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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의 영역은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진 질문과 답에서 이효리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토해냈다. 정상의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그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솔직하게 말이다. <br><br>[2007년 5월호]

UpdatedOn April 23, 2007

Photography by Ryoo Hyungwon Styling by Koo Jungran Editor Sung Bumsoo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 여자와 인터뷰를 한다는 건 에디터에겐 반가운 일이다. 빙빙 돌려 물어볼 필요도 없었고, 에디터의 입에서 떠나 보낸 공격적인 질문이 칼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올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차라리 인터뷰로 인해 미칠 파급 효과를 에디터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인터뷰 시작 전 ‘이효리’라는 이름 덕에 나를 감싸던 잔잔한 떨림은 그녀와의 몇 마디 대화로 평정심을 찾았다. 스쳐 지나갈 인연일 뿐인 에디터의 나이를 묻기도 하고, 결혼할 때 돈이 많이 필요하냐며 개인적인 질문도 쏟아냈다. 그 어느 때보다 친밀했던 대화의 시간, 열린 공간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진행된 이효리와의 인터뷰를 이제부터 경청하시라.

에디터가 감기에 걸렸다. 만약 인터뷰 후에 감기 증상을 보인다면, 전화해라. 피해 보상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어떻게 보상해줄 건가?

뭐 감기약 정도 보내주겠다. 개인 연락처를 알려준다면….
이효리도 아픈가? 육체적인 거 말고 정신적인 아픔 말이다.
요즘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정신적으로 아플 겨를이 없는 거 같다.

뭐가 그리 바쁜가?
단편 드라마를 촬영했고, 앨범이 새로 나와 활동하면서 음악 프로, 쇼 프로 모두 나가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한 달 중에 처음 쉬는 날인데. <아레나>와 인터뷰, 촬영한다고 역시 쉬지 못했다. 아아, 좀 쉴 걸 그랬나?

사실 난 지금 내 스스로 포장하고 있다. 이효리 보고 소리 지르고, 무릎 꿇고 당신에게 사인 받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말이다. 당신은 가수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포장하는 게 많을 거라 생각한다. 무대 아래 이효리 같지 않은 무대 위 가수 이효리의 모습은?
아무래도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어야 하니까. 평소에는 카리스마 같은 건 없는데 연기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강한 척, 자신 있는 척, 자신감 넘치는 척한다.

당신을 만나는 건 부담이다. 내가 왜 이렇게 떨어야 하는 걸까?
이효리니까.(웃음) 방금 전에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날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까. 무대 위 내 모습을 현실의 모습일 거라 상상하면 왠지 가까이하기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 쇼 프로에서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면, 그렇진 않을 텐데. 실제 나와 비슷하지 않나?

그렇긴 하다. 만나보니 한결 나아지긴 했다. 아이돌에서 이젠 독립적인 여가수로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당신도 스스로 이런 이미지에 부담 좀 느끼겠지?
거의 10년 동안 활동했다. 내겐 한계가 있는데 자꾸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게 부담이긴 하다.
세월을 넘어 계속 변신하는 가수들이 있다. 역할 모델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지금 제일 존경스러운 건 마돈나다. 그 나이에 그렇게 아주 트렌드한 자리를 지켜가고, 자기 관리도 너무 잘한다.
이효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더 들면, 그 나잇대에 맞게 살고 싶지, 계속 이런 모습을 지켜나가고 싶진 않다. MC나 그런 쪽으로 계속 열심히 활동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외국은 다르다. 아무리 가수라는 분야에서 계속 열심히 한다 해도 젊은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데 그걸 따라가진 못할 거 같다.

당신조차도 한계를 느끼는구나.
뭐, 언제까지나 할 순 없으니까.

당신의 사생활에는 관심 없다. 근데 자꾸 결혼 얘기도 나오고 그러던데, 진짜 결혼할 나이가 됐나보다. 때가 된 걸까? 언제 쯤 결혼하고 싶나.
올해로 스물아홉 살이니까 그렇겠지. 근데 아직 4~5년 정도는 더 연애하고 그때 가서 결혼할까 생각 중이다.
‘톡톡톡’에 나온다. ‘나의 마음을 열어줘’라고 당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뭘까? 힌트를 주라. 당신을 마음속에 둔 남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정말 쉽다. 난 마음이 쉽게 열린다. 하지만 상대에게 뭔가 가식적인 게 느껴지면 아무리 호감이 가던 사람이라도 금세 마음이 딱 닫힌다. 진실한 느낌이 들면 그 사람이 돈이 많든 적든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진심이 보이면, 마음은 활짝 열린다.

자신을 던지는 스타일인 거 같다.
그렇다. 난 완전히 던진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 잔소리가 많은 편인가? 어떤 스타일인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내가 대체로 맞추는 스타일이다. 남자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순종적인 면을 보인다.

