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코로나19의 중심에서
세상의 중심이던 뉴욕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확진자 수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그중에서도 뉴욕이 25%의 확진자를 내며 최대 피해 도시가 된 것이다. 그 속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모노클> 에디터 에드는 자신의 브루클린 아파트에 사무실을 꾸리고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코로나19가 강력하게 휩쓸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은 어떤가?” 뉴욕 밖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뉴욕시에서 발표한 보도는 끔찍했다. 병원들은 폭발 상태며 냉동 트럭들은 임시 시체 안치소가 되었다는 것. 사람들은 뉴스 헤드라인처럼 아주 나쁜 상황을 상상하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건 실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비록 전례 없는 전염병이 이 도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뉴 노멀’도 ‘노멀’로 느껴지게 될 거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매일 통근하고, 한 달에 몇 번씩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곳을 여행하는 게 업인 사람으로서, 나의 세계는 지난 몇 주간 완전히 줄어들었다. 3월 9일, 나는 잡지 <모노클> 일 때문에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그게 내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현재 긴 시간 출장을 가지 못했고 꼼짝없이 뉴욕에만 머무는 중이다. 그래서 지난 몇 주간 다른 저널리스트들 또한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왔다. 이를테면 전화나 줌을 통해 인터뷰하고, 런던 본사 팀과는 전화 통화로 소통하며, 임시 스튜디오가 되어버린 내 침실 이불 아래에서 라디오의 오디오를 녹음하는 것.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대처 속에서 내가 가장 최근 한 일들이다.
몇 주 전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거듭된 사이렌 소리를 제외하면, 내가 부엌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아파트 밖은 섬뜩한 정적이 감돌고 있다. 덜컹이는 지하철 소리보다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가 들리고, 교통 소음으로 가득 찼던 도로 아래 1.5km 떨어진 모스크에서는 기도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매일 오후 7시에는 의료진들을 잠시나마 응원하는 활동이 진행되는데, 이로 인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박수 소리가 한 차례 정적을 뚫고 지나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복도를 따라 거주하는 몇몇 친구들은 뉴욕주 북부의 별장으로 향했고, 나는 그들의 빈 집을 사무실처럼 쓰면서 임신한 내 파트너에게 쉴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뉴욕의 전형적인 아주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는 기사를 쓰며 마감을 치르고, 그녀는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하며 하루를 보내곤 한다.
하루하루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금요일에 맥주를 마시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우리는 매일 집을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주일에 몇 번은 가까운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달리거나 자전거를 탄다(임신 6개월인 나의 파트너는 달리기를 보류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거리에는 도둑들이 두를 것 같은 반다나부터 세계적인 화학 전쟁 장비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사방이 마스크로 가득하다. 뉴욕주는 5월 15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개방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 조치가 가장 심각하게 전염된 주에 이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마치고 나면 늘 같은 시간, 산뜻한 저녁 리듬을 유지하며 매일 조금씩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와 보드게임 백개먼과 함께. 그리고 몇 년 동안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피클을 담그는 프로젝트와 미뤄뒀던 베이킹도 함께. 우리는 8월에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우리 모두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WORDS & PHOTOGRAPHY 에드 스토커
Ed Stocker 에드 스토커
<모노클>의 미국 지부 에디터이자 작가, 사진가로 <가디언> <인디펜던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 기고하며, 중남미를 오가면서 활동하는 문화 및 시사 이슈 전문가다. 항상 출장 중이던 그는 코로나19로 뉴욕에 갇힌 신세가 됐고, 고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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