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IANSALAD
하와이안샐러드
1950~60년대 미국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옛날에 발간된 미국의 코믹북 보는 걸 좋아하고, 실제로 작품들을 모으기도 한다. 또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졸린 눈 비비면서 봤던 디즈니 만화에 대한 향수가 있다. 특히 <스누피>나 <캐스퍼>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인다.
작품을 제작할 때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부분이 있다. 포스터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프린팅이 아니라 실크스크린을 활용한다.
우선 실크스크린 방식이 더 색이 예쁘게 나온다. 프린트를 하면 쨍한 색감을 내기 힘들다. 직접 조색을 할 수 있어 원하는 색을 자유롭게 내기에 더 좋은 방식이다. 무엇보다 실제로 봤을 때 질감의 차이가 크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아서 이 방식을 고수한다.
지금은 쉽게 보기 힘든 불투명한 밀크 글라스도 만들었다.
평소에 빈티지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밀크 글라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도한 결과다. 우리가 좋아서 만든 제품이라 가장 애착이 가지만, 만드는 과정마다 난관이 많아 굉장히 힘들었다. 옛날 물건을 구현해내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더라.
하와이안샐러드가 만들어내는 그림, 그리고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즐겁고, 가볍고, 경쾌하고, 역동적인 것. 옛날 미국 만화의 과장되고 즐겁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우리 방식으로 그려내는 게 목표다.
그래서인지 색도 과감하게 쓰는 편이다. 유독 자주 손이 가는 색이 있나?
작업을 할 때마다 달라진다. 예전에는 분홍색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 꽂힌 건 주황색이다.
최근 뉴트로가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나 협업을 제안하는 쪽에서 ‘뉴트로’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더라.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이런 작업을 해온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최근에 우리를 접하는 사람들이 트렌드에 편승했다고 오해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이를테면 이런 마음인 거다.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을 혼자 좋아하다 갑자기 유명해지면 괜히 속상하고 서운한 것 같은. 그렇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면은 좀 더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마음껏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협업을 제안하는 곳도 늘어났다.
그동안 진행했던 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니 뮤직에서 크리스마스 캠페인으로 음반을 사면 기념으로 주는 엽서에 우리 그림을 넣은 적이 있다. 처음 제안할 때부터 우리가 스타일대로 그려달라고 했고, 한 번의 수정도 없이 진행됐다. 우리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협업을 한 경우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동안 패브릭을 작은 사이즈로만 만들었는데 좀 더 크게 제작해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다.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러그나 담요 등 사이즈가 큰 작업을 구상 중이다.
FILAMENT&CO PROJECT RENT
최원석 대표
‘평양 커피’ 프로젝트가 유명하다.
‘평양 커피’는 통일부 자문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취지는 북한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통일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내는 것.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인 ‘커피’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양 커피’의 프로젝트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가장 먼저 북한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알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실제 평양 사람들은 드립 커피를 마신다. 한화로 따지면 한 잔에 1만3천원 정도 되는 고급 커피다. 평양이라는 도시는 그만큼 생활 수준이 높은 도시인 거다. 상위 1%만 사는 곳이니까.‘평해튼(Pyonghattan)’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많은 예 중 하나다. 이런 이야기와 자료들을 신문 형식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통일부 행사의 일부분으로 3일 동안.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 ‘평양슈퍼마케트’를 전개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고 2년 정도 지나니까, 이 콘텐츠가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발표한 다음 버전이 ‘평양슈퍼마케트’다. 전제는 만약 통일된다면, 북한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은 ‘마켓’에서부터 출발할 거라는 상상. 나아가 북한의 마켓이 한국에 차려진다면 ‘이런 느낌일 거다, 이런 걸 팔 거다’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
디자인이 뉴트로하다. 아니, 기획이 뉴트로한 건가?
이게 누군가에게는 뉴트로일 수도, 레트로일 수도 있다.
뉴트로와 레트로의 차이는?
경험. 경험해본 사람이 그것을 다시 만나면 레트로고, 반대로 경험해본 적 없다면 뉴트로다. ‘평양슈퍼마케트’를 예로 들면, 평양의 공산품을 경험해본 적 없는 한국 사람에게는 뉴트로, 새터민, 탈북자에게는 레트로이지 않겠나.
디자인이 정말 재밌다.
