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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게 월드랠리의 의미

UpdatedOn March 27, 2020

현대차가 2020 월드랠리 챔피언십의 시즌 첫 대회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드라이버 부문 우승과 제조사 부문 선두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월드랠리에 참가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현대차가 스포츠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현대차는 N시리즈 이후 꾸준히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금 현대차가 월드랠리에 집착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모터스포츠 참가는 빠질 수 없는 과정

자동차 회사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천천히 갈 수는 있지만 역주행하는 순간 시장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시장을 선도하고 싶으면 빨리 달려야 하고, 생존에만 의미를 둔다면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업체를 따라잡으려면 당연히 속도를 더 내서 차이를 좁히든가 추월해야 한다.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업체가 현재 속도를 유지하거나 더 빨리 달리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잡기 위해 진정한 실력을 갖추려면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을 들여 실력을 쌓아야만 속도가 붙는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꽤 커서 세계 5위권으로 꼽힌다(한두 단계 변동이 생기기도 한다). 놀랄 만한 성과지만 대중차 위주로 판매만 많이 해서 나온 결과다. 진가를 인정받으려면 전통도 깊어야 하고, 자동차 문화를 이끌어야 하고, 모터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하고, 고성능차와 고급차 등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분야까지 두루두루 능통해야 하는 등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국산차 업체의 약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자동차 제조 외에는 내세울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업체는 현대자동차여서, 이런 문제는 곧 현대차의 약점으로 통했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마니아들도 규모에 맞지 않는 소극적인 전략에 불만과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변하지 않을 듯하던 현대차가 어느 순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복합 문화 공간을 곳곳에 세우고,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고, 고성능차를 만들기 시작하고, 메이저 모터스포츠에 발을 들여놓았다. 세계 5위권 자동차 국가의 대표 업체다운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어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제대로 집중적인 투자를 하면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주목할 분야는 모터스포츠다.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에 아주 담을 쌓고 지내지는 않았지만, 소규모 대회 위주여서 하는지 안 하는지 아는 사람은 적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규모면 메이저 모터스포츠 대회에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현대차가 6년 전인 2014년 ‘월드랠리 챔피언십(WRC)’에 발을 들여놓았다.

WRC는 F1과 내구 레이스, 인디 500 등과 더불어 세계 정상급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현대차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WRC에 도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번 도전은 그때와 달랐다. 준비도 철저했고 고성능 브랜드 N을 만들어 모터스포츠와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현대차 WRC 팀은 처음부터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나갔다. 꾸준하게 실력을 키운 현대차는 드디어 지난해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올랐다. WRC 복귀 6년 만이다.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은 4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현대차 WRC 팀은 첫 대회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거두며 제조사와 드라이버 부문 선두에 올랐다. 전력이 몇 년째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올해 전망도 밝다.

자동차 회사가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극한 상황에서 테스트하고, 경기에서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 만드는 데 적용한다. 차를 좀 제대로 만들어보려면 모터스포츠는 필수다. 마음만 앞선다고 되지 않는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술력도 어느 수준 이상 갖춰야 한다. 일단 참여하면 성과를 거둬야 하니 부담도 크다. 태생이 모터스포츠인 업체는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서 유리하지만, 새로 도전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장점은 많지만 단점이 장점보다 크다면 섣불리 뛰어들기 쉽지 않다.

과거 현대차가 메이저 모터스포츠 대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현대차도 기술력이 높아져서 충분히 모터스포츠에 뛰어들 수준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제조 외 분야에서도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않고는 한계를 넘지 못한다. 더 큰 목적은 브랜드의 도약이다. 현대차는 대중차 업체에서 고급차와 고성능차까지 분야를 넓히는 등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브랜드 위상을 높이지 않고는 고급차와 고성능차 시장에서 인정받기 힘들다. 역동성을 중시하는 고성능차는 모터스포츠 제작 노하우가 필수이고, 고급차도 역동성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는 완전해질 수 없다.

대중차만 만들던 현대차가 고성능차나 스포츠카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터스포츠 기술력에 바탕을 두었느냐 아니냐는 천지 차이다. 껍데기는 스포츠카로 인정받을지 몰라도, 주행 성능이나 역동적인 감성까지 진짜라는 평가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모터스포츠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다면 현대차가 만드는 스포츠카나 고성능차의 기본기까지도 인정받는다. 스포츠 세단을 기본 특성으로 삼는 고급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내놓은 고성능차 N은 처음 시도인데도 불구하고 평가가 매우 좋다.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과 인지도 상승 효과가 영향을 끼쳤다.

WRC에서 거둔 성과가 내는 또 다른 효과는 인식 변화다. 차만 만들어 파는 데만 집중하던 현대차가 제조 외 부수적인 분야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심었다. 성적을 보면 울며 겨자 먹기나 구색 맞추기 참가가 아니라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진다. 경쟁에서 정속으로 달리던 현대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WRC 우승은 추월 의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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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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