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다. 피오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막힘없이 답했다. 빛나는 눈을 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미래를 설명했다. 그 모습은 순수한 아이 같기도, 꿈 많은 소년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가슴속에는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다고. 호기심이 많아 연기를 시작한 소년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됐고 예능에선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지칠 법도 한데 되레 동력을 얻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데뷔한 지 10년, 짧지 않은 시간 그가 쌓아온 성은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평소의 밝은 모습과 다른 표정을 연출했다. 어땠나?
오랜만에 멋있는 척해봤는데 역시 나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어울린다. 잘생긴 척한다고 친구들이 많이 놀릴 거다. 하하하.
그럼 귀엽다, 밝다, 긍정적이다. 피오를 떠올리면 떠다니는 단어가 맞는 거네?
혼자 있을 땐 차분한 면도 있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땐 말이 많아진다. 어색한 공기가 싫다. 일부러 침묵을 깨려고 장난치거나 분위기를 띄운다. 무게 잡는 건 영 안 어울린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나?
사람을 좋아한다. 시답지 않은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고. 사람한테 푹 빠져 에너지를 채우는 스타일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
“내 아들이니까 특별한 아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항상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애들과 조금 다르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좋은 말인 것 같다. 뭐든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고. 나도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처럼 키울 거다.
사진 찍는 걸로 유명하던데.
직업 때문에 피사체가 되는 일이 많지만 찍는 걸 더 좋아한다. 특히 풍경보다 인물 사진에 애착이 더 있는데 필립 할스만(Phillipe Halsman)처럼 찍어보고 싶다. 점프하는 순간 가장 아이 같은 표정과 순수함이 나온다는 철학이 매력적이다.
스스로 화보를 찍을 기회가 있다면 어떤 콘셉트로 찍고 싶나?
앞서 언급한 필립 할스만 또는 알프레트 아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처럼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순간을 찍고 싶다. 포즈 취하고 억지로 표정 짓지 않고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장면을 포착할 거다.
새 드라마 <경우의 수> 촬영에 들어간다. 하반기 방영 예정이라 올해를 마무리 짓는 작품일 것 같은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있을까?
일단 내 성격과 많이 닮은 캐릭터라 편하다. 한식 요리 주점 사장인데 다행히 부담은 없지만 예능뿐 아니라 연기도 괜찮다는 신뢰를 얻어 연기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해소하고 싶다.
극단 활동도 하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 아이돌로 데뷔했는데 왜 연기를 하고 싶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하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니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하고 경찰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연기학원을 등록했다. 그때부터 여러 사람이 될 수 있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 매진했다. 아이돌을 하는 순간에도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극단 활동도 시작했고.
연기뿐 아니라 음악,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데 왜 다 하고 싶나?
물 흐르듯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는데, 연기, 음악, 예능 활동이 다 좋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내 성향과 맥이 닿는 것 같다. 이 친구는 이런 면이 좋고, 저 친구는 저런 면이 좋듯 각 분야마다 색다른 매력이 있다. 최고의 위치에 서겠다는 건 아니지만 여러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듯 다방면에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
욕심이 많은 편이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생겼다. 어릴 때부터 되고 싶은 사람도 많았고 그때그때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니 욕심쟁이가 됐다.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운도 따랐다.
다 하면 지치지 않나?
지칠 수도 있겠지. 근데 한 가지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건 매일 새롭다. 예능도 했다가 음악 작업도 하고 연극도 하고. 매일 새롭고 흥미롭게 보내다 보니 지칠 새가 없다.
블락비로만 활동하던 때보다 인지도가 올라갔다. 뮤지션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근데 나는 혼자 음악 하는 것보다 팀으로서 함께 커가는 게 좋다. 그래서 형들이 군대를 다녀오면 다시 뭉쳐 블락비 앨범을 내고 싶은 게 목표다. 멤버들과도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다. 부와 명예도 얻었다. 지난 시간을 반추하면 어떤 일이 떠오르나?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고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매 순간 주어진 역할을 즐기고 행복할 미래를 상상하며 보냈다. 20대 후반과 30대에는 더 성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소신이 있는데, 마음속에 소년 같은 순수한 열정을 품고 나아가는 거다.
피오가 생각하는 소년은 뭘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마음속에도 소년과 소녀가 있다. 각박한 현실에 치이더라도 마음 한편에는 순수한 열정의 방을 만들어두고 싶다. 나중에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저 할아버지는 정말 소년 같으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늙고 싶다.
다방면에서 활동하기에 목표가 많을 것 같다. 어떤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하나씩 이룰 거고 극단이 잘됐으면 좋겠다. 대학로에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오게끔 재밌는 연극을 지속적으로 공연해 연극 장르가 다시금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훗날에는 내 극장도 가지고 싶다. 그리고 좋은 아빠 되기. 우리 부모님께서 그랬듯 자식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아빠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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