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 펜타곤
월드 투어가 막 끝났다.
미주 지역으로 투어를 다녀왔다. 조금 있으면 유럽과 아시아 투어도 있고. 월드 투어 사이사이 앨범 준비도 하고 있다. 새 앨범에서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싶고, 다른 콘셉트의 음악도 해보고 싶다. 이것저것 구상 중이다.
후이는 창작 전에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나?
요즘에는 길거리 걸어다니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투어를 하면서 독특한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거든. 찍어놓은 사진이나 그림, 간판들을 많이 봤다.
후이가 추구하는 음악관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캐릭터로 접근을 많이 했다. 꼭 현실에 있지 않더라도 재밌고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면 음악으로 만들어봤다. 그런데 최근에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가사를 쓰려면 내 진정성을 대입하는 게 맞지 않을까,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면 확실히 다른 표현이 나오는 거 같아서.
이를테면 어떤 걸까?
곡 안에 담긴 드라마라든지,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곡을 의뢰하면 그에게 어울릴 것 같은 스토리나 드라마를 그려보는 식이다. 그렇게 그려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거. 그런 거 좋다.
그렇게 작업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라면?
제일 최근에 작업했던 곡이다. <프로듀스 X 101>에 쓰인 ‘소년미(少年美)’. 의뢰를 받고 나서 ‘어리지만 섹시할 수 있지 않을까’에 포인트를 두고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순수하지만 섹시한 이미지의 소년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다행히 그 친구들하고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이 노래를 만들고 다시 한번 내 작업 방식에 확신을 갖기도 했고.
‘어울림’이 곧 후이의 곡 작업에 바탕이 될까?
중요하다. 많이. 그래서 곡 의뢰가 들어오면 그 뮤지션의 사진을 많이 본다. 앨범 재킷이라든지, 잡지 화보라든지. 이미지를 보면서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를 정리해나가는 편이다.
어려운 일이겠다.
사실 노래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분들과 함께 노래를 만든다는 건, 글쎄 어렵다기보다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지. 하지만 토픽을 정하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조금 어려운 작업이다.
후이에게 고집에 가까운 작업 스타일, 작업 과정이 있을까?
제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별한 제목을 짜내야 해서 고민이 길어지는 건 아니고 대부분 제목을 은유적으로 찾아내는 스타일이라서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정말 집착에 가까웠다. 제목을 정하고 곡 작업을 들어가는 식이니까. 제목을 정하지 못하면 곡 작업을 시작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했지. 제목이 곧 곡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니까.
대중음악을 한다. 대중적인 음악이란 뭘까?
최근에 이 주제로 선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은데 대중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때 선배가 ‘대중적인 건 정말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떤 노래든 얼마나 사랑받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그러니까 작업할 때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결국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아티스트로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덴티티는 결국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자신감 있게 내 음악을 해보라고.
후이의 음악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사랑’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에 관한 노래가 거의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글쎄 내 성향일 수도 있고. 사랑에 관한 노래를 쓰기에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쓴 곡들 대부분은 조금 어둡다. 앞으로는 이별이 됐든,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 됐든 ‘사랑’을 주제로 한 곡들을 써보고 싶다.
후이에게 음악은 여전히 즐겁고 재밌을까? 아니면 하면 할수록 어려울까?
나 혼자 부르려고 만들어놓은 노래들이 정말 많다. 그 노래는 진짜 내 이야기니까.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니까 정말 하루면 만든다. 그런 노래를 만들 때는 재밌다. 즐겁고. 반면 목표가 있는 곡이나,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곡을 작업할 때는 정말 고통스럽다. 그 과정을 굳이 ‘고통’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고 싶을 정도니까. 앨범 준비 중에 곡 작업하는 기간은 거의 두 달 정도 된다. 그 두 달간은 정말 치열한 시간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왜 그렇게 고통스러울까?
글쎄. 창작이란 매 순간 기존의 틀을 깨는 행위고, 다시 만들어내는 행위고, 또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발전하는 시간이지 않나.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 벗어나서 새롭게 다시 탄생한다는 건 당연히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을 통해 어떤 영향력을 전하고 싶나?
나는 음악적으로 우상이 되어보는 게 꿈이다. 그런데 아직은 내 한계치가 눈에 너무 잘 보인다. 부족한 게 많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음악적으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면, 그때 어떤 영향력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내가 어떤 영향력을 전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펜타곤의 음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영향력이 있다면?
앨범을 만들 때마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는데, 첫 번째가 좋은 노래인가. 두 번째는 곡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나. 세 번째가 어떤 상황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인가를 고민한다. 펜타곤의 강점은 곡 쓰는 멤버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한 앨범 안에 존재할 수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의 음악이 따뜻한 힘으로, 위로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