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온더록스 글라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사랑은 정평이 났다. 에세이집 <위스키 성지 여행>과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서 위스키와 온더록스 잔을 예찬한다. 마감 때면 온더록스 잔에 연필을 꽂아두고 원고를 쓴단다. 온더록스는 위스키의 거친 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커다랗고 단단한 얼음이 녹으면서 위스키를 부드럽게 순화시켜주기 때문. 온더록스 글라스는 강철 같은 얼음을 받치기 위해 바닥이 두텁고 견고하다. 겉면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고 안쪽은 살짝 눈으로 한 번, 혀끝으로 한 번. 술맛 살리는 매끈한 글라스. 봄밤을 마신다 굴곡진 형태를 고르면 얼음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마저 들린다. 오감을 모두 맛본다는 얘기다. 과연 하루키가 선택할 만하다.
② 니트 글라스
위스키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원액 그대로 즐기는 방식을 니트라고 한다. 위스키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이트라고도 한다. 싱글 몰트위스키 애호가들이 선호하며 글라스의 기본은 튤립 모양인데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얇고 투명하면 충분하다. 단, 한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하게 잡히는 게 좋다. 그래야 듬직한 무게를 느끼며 위스키 자체의 풍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③ 칵테일 글라스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007> 시리즈 속 제임스 본드는 전통적인 진 대신 보드카로 만든 마티니를 주문한다. 아무렴 어떨까. 잔은 똑같은데. 흔히들 마티니 전용 글라스로 알고 있지만 본래는 칵테일 글라스다. 얼음은 넣지 않으며 쇼트 드링크 칵테일에 많이 사용한다. 밋밋한 손잡이를 크리스털로 장식하거나 색의 변주를 주기도 하며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래도 칵테일이 은은하게 비치는 투명한 삼각뿔 모양 잔이 클래식이다.
④ 샴페인 글라스
샴페인 글라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입구 부분이 넓은 소서(Saucer)형과 가늘고 기다란 플루트(Flute)형. 행사장에서 흔히 접하는 형태가 플루트 글라스다. 사전적 의미로 길쭉한 술잔인데 샴페인의 향기와 탄산이 나가지 못하도록 글라스 입구가 약간 오므라져 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를 감상할 수 있기에 보는 재미가 있는 잔이다.
⑤ 하이볼 글라스
니트와 온더록스로 마시는 방법이 너무 독하다면 하이볼 위스키로 마시자. 위스키에 소다와 진저에일 같은 탄산을 넣어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청량하고 달큼하기에 한결 편안하다. 하이볼 글라스는 키가 크다. 얼음과 탄산수를 수북이 담기 때문. 큰 키 덕분에 톨 글라스(Tall Glass) 혹은 굴뚝을 닮아 침니 글라스(Chimney Glass)라고 한다. 물컵과 비슷하게 생긴 것부터 밑동이 화려하고 다양한 프린트가 들어간 모양도 있다.
⑥ 화이트 와인 글라스
와인잔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진다. 바로 향 때문이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용하는 글라스의 모양 역시 다르다. 레드 와인은 타닌의 텁텁함을 줄이고 향을 퍼트릴 수 있도록 볼이 큰 잔을 사용한다. 반면 화이트 와인은 기본적으로 타닌 성분이 적기에 크기가 작은 잔을 사용한다. 화이트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찬 온도에서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것. 잔이 크면 많은 양을 따라놓게 되고, 마시는 동안 와인의 온도가 상승해 맛과 향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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