참, ‘압구정 자주 가지 말아요’라고 했는데 그냥 가사이긴 했지만, 압구정동에 이쁜 여자들이 많다고 생각하나?
다른 곳에 비해 많지 않나? 근데 압구정 나가보면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여자들이 많아 그렇게 자극받진 않는다.
남자들은 그런 스타일에 넘어가기 쉽다.

맞다.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그런 스타일 싫어하는데.
자신감을 상실할 때도 있었을 거 같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서 예를 든다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1백퍼센트 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촬영할 때 번지 점프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찍었는데, 하도 소리를 질러 목이 많이 상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노래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야 했다.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낀다. 20대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엔 목도 자꾸 쉬고, 체력도 달리고.

약간 무리한 것 같다. 다른 친구들 보면 앨범 발매하기 전에 연기하고 그다음에 다른 작업을 순차적으로 한다.
맞다. 난 동시에 쇼 프로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앨범도 발매했다. 힘들고 대중에게도 노출이 많이 되니까 가십거리도 많이 생기고 기자들도 많이 찾고, 요즘 비나 보아 같은 친구들은 국내 활동 거의 안 하고 앨범 나와도 노래하는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니까 말 때문에 기사화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난 쇼 프로그램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기사화되고 그런다. 하지만 신비주의는 나하곤 안 맞는다. 난 내 자신을 잘 아는 것 같다. 힘들지만 이렇게 활동하는 게 그냥 좋다. <해피 투게더>의 ‘쟁반 노래방’에 나온 그런 모습 때문에 대중에게 더 많이 사랑받았으니깐. 이런 이유로 사랑받았는데 떴다고 해서 이제 그런 방송 출연을 끊을 순 없다. 그런 모든 걸 유지하면서 하다보니 더 힘든 거 같지만.

이번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 출연을 결정한 건 본인의 의지였나?
드라마를 한 번 하고 나서 아쉬움이 많았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강했다. 또 미니 시리즈를 하기엔 겁도 나고 해서, 어차피 뮤직 비디오를 찍어야 했는데 3~4분짜리 드라마 타이즈 뮤직 비디오는 너무 흔하지 않나. 그래서 아예 드라마를 하나 찍어 그 안에 세 곡을 녹이면 따로 뮤직 비디오를 안 찍어도 되고 처음 시도해본 형식이었으니까.

돈은 벌만큼 벌었을 거 같은데. 물론 내 기준이지만. 그 돈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강남의 아파트를 사두고 오를 때만 기다리는 복부인처럼 보이진 않는다.
돈을 안 쓰고 모으는 스타일이다. 재테크도 안 하고. 이제 집은 하나 사야 할 거 같다.

아직 집을 안 샀나?
집 있는 남자한테 시집가려고 기다렸는데 이제 좀 위태위태하다. 집 있는 남자한테 못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은 하나 사야 되겠고 차는 있어야겠고.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정도만 갖고 있고 나머지는 좋은 일에 쓰고 싶다.

내가 요즘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이라는 가벼운 소설을 읽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다 짬날 때마다 읽는데, 갑자기 이효리가 생각났다. 본드걸로 꽤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데. 내가 오버한 건가?
어떤 설문 조사에서 본드걸에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 문항에서 1등한 걸로 기억한다.
그런가? 난 몰랐다. 본인이 생각할 때 어울리나.

어울린다(웃음).
거기에선 노출이 많아야 할 텐데.
노출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난 괜찮은데 사람들이 자꾸 너무 크게 생각하는 거 같다. 옷을 벗고 안 벗고는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 무대 콘셉트와 노래에 어울린다면 말이다. 근데 얼마나 벗었나, 어떻게 입었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게 이상한 거 같다.

워낙 거물이다보니깐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거 같다. 내가 벗으면 얘기 나오겠나?
얘기 나올 거 같은데, ‘벗지 마라’ 이러면서.

이효리란 이름 나쁘지 않다. 닛산 큐브가 이효리 차로 불렸고 효리 폰, 효리 벨트 다 어울린다. 누가 지어준 이름인가?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다. 큰언니는 애리, 작은 언니는 유리다. 왠지 어릴 땐 유리, 애리는 이쁜데 효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커서는 비슷한 이름도 없고, 지금은 너무 마음에 든다. 얼마 전 인터넷 보니깐, 어느 시골에서 옷을 파는 데 효리 바지라고 크게 써서 팔고 있더라. 잘 팔렸는지 모르겠다.

참, 닛산 큐브는 좀 어떤가?
좋다. 국내에 많지 않았을 땐 더 좋았는데, 요즘엔 많아져서….

신용카드는 몇 장 정도 가지고 있나?
하나 있다.

어디 카드인가?
제일은행이다.

