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란 무엇일까. 치장을 거둬내면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욕심을 버리기는 어렵다. 헤드라이트는 더 날카롭게, 캐릭터 라인은 더 역동적으로, 테일램프는 뒤차 운전자 마음을 설레게 만들다 보면 볼거리가 너무 많은 디자인이 되곤 한다. 곳곳에 크롬을 바르고, 뚫리지도 않은 구멍에 그릴 무늬를 새겨 넣기도 한다. 디테일이 늘어날수록 눈길이 가지만 이내 질린다. 현혹되는 것은 잠깐이다. 치장은 유행을 타고, 순식간에 유행이 지나면 디테일은 거슬리는 요소가 된다. 소비자는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동차를 원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 굳이 끼를 부려야 한다면 공기저항을 낮추거나, 안전을 꾀한다거나 그 근거가 충분히 납득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요지는 이거다. 기본에 충실하려면 치장을 덜어내라.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제조사에게 큰 도전이다. 제네시스는 두 줄의 수평선이 돋보이는 G90을 통해 간결한 디자인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검증했다. 그리고 이어 GV80에서는 유선형 지붕 라인과 후면의 반듯한 면을 통해 단순한 디자인에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두 차례의 성공적인 결과를 토대로 G80은 과감히 치장을 걷어냈다. 기본에 충실하다. 슬로건까지 ‘여백의 미’다. 전작과 달라진 점은 15mm 낮춘 전고와 35mm 넓어진 전폭이다. 낮고 넓어졌으니 존재감은 필연적으로 강렬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간결할 수 없는 단 두 줄의 쿼드램프도 제네시스만의 아이덴티티로 굳어졌다. 측면에는 사이드미러에서 시작해 테일램프 부근에서 낮아지는 선 하나를 그었다. 파라볼릭 라인이다. 클래식 카에서 사용되던 ‘검증’된 라인이다. 펜더의 볼륨감을 강조한 애슬래틱 파워 라인도 살짝 그려 역동성을 더했다.
간결한 디자인은 실내로 이어진다. 좌측 송풍구에서 시작된 긴 수평선이 어디 하나 두드러지지 않고 무심히 우측 송풍구까지 이어진다. 가죽과 천연 나무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이 가득하다. 조작부도 간결하다. 인포테인먼트는 동그란 통합 컨트롤러로 조작한다. 필기 입력도 가능하다. 하지만 손에 쉽게 익지 않는다. 답답하다면 화면을 터치하는 편이 낫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디자인에 이어 승차감까지 클래식하다. 차음 유리를 사용했고, 도어 접합부를 단단히 마감했다. 외부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정숙하다. 스피커를 통해 잘 만들어진 엔진음이 들리긴 하지만 공격적인 사운드는 아니다. 그런 소리가 어울리지도 않는다. 빠르게 달려도 품위를 유지한다. 차체는 3세대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이다. 무게중심이 낮다. 고속 주행 시 바닥에 착 가라앉는다. 안정감이 제법이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도 힘이 부족하다거나 쏠린다는 느낌이 적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첨단 편의 사양들이다. G80을 호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능동 안전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해 AR 내비게이션의 유용함도 한 철 빨리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정리하자면 G80은 외모는 전통, 내면은 첨단이다. 가격 6천1백87만원(3.5 가솔린 터보 AWD 기준).
수치로 보는 G80
20km/h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는 방향지시등 조작 시 차로 변경을 보조하거나 20km/h 이하의 정체 상황에서도 근거리로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한다.
380hp 3.5 가솔린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9.2km/L다.
125kg 차체의 약 19%에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적용해 공차 중량을 125kg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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