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반이다. <Mind Web Wanderer>에는 어떤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음악이 담겨 있나?
샤워하다 보면 무의식의 세계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떠오른 것들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이를테면첫 번째 트랙 ‘Awaiting’은 ‘I’m waiting on you here’라는 문장이 반복되는게 가사의 전부다. 그 곡을 만들 때가 연애 초기였는데,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내 심정을 기록한 거다.
이전에도 DJ나 프로듀서로 음악 활동은 하고 있었다. 음반 형태로 좀 더 내 음악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건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설득하려고 만든 음반은 아니다. 음악 작업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기록하는 일이다. 한동안 무의식에 빠져서 곡을 만들었고, 그렇게 완성한 곡들을 텔레그램 앱을 통해서 보냈는데 순차적으로 재생되면서 마치 하나의 음반처럼 들리더라. 그래서 만든 거다.
그럼 이 음반은 에조의 무의식 세계를 축적한 결과라고 봐도 될까?
그렇다. 나의 추억이라기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과 무의식 상태의 나를 끄집어낸 음악이다. 아니면 거기에 잠식된 상태였을 수도 있고.
완성된 음반을 들어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그때 무의식에 존재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건 사랑을 알게 된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많이 불안했던 것. 한편으로는 무서울 게 없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패기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슴으로 이해하니까 내가 통제할수 없다는 것이 두려워지더라. 어떻게 보면 10대 같았다.
모든 곡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만 가사를 썼다.
대화를 할 때는 편한데, 한글로 기록하려면 뭔가 하나의 막이 덮인 것처럼 내가 솔직해지기 어렵더라. 나를 있는 그대로 완벽히 담을 수 있는 언어가 영어였다.
에조의 음악은 소리 같기도 하고, 가사도 단어의 조합 혹은 시처럼 읽힌다.
뭔가를 참고하지 않고 만들었다. 이건 정말 순수하게 나를 담은 음악이다. 랩 가사를 쓸 때도 랩이 아니라 시를 쓴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어떤 장르를 염두하고 만들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장르가 ‘랩/힙합’으로 분류된다. 직접 설정한 건가?
그걸 정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다. 다른 음악도 듣긴 했지만, 나의 모든 태도와 틀은 모두 힙합 안에 있었다. 나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면서 성향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곡을 만들고 나니 이게 과연 내가 생각한 힙합인가 싶더라.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랩/힙합’으로 넣었다. 내가 즐기던 힙합도 생각해보면 힙합이면서 힙합이 아닌 것도 많았으니까.
인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인도와 미국을 거쳐 지금은 한국에 산다. 이런 경험이 음악을 할 때어떤 영향을 미치나?
인종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떤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됐고 음악이 나왔다. 어렸을 때는 힙합을 좋아해서 미국을 좋아했고, 인도는 되게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다. 인도는 좋아졌고, 한편으로 미국은 좀 지루해졌다. 너무 많은 일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만들었다.
한국에서 음악 생활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지금은 한국에 정착했다는 느낌이 드는지?
택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흘러 한국에 살면서 음악을 하게 됐다. 내게 정착했다는 말은 환경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눈뜨면 헷갈릴 때가 있었다. 여기가 한국인지, 인도인지, 미국인지. 결국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이고, 같은 방식으로 교감을 한다. 그래서 정착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이곳에서 음악을 계속하게 될까?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은 계속할 거다. 내게 가장 익숙한 표현의 도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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