카드 명세표 보고 놀라본 적 있나? 난 달마다 새롭다.
잘 안 본다. 보면 놀랄까봐. 내 명세표 보면 거의 술값이다. 친구들이나 동료 연예인들과 먹어도 내가 낸다. CF 많이 한다고 나보고 내라고 한다.

경찰이 무서울 때가 있었나? 아니면 길거리에서 가장 만나기 무서운 족속이 있다면.
교복 입은 여중생들이 무섭다. 혼자서 안 다니고 여러 명이 몰려다니다보니 더 그렇다. 혼자 있으면 그냥 ‘이효리다’ 이러면서 지나갈 텐데. 날 좋아하는 친구들은 소리지르니깐 놀라고, 날 싫어하는 친구들은 군중 심리로 같이 욕하니깐 무섭다. 제일 혈기왕성할 나이니깐. 공항 같은 데 가면, 거길 지키는 경찰 같은 분들이 무섭다. 그분들이 더 극성맞을 때가 있다.

섹시한 건 좋은 거다. 근데 섹시해 보이려고 섹시한 의상 입고 무대 위에 서는 건 물론 이제는 익숙해졌을 테고, 프로니까 문제없겠지만. 처음에는 좀 힘들었겠다.
내 생각에는 지금까지 별로 야한 의상을 입은 거 같진 않다. 핫팬츠 정도는 바닷가 같은 데서도 입고 다니니깐. 동작이 있다보니 자극적이긴 한 거 같은 데 난 아무렇지 않다. 춤을 추다보니 옷이 내려간다거나 끈이 끊어진다든가 그런 사고가 많다. 그런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당신을 계속 칭찬하고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근데 못난 발가락도 사랑한단다. 발가락 정말 못났나?
못생겼다. 손 역시 예쁜 편이 아니다. 항상 굽이 높은 힐을 신고 춤을 추니깐, 무대에서 내려오면 발이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더구나 신경도 못 쓰고 혹사시키니까. ‘노가다’ 발이다.

말을 잘하는 이효리. 물론 토크쇼나 MC일 때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난 이효리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말을 잘하진 못한다. 진행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를 잘 맞추기 때문에 그러는 거 같다. 뜬금없이 말하는 MC들 있지 않나, 분위기 끊기게 하는 사람들 말이다. 난 다행히 그런 쪽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성의 없게 MC를 본다고 하더라. 근데 그런 점들이 보기에 편하다고 한다.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얘기하듯이 하니깐 편해 보이나보다. 앞으로 진행자로 계속 서려면 좀 더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공부해야 할 거 같다.

MC 파트너로 가장 호흡이 잘맞는 사람을 꼽아주시라.
유재석 씨나 신동엽 씨 같은 최고의 MC와 했기 때문에 내가 편했던 거 같다. 내가 대충해도 잘 이끌어줬으니까. 특히 유재석 씨는 파트너를 정말 잘 이끌어준다.

민감한 질문이다. 이효리의 앨범이 나왔는데, 물론 반응 나쁘진 않지만, 옛날같이 열광적이진 않다. 지각 사건 이후 기자들의 보복 행위라고 생각되는 면이 있는데.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보복 행위 일수도 있지만, 3~4년 전에 <10 minutes>이 나왔을 때 매일 내가 신문에 나왔던 게 식상했던 거 같다. 그러다보니 기자 분들도 그때만큼이나 많이 안 쓰는 게 아닐까 한다. 사실 지금 맘이 더 편하다. 그때는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됐으니까. 사실 기자 분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각 사건이 있기 전부터도 그랬던 거 같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건방지진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원래 인터뷰를 잘 안 한다. 보통은 앨범 나오면 신문사와 인터뷰를 한다고 하더라. 근데 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했다. 그러니까 기자 분들이 나쁘게 봤을 수도 있다. 따로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기자 분들도 없고.

노래방에서 어떤 노래 부르나?
노래방에서 내 노래는 절대 안 부른다.

남자한테 처음 차였을 때 이야기, 그리고 남자를 찼을 때 이야기. 무엇을 해야 속 시원해지나.
차인 적이 4~5년 사이에는 없었던 거 같다. 분위기가 안 좋아져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쉽게 헤어져준다. 하지만 2~3개월 있으면 꼭 다시 연락이 온다. 난 그 2~3개월 동안 술 먹고 괴로워하고, 집 밖에도 안 나오고 그런 날을 보냈는데.

본인이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도 그렇게 힘들어하나?
헤어지자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쪽에서 만든다. 물론 내 생각에는 말이다. 그러니깐 거의 차인 거나 다름없다. 그러다 꼭 연락이 온다. 자기는 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백 기간을 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난 절대 다시 받아주지 않는다.

잘해주나 보다 남자친구한테. 그러니깐 헤어지고 딴 여자 만나보니 아닌 거 같아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겠나.
그래서 난 항상 있을 때 잘하라고 말한다.

