 같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 전주만 듣고 벌써 마음이 동하고 화자와 청자가 일대일로 솔직하게 상호작용하는 시너지가 트로트의 매력이고 정서다.
실제 성격도 트로트처럼 솔직한 편인가?
‘그거 숨겨서 뭐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속여서 내 사람 만드는 것보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전하면 애를 쓰지 않아도 서로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앞으로 세워놓은 계획이 있을까?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진 않을 거다. 행복한 마음을 잃으면서까지 무언가를 얻고 싶진 않다. 근데 이 말이 모순인 게 욕심 없이 행복하게 지내다 보면 또 잘되더라. 하하하.
욕심을 버리자?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고 같이 성장하는 거다. 또 내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오래 들려드리고 싶다. 동원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기대되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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