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r 조서형
조서형은 언젠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하면 전 세계 90%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을 주워듣고 도쿄와 베이징, 상하이, 하노이, 과테말라의 안티구아, 멕시코의 과달라하라에서 살았다. 여전히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를 꿈꾸는 조서형은 현재 아웃도어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사진 찍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물한 살 때, 친구 따라 중고 스쿠터를 사놓고선 타기가 무서워 한참을 집 앞에 세워뒀다. 되팔기는 또 싫어서 집 근처를 조심조심 돌아다니다 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더 긴 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싶어졌고, 그 길로 스쿠터를 타고 이틀 꼬박 달려 포항까지 내려갔다. 엔진이 과열돼서 스쿠터는 못 쓰게 됐지만, 문득 더 멀리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고 싶었다. 마침 베트남에 가면 길고 예쁜 해안도로를 따라, 호찌민까지 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베트남의 많은 도시 중에 ‘하노이’를 목적지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
고향인 항구에서 언제나 ‘상경’을 목표로 공부하던 근성 때문이었을까. 외국에 나간다면 이왕이면 수도가 좋을 것 같았다. 호찌민이 문화 수도라고 하지만, 남쪽에 있어 여름에는 너무 더울 것 같았다. 언젠가 ‘하노이 겨울이 얼마나 추운 줄 아느냐’고 하던 친구의 말이 궁금하기도 했다. 하노이가 북쪽에 있으니 베이스캠프 삼아 호찌민까지 내려갔다 오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타러 하노이에 갔다. 막상 도착해서 본 도시는 어떤 모습이었나?
‘길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마라’ ‘밤에 혼자 다니지 마라’는 얘기를 듣고 갔으니 긴장될 만도 했는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좋았다. 따뜻한 나라 특유의 느긋함에 젖어 숙소에 짐만 풀어두고 밤늦도록 주변을 걸어다녔다. 선풍기로 찐득하게 밴 땀을 식히는 기분도 좋았다.
하노이에는 왜 그렇게 오토바이가 많을까?
물 하(河)자를 쓰는 하노이는 강에 둘러싸인 도시다. 하노이에만 호수가 3백 개 있다고 한다. 구글맵을 축소해 보면, 온통 하늘색을 띨 정도니까. 그만큼 하노이는 지형이 물러 지하철을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2011년 착공한 지하철 공사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걸 보면 수긍이 간다. 하노이에서는 고등학생이 되면, 면허가 필요 없는 50cc 스쿠터를 탄다. 이동 수단은 필요하고, 자동차는 금전적으로 접근이 어려우니까. 방콕을 제외한 동남아 모든 나라에 오토바이가 많은데, 하노이는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 때문에 인구 밀도가 높아 유난히 더 많아 보이는 것 같다.
오토바이는 어떻게 구했나?
‘중고나라’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했다. 틈틈이 구경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오토바이가 뜨면 가지고 있던 걸 팔고 새로 사고 그랬다. 낮은 가격대에 구매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좋은 오토바이보단 고만고만한 것들을 사서 탔다.
오토바이를 타고 하노이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조서형에게 하노이는 어떤 도시였나?
하노이와 관련된 카페 소개 글을 읽다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쉽게 찾을 수 없을 것.’ 꼭 핫한 을지로처럼 하노이의 멋진 장소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공을 들여 자세히 살폈을 때 보이는 것들이 많은 도시다. 호숫가의 낡은 놀이동산, 맛 좋은 에그 커피를 만드는 오래된 가게, 흥겨운 음악을 잘 골라 틀어주는 클럽, 신기한 물건을 건져 올릴 수 있는 물 좋은 플리마켓 등이 그렇다. 하노이는 사랑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는 도시다.
‘오토바이 여행’을 테마로 하노이를 여행한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계절은 겨울과 우기를 피해 봄가을이 좋다. 하노이 중요 장소와 근처 도시만 구경하는 일정이면 일주일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한 달 정도는 머무르며 베트남 글씨도 몇 개 읽어보고, 좋아하는 쌀국숫집도 단골로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하지만 어찌됐든 하노이에서 호찌민 일주는 보통 일주일 정도 잡는다.
하노이 여행을 하며 순간순간 느낀 게 있다면?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 그 정도로 행복했거든.
ENJOY HANOI
오토바이 여행 가이드
하노이에서 오토바이 구입하기
하노이 시내에 나가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오토바이 숍들이 많다. 대여도 해주고, 판매도 한다. 큰 체인점의 경우 하노이에서 빌려 타고 호찌민에서 반납할 수도 있다. 숍에서 오토바이 몇 개를 구경하고, 잠깐 타본 다음 가격에 맞춰 고르면, 베트남 사람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 증명서와 열쇠를 준다. 그럼 끝. 거래는 언제나 현금이고, 상인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오토바이 여행자를 위한 팁
오토바이를 사고팔 때도 필요하지만, 혹여나 사고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서 국제 면허는 필참! 오토바이 주행 시, 면허 검사가 철저한 편은 아니다. 주유와 주차는 베트남만큼 편리한 곳이 없을 정도. 주유소도 많은 편이지만, 급하게 기름이 떨어졌을 때 두리번대다 보면 어떻게 알고 누군가 기름을 팔기 위해 달려오고 있을 거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기도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베트남 대부분의 가게와 주택에서는 오토바이 발렛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토바이를 맡기면, 증거로 번호표를 준다. 일을 보고 나와서 번호표를 돌려주고 오토바이를 찾아가면 된다. 아, 첨언하자면 하노이에서는 조급해하지만 않는다면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데 문제될 건 없다. 다 같이 느릿느릿하게 달리다 서다 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 장소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
하노이 오토바이 여행의 추억이 스민 아이템
옷가지 몇 개와 책 두 권, 당시에는 유튜브에 영상 콘텐츠를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카메라와 노트북도 챙겼다. 태국에서 사온 튼튼한 헬멧도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구입한 중고 오토바이. 이 녀석으로 하노이를 비롯해 베트남 도시 곳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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