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 디자이너는 공존을 시도한다.
따뜻하고 온화한 나무와 차갑지만 부드러운 대리석의 조화, 간결하지만 세세한 터치. 디자인 스튜디오 디플랏이 만든 공간의 첫인상이다. 모든 게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으며 편안했다. 공간을 설계하는 이세현 디자이너는 그만의 느낌을 다양한 공간에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공간을 만들 때 디플랏만의 사상이나 철학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간의 목적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에요.단순히 디자인이나 그래픽적인 요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운영 방식이나 제품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부하는 거죠.” 이세현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디플랏의 디자인 철학이다.
한남동에는 디플랏의 손길이 닿은 프로젝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다츠도 그중 하나다. 한국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은 기능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다. 레스토랑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경우는 드물고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경우도 흔치 않다. 카페는 후식이고, 레스토랑은 식사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한 공간에 공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세현 디자이너는 이런 편견을 깼다.
녹사평 한쪽에 위치했던 카페 보통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레스토랑 제이콥과 손을 잡아 다츠로 다시 태어났다. 둘의 공존이 신선했다. “기획 의도는 다츠라는 단독 개체로서 의미를 가지고 자생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카페와 레스토랑의 조화를 위해 바와 키친의 위치, 동선과 같은 요소들에 중점을 두었죠.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커피가 나오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카페에서 음식이 나오는 건 익숙하지 않잖아요. 그 점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 저희는 좋은 음식과 좋은 커피를 함께 제공한다는 전제로 시작했어요.”
다츠는 4개의 점을 의미한다. 첫 번째 점은 카페 보통, 두 번째 점은 레스토랑 제이콥, 세 번째 점은 디플랏이다. 네 번째 점은 뭘까? 바로 3개의 점이 모여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인 다츠를 의미한다. 내부 공간에는 점 4개가 구 형태로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테이블 위 공중에 매달린 베르판의 VP 글로브 조명, 매장 내 한가운데 위치한 동그란 소파, 바에 올린 전구 모양의 스탠드 (전구에 4개의 새까만 점이 박혀 있다), 천장의 에어컨까지 모든 게 다 완벽한 구 형태다.
문득 이곳 정체성을 구 형태로 잡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원이 물성, 가치, 형태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원들이 모였을 때 더 큰 원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교집합을 만들어서 다른 색을 낼 수도 있죠. 그래서 점들이 모였을 때 우리가 기대하지 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다츠라고 이름 짓고 그에 따라 정체성을 확립했어요.”
이세현 디자이너는 요소 하나하나에 상징성을 부여했다. 조명, 가구, 제품 뭐하나 빠짐없이 아주 사소한 부분들까지도.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인 다츠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뭔지 궁금해졌다. “다츠가 일상적인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아침에 오면 커피 한잔 마시고 브런치는 커피와 함께 먹고 저녁때는 저녁 식사를 즐기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음식과 좋은 음료가 좋은 서비스로 제공되는 곳이길 원했죠.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쳐 잠깐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되도록.” 이세현 디자이너가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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