크게 두 가지에 포인트를 뒀다. 하나는 북한 하면 떠오르는 레드 컬러를 쓰지 않고, 핑크를 메인 컬러로 사용한 거다.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으니까. 두 번째는 언어. ‘우유 캔디’를 ‘젖사탕’으로 표기한다든지, 전구라는 뜻의 북한말, ‘불알’을 이용해 ‘불알사탕’으로 표기한다든지 해서 ‘북한’다운 제품을 다시 디자인하는 식이다. 포스터에도 B급 문구를 적용했다. 노동 그림을 배경으로 ‘오늘도 삽질 중’ 뭐, 이런 것들.
‘평양슈퍼마케트’ 프로젝트를 뉴트로로 해석할 수 있을까?
평양을 떠나 과거의 ‘슈퍼마켓’을 경험해보지 못한 요즘 젊은 층에게는 ‘평양슈퍼마케트’의 모든 구성이 신기하고 새로울 거다. 결국 뉴트로라는 건, 과거의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가 유추하면서 얻는 과정, 재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뉴트로다.
왜 뉴트로에 열광할까?
한국은 50년에서 많게는 1백 년 가까이 문화가 단절된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문화보다는 생존이 우선되던 시기다. 문화의 개념조차 없었고. 그러다 보니까 문화적으로 ‘우리’다움이 뭔지 기억할 수 있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짧다. 미국이나 일본 문화가 개입되었을지언정, 그래서 ‘우리’다움에 가장 가까운 자료는 1970~80년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뉴트로’는 ‘우리’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작점에서 발생한 문화적인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트렌드는 새로움에서 출발하지 않나. 젊은 세대가 미국, 유럽, 일본스러운 건 알겠는데, 도통 ‘우리’다운 건 모르겠거든. 알고 싶은 거다. 궁금하고.
어떤 세대는 다시 만나 반가워하고, 어떤 세대는 새로워서 신기해하고.
그렇다. 우리 같은 기획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 중 하나가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아’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뉴트로’를 만나고부터다.
MUSICIAN
박문치
발매일을 보면 지금의 음악이 맞는데, 들어보면 1980~90년대 음악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좋아하는 올드 팝을 따라 들으면서 옛날 음악에 빠졌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 다른 음악을 하고 싶고, 그게 재미있었으면 했다. 자연스럽게 ‘레트로’라는 콘셉트로 이어졌다.
몇 년생인가?
1996년생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영향을 받은 음악들은 대부분 내가 태어날 때 발표된 곡들이다.
향유한 적 없는 세대의 음악에 어떤 매력을 느낀 건가?
어렴풋이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 있긴 한데, 거의 찾아서 들었다. 그때의 음악들이 나한테는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뮤직비디오도 재미있었다. 순수한 느낌? 혹은 날것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최근에 낸 곡 ‘널 좋아하고 있어’는 파파야의 음악에 꽂혀 듣다 만든 거고, ‘울희애기’의 랩 파트는 샤크라의 랩을 오마주한 거다.
음악 작업에 빠트리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댄스 브레이크. 뜬금없는 간주. 지금까지 낸 곡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지나간 시대의 것을 지금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한마디로 뉴트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맞다. 뉴트로가 뭐냐고 하면 내 음악이라 답할 거다.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것과 결합하는 것이 뉴트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내 목적이기도 하다.
음악 구성 요소를 ‘레트로’와 ‘뉴’로 구분한다면?
레트로 요소는 드럼과 분위기. 드럼 소리에 따라서 음악적 세대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뉴’는 대놓고 요즘이라고 표현하는 것들. 음반 커버나 뮤직비디오에 일부러 지금이 몇 년도인지 항상 표시해둔다. 그리고 노래 ‘널 좋아하고 있어’에 ‘네게 카톡카톡 하고 싶어’라는 가사가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하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요즘 거다. ‘뭐지. 미래의 예언자인가’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어느 시대인지 헷갈려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아주 즐기고 있다. 그것 말고도 즐길 요소가 많다. 박문치가 가수인지 작곡가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룹인지 솔로인지 헷갈려하는 게 재미있다.
