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세 여인> 로베르토 무질
현대 독일 문학 작가 로베르토 무질의 단편 세 편이 실린 연작 소설집이다. 인간과 역사, 시민 사회, 현대 문명에 대한 회의를 기반으로 서양의 몰락을 예감하던 무질은 당대엔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후 재평가 받은 작품들을 써냈다. ‘그리지아’의 주인공은 원시 공동체에 가까운 시골 마을을, ‘포르투갈 여인’은 중세 봉건제 사회를, ‘통카’는 현대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세계와 나의 관계, 인간 사회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밀란 쿤데라의 사유와도 닮은 흥미로운 연작 소설들이다.
② <겟패킹> 임솔아
‘내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출입국’이라는 시의 한 구절로 임솔아의 시집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의 언어로 전개되는 날카로운 상상, 질문, 도약, 그리고 면도날에 얇게 베인 것 같은 통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임솔아 작가의 두 번째 시집이다. 현대문고에서 발간되는 핀 시리즈로, 서평이 없는 얇고 가벼운 시집이다. 김지원 작가의 ‘비행’을 주제로 한 커버 드로잉이 임솔아 작가의 시와 잘 어울린다.
③ <검은색> 알랭 바디우
검정엔 끝이 없다. 어둠, 밤, 석탄, 잉크, 검은 개, 적과 흑, 고래…. <검은색>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첫 자전적 에세이다. 바디우는 손가락에 묻은 잉크에서 시작해 유년의 캄캄한 방, 군대의 매캐한 석탄 난로, 혁명기 프랑스의 검은 깃발, 흑인 운동, 검은색의 변증법까지 21개의 섬광 같은 사유들을 펼쳐놓는다. 단단한 사유 사이 틈입하는 서정성은 검은색에 대한 편린들을 정치와 예술,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④ <고요함 동물> 박솔뫼
‘나’의 고양이 차미는 탐정이 되기로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 속 필립 말로처럼, 차미는 ‘나’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우아하게 해결한다. 총 12장으로, 7개의 사건을 둘러싸고 ‘나’의 시선과 차미의 사건 기록이 번갈아 진행된다. 실험적인 형식과 만화경 같은 착란으로 서사를 입체화하는 소설가 박솔뫼의 새로운 시도가 담긴 소설집이다.
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이수정 범죄심리학자와 <씨네21> 이다혜 기자가 영화 속 범죄 유형과 심리를 분석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방송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살인의 추억>의 성범죄부터 <적과의 동침>으로 본 가정 폭력 범죄, <걸캅스>로 보는 디지털 성범죄, <사바하>로 보는 사이비 종교의 제의가 된 여아 살해 등을 분석하며,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지 않고 약자가 피해자가 되는 구조를 파헤친다. 참담한 세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⑥ <자본에 대한 노트> 알렉산더 클루게,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소비에트의 무성 영화 <전함 포템킨>의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감독이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프로젝트는 결국 좌초했지만, 영화 〈자본〉을 고민하고 계획한 노트는 남아 책으로 출간됐다. 예이젠시테인은 <율리시스>의 내적 독백을 활용해 방황하는 두 인물의 하루를 따라가며 총체적 몽타주를 구성하려 했다. 이 원대한 계획은 상상의 채석장을 발굴하는 것과 같다고 알렉산더 클루게는 밝힌다.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인문 시리즈 채석장 중 한 권으로 유운성 평론가가 번역했다.
⑦ <하찮은 취향> 김기열
딱풀, 계산기, 룩북, 클립, 지도, 뮤지엄 입장권, 페퍼민트 껌까지, 한 수집가의 사소하고도 방대한 수집 리스트. <GQ>의 아트 디렉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김기열이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수집한 것들을 모아 사진 혹은 그래픽 디자인으로 담아내고, 단상을 풀어냈다. 아이템마다 제품명과 브랜드, 출신 국가를 표기해 다양한 아이템의 물성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으며, 책 한 권 그러쥔 것만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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