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가 거리를 누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근처는 물론이고 골목길에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동하는 전동킥보드족이 보인다. 전동킥보드의 안전이나 규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불타오르는 전동킥보드 공유 시장에 대한 전망이다. 국내 업체만 있던 전동킥보드 시장에 최근 싱가포르 업체 ‘빔’, 독일 업체 ‘윈드’, 미국 공유킥보드 업체 ‘라임’이 출사표를 던졌다. 글로벌 킥보드의 국내 시장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EDITOR 조진혁
문제는 가격 경쟁력
전동킥보드는 필요한 구간만 잠깐 탄 다음 두고 가는 공유 서비스와 잘 맞는 모빌리티다. 전동킥보드의 공유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선두 주자는 ‘킥고잉’. 한국의 올룰로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올해 현대기아차의 투자를 받으며 유명해졌다. 강남구 일대와 마포구, 송파구와 판교, 부산까지 넓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자 수는 25만 명에 운영 대수도 3천 대가 넘는다. 올해 말까지 현대기아차의 투자를 바탕으로 1만 대로 서비스 대수를 늘릴 예정이다.
처음에는 성공에 대한 회의감도 많았다.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서 굳이 전동킥보드를 많이 이용할까? 그런데 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꽤 선전하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라스트 마일’용 운송 수단인 전동킥보드는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과 잘 맞아떨어졌다. 킥고잉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자 유사 공유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났다. 올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고고씽’ ‘씽씽’ 등의 한국 스타트업에 이어 해외 킥보드 공유 업체도 한국에 문을 두드렸다. 싱가포르의 ‘빔(Beam)’은 올 7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영 대수는 1천 대 남짓. 여기에 독일 공유 서비스인 ‘윈드(Wind)’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드디어 미국의 ‘라임(Lime)’이 국내 서비스의 개시를 알렸다.
라임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공유 자동차 업계에 ‘우버’가 있다면 공유 킥보드 업계에는 라임이 있다. 30개 국가 1백2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누적 1억 건의 탑승 횟수를 가장 먼저 도달한 업체다. 라임은 우버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경영 방식으로 유명하다. 라임도 10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 운영 대수는 5백 대. 연말까지 1천 대로 확장할 예정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20여 개에 가까운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빠른 확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관련 법규가 자동차 공유에 비해 간소하다. 운전자가 16세 이상의 원동기 면허만 소지하고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 서비스 업자와 갈등 요소도 적다. 말 그대로 라스트 마일(약 1.6km)용 모빌리티이기 때문에 택시 업계에서도 경계하지 않는다. 투자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중국에서 생산한 전동킥보드는 대량 주문 시 30만~40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1천 대를 서비스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이 3억~4억 수준이다. 물론 고급 킥보드는 가격이 올라가고 플랫폼 장착과 서비스 운영 비용, 충전용 인력 고용 비용이 추가되지만 차량 1대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비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가 수월한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우리 토종 서비스를 몰아낼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라임’ 서비스와 국내 서비스를 비교해보자. 우선 라임의 킥보드는 자체 설계하고 중국이 생산해 품질이 높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언덕 주행이나 제동력 등에서 국내 업계가 서비스하는 킥보드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다. 라임은 기본료가 1천2백원이고 분당 1백80원의 이용 요금이 추가된다. 30분을 이용하면 6천6백원이 든다. 반면 킥고잉은 5분까지 1천원의 기본료에 분당 1백원의 요금이다. 30분을 이용하면 3천5백원 정도가 든다. 고고씽은 30분간 이용 요금이 3천원 정도로 킥고잉보다 더 저렴하다. 즉 라임의 비용이 국내 서비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싸다. 독일 공유 킥보드 업체인 ‘윈드’는 한국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지만 커버리지 지역이 적은 단점이 있다.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평균 이용 시간은 약 8분 정도라고 한다. 8분 이용 시 라임은 2천6백40원, 킥고잉은 1천3백원이다. 급하다면 모르겠지만 누구나 국내 전동킥보드를 고를 확률이 높다.
라임의 이용 비용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 라임 측에서는 “라임은 전동킥보드의 제조까지 도맡고 있으며 고장률이 적어 더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특성상 최고속도가 20km/h 이하로 느리고 등판 능력이 공통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기로 인한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비용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국내 시내버스 요금은 1천2백원 정도고 지하철 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택시 기본요금도 3천8백원 이하이기 때문에 자칫 라스트 마일 요금이 대중교통 요금보다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요금 체계로는 국내 공유 서비스와 경쟁하기 힘들다. 사실 해외의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국내 서비스에 밀리거나 또는 법규 문제로 한국 서비스에 밀린 경우가 많다. 성공한 것은 에어비앤비 정도지만 이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특징 덕분에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에 가깝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를 하려고 해도 숙박업 규제에 묶여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이 가능하고 대기업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국내 서비스의 우위가 점쳐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후발 주자의 진입이 쉽고 허들이 낮은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즉 절대 지배 사업자가 존재하기보다는 지역별로 특화된 사업자나 ‘따릉이’ ‘쿠키’ 같은 공유 자전거 서비스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사업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발생하는 안전문제나 보험 사고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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