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두 남자가 재킷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손을 찔러 넣은 채 들어왔다. 북적거리는 스튜디오 현장이 낯선 듯 주변을 살피며 인사를 건넸다. 듀오 밴드 스마일리스마일의 박준철과 류준이다. 듀오가 드문 요즘, 두 남자는 왜 뭉쳤을까. “저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어요. 함께 밴드부에 들어가 각자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죠. 2003년부터 팀을 결성하기 전까지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음악은 꾸준히 해왔어요.” 박준철이 말했다.
이들은 EP 앨범 <42000ft>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티 팝 음악을 선보여왔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들에게 스마일리스마일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30대에 위기가 찾아온 동시에 기존에 하던 것들이 다 붕 떠버렸어요. 세션으로 속해 있던 밴드들이 모두 사라져갔죠. 너무 갑작스러워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근데 반대로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에서라면.” 그들은 음악이 그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스마일리스마일로서 활동하기 이전에는 줄곧 강렬한 록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잔잔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팝 음악을 하기로 했죠.”
류준은 현재 자신들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꽤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음악적 영감은 영화나 글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음악에 담긴 사연은 그보다 훨씬 단순한 곳으로부터 왔다. “예를 들면 바다 위에 떠 있는 피아노라든지 불이 꺼진 텅 빈 놀이공원을 가는 장면 등. 혹은 비행기 안이나 바닷가와 같이 특정한 공간과 이미지를 상정한 후 곡을 만들어요. 그 공간과 이미지는 일상에서 얻고요. 자다 일어나 씻고 커피를 내리는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곧바로 종이에 써놓는 거예요. 아무렇게나요. 그날 기분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지만요.”
그들은 일상에서 만들어진 곡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기를 원했다. 그 힘은 스마일리스마일의 곡 속에 정직하게 묻어났다. 첫 EP 앨범 수록곡 ‘두 번째 유원지’는 오래된 캠코더로 촬영한 희미한 잿빛 영상을, 싱글 앨범의 ‘빗속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42000ft’를 들으면 끝없이 비행하는 느낌이다. 마치 1960년대 재즈를 들을 때면 가본 적도 없는 1960년대 재즈 바로 순간 이동한 착각에 홀리듯 말이다.
그들이 다음으로 안내할 세계는 어딘지 궁금해졌다. “다음 싱글 앨범은 가스펠 분위기가 날 것 같아요. 곡의 주제는 ‘강을 향해 간다’로, 모두 다 함께 강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신발끈을 질끈 묶고 외출하려던 사람, 산책하던 개도 동물도 모두 모여 다 함께 강으로 걸어가는 거죠.” 준철이 말하는 대로 머릿속에 개와 사람들이 걷는 풍경이 그려졌다. 비행기와 바다 그리고 강까지. 스마일리스마일은 걷고 또 나아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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