1980~90년대 문화를 향유했던 세대와 지금 세대의 반응이 다를 것 같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들었던 분들은 ‘H.O.T.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 같다’거나 ‘네가 어떻게 알고 만드는 거냐’라는 반응이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은 신기해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나 음반 커버도 뉴트로다.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과 동묘나 빈티지 숍에 가서 옷이랑 소품을 사서 우리끼리 사진 촬영을 한 거다. 음반 커버는 R.ef나 젝스키스 혹은 그때의 광고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 당시 비주얼을 보면 뭔가 과감하고, 멋있는데, 웃기고 진지하다. 그게 딱 내가 원하는 이미지다.
혹시 그 시대 뮤지션 중에 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가장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유희열이다. 그리고 뉴트로를 콘셉트로 한다면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션은 김현철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나?
사실 내가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건, 비슷비슷한 요즘 음악들에 지루함을 느껴서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트렌드가 된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것과 지나간 것의 결합을 신선하게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이 뉴트로에 빠진 듯하다. 트렌드라고 해서 따라가는 건 아니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좋다.
DUFFEL CENTRE
안태옥 대표
듀펠센터를 기획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대중에게 보여주기 좋은 브랜드만 모았다. 만드는 제품이 좋고, 보여주는 콘텐츠가 괜찮다면 사람들은 뜬금없는 이곳 장안동까지 기꺼이 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목욕탕이 쇼핑센터가 됐다.
35년 동안 목욕탕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이곳 주민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바깥의 굴뚝과 건물 안쪽의 타일 일부는 다행히 그대로 남게 됐다. 흔히 말하는 이태리타월, 목욕탕 열쇠 등을 기념품으로 만든 이유도 이 공간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뉴트로’의 관심이 듀펠센터까지 전해졌다.
듀펠센터가 갖고 있는 재밌는 이야기 덕분이지 않을까. 아마도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편집 공간’이라는 이야기기가 궁금했을 것 같다.
기획 의도였나?
뉴트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공간은 아니다. 시기가 잘 맞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레트로를 좋아한다. 나는 과거의 요소를 더해 옷을 디자인하고, 오래된 멋진 것들을 수집도 한다. 듀펠센터에 사용한 조명, 문고리 등 적용한 인테리어 요소 몇몇은 내가 직접 수집한 것들이다. 1960년대 제작된 문고리, 터널에 사용한 조명, 미국 공장에서 실제 사용했던 커다란 램프 등이 그렇다. 레트로 소품들을 요즘 공간에 넣었더니 ‘뉴트로’가 됐다.
디자인한 옷에서 ‘뉴트로’를 찾아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
너무 많은데. 하하. 기본적으로 군복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 이를테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복 디자인이나 소재를 재현한다든지, 요즘 스타일로 각색하는 작업 등이다. 디자이너로서 오리지널이 간직한 매력을 빌려오고 싶은 욕심은 늘 있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런 스타일의 작업과 디자인, 그러니까 재해석은 사실 이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시도들이다. ‘뉴트로’라는 전혀 새로운 장르의 작업은 아니라는 거다.
새로 준비하는 기획도 ‘뉴트로’를 향해 있다.
올해가 오뚜기 창사 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오뚜기와 함께 과거의 패키지를 그대로 재현해 전시하고, 판매하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레트로, 젊은 세대에게는 뉴트로 콘셉트로 보이지 않을까.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나?
문화적으로 바라보면,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가치적 판단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빈티지가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렵지 않나. 그런데 뉴트로를 통해 옛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관심을 갖는다는 건, 곧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다. 희망적이지 않나.
안태옥 대표가 생각하는 뉴트로는 어떤 모습인가?
‘뉴트로’ 트렌드가 어쩌면 휴머니티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대중적이었고, 트렌디했구나’ 하는 관심은 다시 말하면, 그 당시의 세대를 이해하려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레트로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는 문화를 다룬다. 지금 ‘뉴트로’라고 불리는 다양한 형태 안쪽에는 그런 휴머니티가 자리해 있을 거다. 왜, 대부분의 ‘뉴트로’가 감정을 자극하지 않나. 추억 같은.
앞으로 듀펠센터는 어떻게 운영될까?
듀펠센터에 구성한 브랜드들이 사실 대중적이진 않다. 우리도 궁금했거든. 어떤 부분이 대중적이어서 주목을 받을까. 함께하는 브랜드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확실한 색을 갖고,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글쎄. ‘핫 플레이스’보다는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