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지금의 티머시 섈러메이를 만든 영화, 그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태양이 작열하는 1983년의 이탈리아, 나른하고 따뜻한 가족 별장, 여름 내내 이어지는 평온한 일상. 17세 소년 엘리오와 24세 청년 올리버의 애틋하고 뜨거운 사랑. 평화로운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작은 수영장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일상. 긴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수영복에 줄무늬 셔츠를 시원하게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햇살 가득 호젓한 시골길이나, 인적 드문 시내 카페 테라스에서의 여유로운 일상. 컨버스 하이톱 스니커즈로 발을 동동 제멋대로 스텝을 밟으며 한여름 밤에 취하는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야외 파티. 햇빛에 바란 파란색 티셔츠나, 영화 내내 엘리오가 쓰고 다니는 클래식한 웨이페러 선글라스 등등. 그 속의 모든 요소가 정겹고 아름답다. 그래, 맞다. 여름은 이렇게 눈부시게 뜨겁고 찬란하게 보내야 하는 것. 지루한 일상의 메마른 감정을 간질이는 본능적인 로맨스의 결정체. 그 여운이 제법 길다.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영화 산업 황금기의 막차를 달리던 1969년의 할리우드. 트위스트와 모즈 룩, 히피 문화가 성행했던 때. 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희대의 살인마 집단 맨슨 패밀리의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찐득찐득한 서사와 연출,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의 투샷이 공존한다. 두 사람은 영화 내내 영혼의 단짝처럼 함께하는데,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 이 둘의 룩은 왠지 어색하지 않다. 시대를 역행해 다시 돌아온 현재의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잊혀가는 액션 배우 역할의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는 주로 질 좋은 가죽 재킷에 벨보텀 팬츠, 그의 스턴트 겸 매니저 역할인 브래드 피트는 몸에 잘 맞게 입은 데님 셋업, 혹은 1960년대 LA 배경과 잘 어울리는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 빈티지 티셔츠와 잘 길들인 스웨이드 부츠로 남성미를 강조한다. 특히 거친 매력을 대방출하는 브래드 피트의 파워풀함은 정말이지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TIGER KING: MURDER, MAYHEM AND MADNESS
요즘 미국에서 “타이거 킹 봤어?”가 인사말이라고 한다. 고양잇과 야생 동물 2백여 마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설 동물원 GW의 주인 조 이그조틱과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 캐럴 배스킨의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하지만 이건 단순히 밑그림에 불과하다. 윤리적인 갈등을 넘어, 서로의 허점을 노리고, 살인 청부까지 저지르는 범죄 스릴러가 전개되고, 그들보다 더한 상상 이상의 빌런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와중에 호랑이와 사자는 미치게 귀엽고, 또 안쓰럽고. 아무튼 이 괴상한 다큐멘터리가 비윤리 논란을 떠나 지금 가장 화제인 것만은 명백하다. 또 그 와중에 조 이그조틱의 개성 넘치는 멀릿 스타일 헤어나 요란한 피어싱, 새끈한 웨스턴 룩은 제법 끝내준다. 사실 그가 공공연한 나쁜 놈이긴 하지만, 록스타 못지않은 스타일과 끼를 지닌 것 또한 사실인 듯. 급기야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오데인저러스(Odaingerous)는 <타이거 킹:무법지대>와 협업한 ‘리벤지(Revenge)’ 컬렉션을 출시했다. 뒤이어 이 광기 어린 다큐멘터리는 니컬러스 케이지가 조 이그조틱을 연기하는 TV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 이와 별개로 캐럴 배스킨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TV 시리즈도 준비 중이라고.
THE LAST DANCE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과 ‘불스 왕국’ 시대를 기록한 넷플릭스 정통 다큐멘터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신입생 시절부터 NBA 데뷔 당시, 나이키 같은 ‘작은 회사’는 원하지도 않던 마이클 조던이 엄마 말을 듣고 억지로 나이키와 인연을 맺게 된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 등등, 그 어떤 영화보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날것의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황금기 시카고 불스를 이끈 필 잭슨 감독이 ‘더 라스트 댄스’라고 불렀던,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마지막 시즌인 1997-1998시즌을 전례 없이 밀착 취재한 영상까지. 마이클 조던에겐 단순히 ‘전설’이라는 호칭도 부족하다.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의 부작용은 1회차가 끝나는 순간부터 나이키 에어조던을 살 궁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더불어 그의 시그너처인 귀 한쪽의 링 귀걸이나 체인 목걸이. 농구 유니폼 스타일이나, 통 넓은 반바지 등등 끊임없이 그의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어질 거라는 사실. 무엇보다 당장 나가서 거칠게 게임 한 판 뛰고 싶은 본능적 욕망은 참기 힘들겠지만, 아직은 조심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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