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택 건축가가 직접 시공한 집.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기가 살 집의 터를 직접 고르고 설계하고 토목, 마감 공사까지 하는 건축가가 있을까? 자신을 ‘노가다꾼’이라고 설명하는 박진택 건축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건축가이자 시공자인 셈이다. 목재와 유리로만 지은 이 집은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공간과 공간 사이 빈 곳을 빛으로, 바람으로 채웠다. ‘집 안에 우주를 담고 싶다’는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기도 양평 국수리의 집에서 박진택 건축가를 만났다.
서울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이다.
딱히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지은 집은 아니다. 혼자서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한적한 곳을 고려했다. 국수리를 만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한 일이다.
외관이 무척 독특하다.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집의 뼈대 역시 모두 목재다. 목구조물을 시공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이 집을 시공하게 된 이유다. 나무를 하나하나 자른 뒤 끼워 맞추는 과정이 필수다. 오차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0.2mm 정도의 오차가 난다.
나무 구조 때문에 한옥 느낌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영국의 AA 스쿨에서 수학했다고 들었는데 그 영향 때문인가.
한옥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넓은 층고라든가 뚫린 창 같은 것이 그렇다. 사실 모던한 분위기를 내고자 노력했다. 혹자는 이 집을 보고 ‘외국의 주택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집을 건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집에 들어와서 보면 알겠지만 어떤 공간도 하나의 목적만 가지고 있지 않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사랑방 또한 그렇다. 정사각형인 이 공간은 3면을 유리로 마감했다. 모든 사람이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실 수도, 혼자서 업무를 볼 수도, 누워서 편히 쉴 수도 있는 공간이다. 거실도 그렇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집의 내부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방과 방 사이의 구분이 없다. 문이 없어서 그런가?
그 효과를 의도했다. 어디서도 집 안의 모든 공간이 훤히 보인다. 층고를 높게 설계하고 창을 집 내부로 냈다.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고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집은 빛에 따라 달라진다. 빛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효과를 내고 싶었다.
지금 이 집은 완성된 건가.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얘기일 거다. 2년 동안 혼자 공사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손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외관의 칠도 절반 정도밖에 하지 못한 상태다. 그저 이 집에서 살아가며 꾸준히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 집을 짓게 된 이유는 뭘까.
내가 만든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있었다. 더 큰 이유는 건축가로서의 포부다. 건축가에게 프로젝트를 따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생업이 달린 문제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따려고 아등바등하기보다는 내 집을 직접 지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하다 이 집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 집은 일종의 쇼룸인 셈이다.
그렇다. 내가 지은 집이 이런 집이다, 박진택은 이런 스타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이 집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도 들어왔고.
하나하나 모두 손으로 직접 시공했으니 집에 대한 애착이 크겠다.
지금 밟고 있는 테라조 바닥도 직접 손으로 갈아낸 것이다. 먼지 뒤집어쓰면서 몇 달에 걸쳐서 한 작업이다. 건축가와 시공가가 현장에서 싸우는 일은 굉장히 잦다.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시공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는 경험을 지금도 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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