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P All New Wrangler Rubicon 2-Door
전장 4,330mm 전폭 1,895mm 전고 1,840mm 축거 2,460mm 공차중량 2,000kg 엔진 2.0L GME-T4 DOHC DI I4 터보 배기량 1,995cc 최고출력 272hp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자동 8단 구동방식 락-트랙 HD 풀타임 4WD 복합연비 8.7km/L 가격 2천3백46만원부터
장진택 前 <카미디어>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1 랭글러는 정통 등산화
SUV는 등산화다. 등산화 시장에 패션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등이 뛰어든 것처럼, 자동차 업계도 비슷하다. 스포츠카 만들던 포르쉐도 SUV를 만들고, 최고만 만들던 롤스로이스도 SUV를 만든다. 이런 중심에 정통 등산화를 만들던 ‘지프’가 있다. 전투화 만들다가 등산화 만드는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프는 군용차 만들던 느낌으로 정통 SUV를 꾸준히 만들었다. 군용차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생김새 역시 각이 딱딱 잡혀 있다. 작년에 출시된 신차인데도, 제2차 세계대전을 누비던 느낌이 물씬하다. 지붕을 떼낼 수 있고, 문짝도 떼낼 수 있고, 심지어 앞 유리까지 보닛 위로 접을 수 있다. 군용차 뒤에 달고 다녔던 기름통을 닮은 테일램프도 눈에 띈다. 다른 회사는 도로 달리던 차의 바닥을 높여 SUV를 만들었지만, 지프는 바위산을 주름잡던 실력으로 SUV를 만든다. 군용차를 닮은 각 잡힌 외모는 분명 눈에 띈다. 등산화에 건빵 바지, 항공 점퍼를 입고 다니는 패셔니스타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하차감 하나는 가격 대비 최고 수준이다. 시승차가 노란색이어서였나? 차에서 내릴 때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 ★★★★
2 시종일관 거칠다
목적이 분명하다. 거친 비포장길에 특화된 차다. 자주 흙길을 달리는 사람, 남들보다 더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겐 이 차가 딱이다. 1억 넘는 벤츠 G바겐이나 레인지로버로 비포장길 달리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딱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비포장길에서 내려와 아스팔트에 들어서면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파워는 꽤 괜찮지만, 주행감이 별로다. 2톤 넘는 거구라서 몸놀림이 둔하다. 운전대를 돌리면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무게중심도 높아서 방향을 돌릴 때마다 휘청거린다. 도로의 굴곡에 과장되게 흔들리기 때문에, 달리는 내내 뭔가 들썩거리는 느낌이다. 물론, 신형 랭글러는 기존 모델에 비해 주행감이 대폭 좋아지긴 했다. 그래도 ‘좋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루비콘 모델에는 거칠게 생긴 머드타이어가 끼워져 있는데, 이 타이어가 구르면서 내는 소리가 정말 우렁차다. 바짝 세운 앞 유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도 세차다. 이전 모델에 비해 일취월장한 수준이지만, 아스팔트 위에선 적잖이 부담되는 차다. 아스팔트를 많이 달릴 거라면 부드러운 타이어와 전자식 소음 상쇄 장치(노이즈 캔슬링 시스템) 들어간 오버랜드 모델을 살 것. 그런데 이건 6천만원이 넘고, 기다란 4도어 모델밖에 없으며, 아주 조용하지도, 침착하지도 않다고 한다. ★★★
3 살 사람은 산다
기아 모닝도 감탄스러운 차가 될 수 있다. 차체를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으로 만들고, 고급 페인트를 뿌리고, 고급 오디오에 최고급 가죽 시트를 깔면 분명 감탄스러운 차가 된다. 하지만 가격을 많이 올려야 할 테고, 그러면 여기저기서 욕을 먹겠지. 잘 만들어놓고 경쟁 모델에 밀려 안 팔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새 모델을 만들 때 ‘이전 가격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업그레이드한다. 더 좋은 것 많이많이 넣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안 팔릴까 봐 못하는 게 많다. 지프 랭글러는 이런 관념을 뛰어넘었다. 기존 모델보다 부쩍 잘 만들어서, 기존보다 5백만~1천만원가량 높은 가격표를 붙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격을 올렸지만,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괜찮은 차’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감히 실행하지 못했을 전략이다. 랭글러는 대안이 없다. 각진 스타일, 군용 스타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차다. 흙먼지 날리며 산에 오르고픈 이들에게도 이 차밖에 없다. ★★★☆
+FOR 거친 것 좋아하는 사람. 거친 바위 올라가고 싶은 사람. 아스팔트에서도 거칠게 달리고픈 사람.
