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카페이스> 토니 몬타나 사격장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토니 몬타나가 코리안드림을 이룰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2020년 한국 취업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한다. 이번에도 토니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걸까? “아이 앰 토니 몬타나!” 맞다. 토니는 야망 하나는 끝내주는 인물이다. 그 야망과 자신감 하나로 무일푼에서 마약왕의 자리에까지 올라갔으니 입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제일 잘하는 건 ‘총 쏘기’다. 진종오 뺨치는 실력으로 백이면 백 쏘는 족족 목표물을 제거해낸다. 권총부터 기관총까지 가리지 않고 잘 다룬다. 만약 끝내주는 담력과 야망을 앞세웠으나 총을 다루지 못했다면 마약왕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을 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국가. 그래도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한국에는 사격장이 많으니까. 군대에서 갈고닦은 사격 실력을 뽐내기 위해 예비역 장병들이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사격장으로 모인다. 서로 일등 사수였다고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 토니는 속으로 코웃음 칠 테다. 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지. 다혈질인 토니가 답답함을 못 참고 한 명씩 ‘참교육’을 시켜주며 사격의 기본기부터 알려줄 거다. 입소문을 타며 손님은 많아지고 사장님 얼굴엔 웃음꽃이 피니 천직이 따로 없다. 아, 사격장 이름은 ‘The world is yours’가 좋겠다.
2 <언터처블> 알 카포네 막걸리 양조장
금주법 시대 미국 시카고를 호령했던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는 더 이상 밀주 단속요원에게 쫓기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여유롭게 술을 만들고 판매하면 된다. 특히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전통주 붐이 일고 있다. 젊은 술꾼들이 창의적으로 빚은 우리 술인 막걸리가 주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알 카포네에게 막걸리는 생소한 술이다. 하지만 여긴 한국이 아닌가?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기왕 한국에 왔으니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면 어떨까? 맛도 훌륭하다. 톡 쏘는 샴페인 같은 막걸리부터 상큼한 과실 향을 가미한 내추럴 와인 같은 막걸리까지. 그의 입맛을 만족시킬 막걸리는 무수히 많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양조장 사장님들과 그의 사업 수완이 손을 잡는다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게 틀림없다. 주류업계의 백종원이 될지도.
3 <펄프 픽션> 빈센트 베가 아이돌 댄스팀 안무가
냉혹한 킬러이자 매력이 넘쳐흐르는 빈센트 베가도 2020년에는 카드 값을 고민할지 모른다.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베가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영화 <펄프 픽션>을 떠올려보자. 일단 그는 위에 언급한 토니와는 다른 젠틀한 총잡이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아닌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깔끔한 수트에 볼로 타이를 매는 센스를 지닌 신사다. 그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장면이 있다. 보스의 여자인 미아 웰러스와 레스토랑 ‘잭 래빗 슬림스’에서 트위스트 춤을 추는 장면이 바로 그것. 척 베리의 ‘You never can tell’이 흘러나오자 둘은 커플 댄스를 추는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이거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K-팝으로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 아닌가? 지금도 세계 무대에 서기 위해 아이돌 연습생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이와 관련된 오디션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개발된다. 베가의 춤 실력이라면 아이돌을 지도하는 춤 선생님이 되기에 충분하다. 춤 실력은 물론 ‘탑골 지디’ 양준일에 필적하는 스타일도 갖췄으니 말이다. 그가 가르친 아이돌이 BTS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면 먹고살 걱정은 없으며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거다.
4 <카지노> 샘 에이스 로드스타인 카운슬러(연애 코치)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안 그렇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야.” 영화 <카지노>는 주인공 에이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스포츠, 경마 등 모든 도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도박사였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아는 로맨티시스트다. 부와 명예를 얻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지만 그녀는 그를 배신했다. 떠나는 그녀에게 화도 내보지만 결국 붙잡진 않고 가슴에 묻는다. 올해 한국 예능의 트렌드는 연애 콘텐츠다. 리얼함을 살린 관찰 예능이 부쩍 많아졌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는 물론, 연예인도 실제 연인과 거리낌 없이 출연한다. 도박을 접은 사랑꾼 에이스가 연애 방송에 패널로 참여한다면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온 고감도의 코칭을 쏟아낼 거다. 꼭 TV에 나와 연애에 관해 조언해주지 않아도 좋다. 상담가로 연애 코칭을 비롯해 돈 버는 법과 인간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펼치면 된다. 그래도 <하트 시그널>의 양재웅 같은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 시즌 4에서는 패널로 앉아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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