요정 핑클에 이어 당신은 섹시라는 콘셉트를 독자적으로 완벽 구축했다. 섹시함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노력을 하진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된 거 같다. 몸에 배어 있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런 게 잘 맞는 거 같다.

핑클 때가 싫었나?
어리기도 했고 그때는 뭔가 답답하고 뭔가 더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나이 때는 그런 모습이 잘 맞았던 거 같다.

문신을 할 생각은 없나?
이미 있다. 방송에서도 말했는데.

몰랐다. 정보력 부재다. 미안하다.
거북이 안에 꽃 그림이 있는 문신이다. 하와이에 갔을 때 새겼는데, 의미가 ‘행운’이라고했다. 그 이후 솔로 활동하면서 결과가 좋았다. 문신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문신이 좀 늘어나고 그러지 않았나?
워낙 몸무게가 일정해서 쪄봤자 53kg, 빠지면 50kg다. 그 이하, 이상으로 안 넘어간다. 그래서 문신이 변하진 않았다.

이제 이효리는 싫어하는 사람하고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만큼 강해졌다.
내가 일하기 싫은 사람하고 안 할 수 있는 위치는 됐는데, 방송 쪽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방송 쪽에서는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해야 한다. 그런데 패션 쪽으로 오면 내가 하고 싶은 스태프와 일할 수 있는 거 같다.

사실 개인적 욕심은 오늘 만나서 인터뷰하고 거기서 얻은 걸 또 질문지로 만들어 또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들겠지?
아마도.

그냥 떼써본 거다. 하루 일과를 잠시 브리핑해준다면. 아니 내일 일과만이라도. 걱정 마라 쫓아가진 않겠다.
내일은 많지는 않은데. 새벽 6시까지 미용실 가서 헤어&메이크업하고, <무한도전> 드라마를 찍어야 한다. 3일째 찍는데 내일 마지막 촬영이 남았다. 유재석 씨 보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눈물이 안 난다.
난 연기자 되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몰입을 해야 하는데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효리가 죽으면 슬프겠다. 몸보신 잘하고 건강 챙겨라.
요즘 자꾸 자살하고 그런 사람들 많으니까. 그런 생각 많이 한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슬퍼할까? 이런 생각 말이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분명 슬퍼할 거다. 난 내가 죽으면 묘비에 ‘아버지 존경해요’라는 말을 쓸까 생각 중이다. 난 그처럼 강하게, 열심히 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게 날 너무 아껴준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묘비를 장식할 사람은?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아직은 생각 안 해도 될 거 같다. 자꾸 슬픈 질문해서 미안하다. 오늘 내 기분이 좀 그렇다. 죽을 만큼 피곤해서. 장례식장에 와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고 한다. 당신은 몇 명 정도일까? 실명을 밝혀도 좋고. 그들에게 끈끈한 연대의 끈을 밝혀보시라.
많을 거 같은데, 7~8년 동안 같이 일한 매니저, 코디네이터들은 일하기 위한 동료라기보단 친구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 기쁜 일 모두 그들이랑 얘기하고, 또래 친구들보다 오히려 매니저 오빠, 코디 언니랑 더 친하다. 그리고 헤어진 남자친구들이 왔으면 좋겠다. 와서 다 슬퍼하고, 뭐 몇 명 되진 않지만.

딸은 아직 없지만 이효리처럼 대성시키고 싶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파악한 뒤에는 나와 똑같이 되길 바라지 말고, 자기 스스로 알맞은 걸 찾아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사람이 다 다른데 나처럼 되겠나.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

등산한다고 들었다. 정상에 오르면 무슨 생각하나?
그때그때 다르다. 심각한 건 아니고 식상한 얘기지만, 정상에서 보면 다 조그맣게 보이고 다 발 아래 있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난 한참 위에 올라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건 현실 세계에서도 그렇지 않나?
그니깐 그걸 매치하면서 지금 나의 위치가 이런(웃음) 위치구나 하고 생각한다.

좀 대답이 잘난 체다. 기사로 나가도 되나?
아니 뭐 그렇게 빡세게 살지 말고 여유롭게 내 위치를 잘 파악하고 아둥바둥 살지 말자고 하는 말이다.

인천공항 서점에서 책을 많이 사는 연예인이라던데 추천 도서가 아닌 ‘읽지 마라’ 도서가 있다면.
그런가? 많이 사기는 했는데, 그런 게 통계가 있었나.
난 몰랐다. 웬만한 책은 다 재밌게 봐서 영화도 그렇고 재미없는 책에도 뭔가 한 가지씩은 남는 게 있지 않나.
요즘 재밌게 본 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다.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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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Ryoo Hyungwon
Styling Koo Jungran
Editor Sung Bumsoo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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