+AGAINST 깔끔한 것 좋아하는 사람.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깔끔하게 달리고픈 사람.
류민 <모터트렌드> 수석 에디터
수동변속기가 최고라면서 자율주행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중인격자.
1 가슴 설레는 디자인
시승하는 내내, 차를 쳐다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4도어 모델을 탔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신형 2도어 랭글러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주머니에 넣고 싶을 정도로 귀여우면서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처럼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른다. 랭글러의 시초 모델인 ‘윌리스 지프’도 2도어였으니까. 4도어 랭글러도 예쁘지만 2도어는 균형마저 완벽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뛰어난 디테일이다. 겉으로 드러난 보닛 잠금장치나 도어 힌지는 물론, 각종 램프와 그릴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이전 랭글러는 약간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신형에서는 그런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남성적이라고 마무리가 꼭 거칠 필요는 없음을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참고로 신형 역시 전통을 따라 지붕과 문짝을 떼어내고 앞 유리를 보닛 위로 눕힐 수 있다. 앞쪽 루프는 공구 없이 손으로만 뜯을 수 있다. 떼어낸 루프는 트렁크에 있는 전용 케이스에 쏙 들어간다. ★★★★☆
2 매력적인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이전과 비슷하다. 바짝 선 필러와 납작한 대시보드로 쾌적한 공간을 연출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각 구성 요소의 완성도가 눈부시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촉촉한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 크고 선명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잡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묵직한 변속 레버 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여러모로 편의 장비와 인테리어 디자인에 깐깐한 여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 오디오 성능도 눈부시게 개선됐다. 도어를 뜯어내는 구성 때문에 스피커가 대시보드에 있는데, 협소한 공간과 불리한 위치 등을 잘 극복했다. 저음과 고음, 해상도 등 뭐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다. 애플 카플레이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시스템이 없는 게 아쉽지만 차체 패널을 분리할 수 있는 설계와 ‘오프로더’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다. 관련 센서를 달 위치가 마땅치 않았을 테고, 험로에서 파손될 위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뒷좌석은 짐작했던 것보다 넉넉하다. 하지만 2도어에 최저지상고가 높아 드나들기 힘들고, 뒷좌석에 사람이 앉으면 짐 공간을 포기해야 한다. 챙길 짐이 많은,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
3 여유롭게 달릴 때 더 즐거운 차
사실 랭글러는 오프로드 성능을 논해야 할 차다. 하지만 랭글러가 험로를 잘 달린다는 건 지겹도록 들었다. 일상에선 어떨까. 일단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조작감은 물론 승차감도 매끈하다. 시승차가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를 낀 루비콘이었음에도 말이다. 특정 속도에서 진동이 조금 있지만 크게 의식할 정도는 아니다. 힘도 이전보다 더 넉넉하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출력이 높아졌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2.0L 터보 엔진은 최고 272마력, 40.8kg·m의 힘을 낸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이제 자동 모드도 지원한다. 얌전히 달릴 땐 뒷바퀴만 굴려 효율을 높이다가 필요할 때만 앞바퀴를 굴린다. 그런데 가속페달을 마음 놓고 팍팍 밟을 수 있는 차는 아니다. 차체가 높고 휠베이스가 짧은 데다 트랙션 컨트롤과 타이어가 오프로드까지 고려한 세팅이기 때문이다. 과격하게 다루면 휘청대기 일쑤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운전대 잡으면 자연스레 힘을 빼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달릴 때 더 즐겁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기 때문이다. ★★★
+FOR 둘만의 인생을 즐기기로 합의한 딩크족 또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부부.
+AGAINST 남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평범한 일상의 반복을 즐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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