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VIN
부쩍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강렬한 요즘, 랑방의 컬렉션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1933년 루시앙 폴레가 지은 파예롱(Pailleron) 수영장에서 랑방의 2020 S/S 컬렉션이 펼쳐졌다. 브루노 시아렐리는 오랜 역사와 건축적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이곳으로 청명한 남부의 색감과 1970년대 관광객의 모습을 소환했다. 스트로 해트에 가방을 세 개나 멘 배낭여행자와 너끈하게 큰 비치 타월을 덮어쓴 듯한 룩, 세일러 칼라 재킷을 입은 귀여운 마린 보이까지 이상적인 여름 바캉스 룩이 런웨이에 줄지어 등장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밝고 천진한 기운만 가득한,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완벽한 여름휴가가 이 컬렉션에 있다. EDITOR 이상
PHIPPS
핍스 2020 S/S 컬렉션의 슬로건은 ‘Like a Rock’. 말하자면 웨스턴 무드가 반영된 클라이밍 스타일. 얼굴을 반다나로 반쯤 가리거나, 흘러내린 머리를 질끈 동여매기도 하고. 가장 좋은 건 우람한 팔뚝이 드러나는 민소매 차림. 또 화끈하게 상의를 벗어젖힌 룩은 속이 다 시원해진다. 카고 팬츠, 초크백, 루프, 브리머 등의 직설적인 액세서리를 비롯해 웨스턴풍의 묵직한 스톤 펜던트 목걸이, 밀레와 협업한 등산화까지. 강인한 클라이머 그 자체. 한껏 달아오른 몸을 차가운 계곡에 풍덩 빠트리는 순간의 쾌감, 그리고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호사를 상상해보길. 현시대에 이보다 더 이상적인 여름이 어디 있을까. EDITOR 최태경
CASABLANCA
2019 F/W 컬렉션으로 처음 등장한 카사블랑카는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 하지만 이들의 옷은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과감한 패턴과 색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디자인,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뒤섞여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리고 이들의 매력은 2020 S/S 컬렉션에서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라프 타제르(Charaf Tajer)는 핑크와 오렌지, 민트, 그린 같은 다채로운 컬러 위에 현란한 프린트와 디테일을 얹어 생동감 넘치는 트로피컬 룩을 완성했다. 향수병을 아기자기하게 프린트한 실크 셔츠, 껍질이 벗겨진 오렌지 모티브의 트레이닝 쇼츠, 석양과 화분을 그려 넣은 데님 재킷과 팬츠에선 신인다운 패기와 자유분방함 또한 읽힌다. 그 유쾌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여름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EDITOR 윤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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