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박원태 COOPERATION 세미콜론 Editor 이민정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의 사진은 시시하지 않다. 복장 도착증 환자, 키가 2m 40cm나 되는 거인, 칼을 삼키는 알비노 여인, 나체주의자…. 도려내고 싶은 썩은 감자처럼 보는 이를 불편하고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그녀에 관한 온갖 소음은 그녀가 죽은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다. 정작 자신은 ‘위대하고 슬픈’ 사진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그녀에겐 늘 ‘유령을 담는 사진가’, ‘기형인들의 사진가’, ‘퇴폐적 우아함을 지닌 착취적 나르시시스트’라는 꼬리가 따라다녔다. 48세의 나이로 자살하기 전까지 다이앤은 겨우 세 번의 그룹전에 참여했고 출간한 사진집도 없었다. 그러나 일 년 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는 무려 2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미국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 미술관을 습격해 아버스의 작품 위로 침을 뱉고 난리 법석을 부린 ‘안티 아버스’들은 오히려 아버스의 존재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스스로 ‘유대인 공주’로 키워졌다고 여겼다. 어쩌면 뒤틀어지고 낯선 장면을 담으려는 정신은 계급적인 불평등이나 폭력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른다. 아버스에게 사진 기술을 가르쳐준 건 남편 알렌 아버스였지만(이 부부는 한때 <마리끌레르>, <보그>, <하퍼스 바자>, <글래머> 등의 패션 화보를 찍으며 명성을 날렸다.) 철학을 심어준 건 평생의 스승인 사진가 리젯 모델과 아티스트인 마빈 이스라엘이었다. 리젯 모델은 ‘자신만의 사진을 식별할 것’, ‘강력하게 찍고 싶은 것을 찍을 것’, ‘이미지를 모호하게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고, “너는 세상 모든 사람을 찍을 수 있어”라고 격려한 마빈 이스라엘은 그녀가 어둡고 누추한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이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 이벤트죠. 그녀는 모든 이벤트 하나하나에 감동했고, 그것들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것, 거기서 오간 대화, 말없이 그냥 기다리던 순간들. 결코 ‘그 사람 집에 가서 이러이러한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 다른 사진가가 가지 않은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가 모험에 맞춰 살고 모험을 추구했지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마빈 이스라엘은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 그녀는 작업에 등장하는 거인과도 우정을 쌓았고(배우가 꿈인 이 거인은 프랑켄슈타인의 아들, 농구 선수로 영화에 등장했다.) 나체주의 캠프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때 그녀는 똑같이 벌거벗은 몸으로 촬영을 했다. 불행한 사람들을 찾아 자꾸만 음습한 곳으로 들어간 그녀의 무서운 힘의 원천은 촬영 대상들과 끈끈하게 연결된 유대감이 아니었을까. 억압된 예술가의 시선으로 그들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세상 속으로 초대하고 삶을 초월한 고귀한 사람들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이미 거리로 나서기 전에 그녀 스스로 마음속에 내린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상상과 현실, 그 어디쯤 존재하는 흑백사진에 명백히 나타나며, 다른 사진가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를 흉내 내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다.
* <베니티 페어>의 객원 편집자인 퍼트리셔 보스워스가 쓴 <다이앤 아버스,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가 국내에 출간됐고, 니콜 키드먼이 아버스로 분한 영화 <퍼(Fur)>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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