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렛에 대한 타이틀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나?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제2의 후지와라 히로시, 일본의 베트멍, 도쿄의 뎀나 바잘리아 등등. 이런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더블렛의 이미지가 어떠한지 생각해본 적 없지만, ‘도쿄의 뎀나 바잘리아’는 정말 좋은 타이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더블렛은 더블렛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물론, 나로선 너무나 영광이다.
얼마 전 2018 LVMH 프라이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타이틀이 더블렛이나 당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상 후 하루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k나 늘었다는 것. 또 리테일러들에게 굉장히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
이번 2019 S/S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LVMH 프라이즈의 준결승까지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결승에선 좀 더 일본적인 색채와 테크놀로지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하고 싶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3D가 아니라, 이 기술을 통한 ‘경험’을 강조하고 싶었다. 컵누들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몇 분 후 티셔츠가 나타나고, 옷걸이를 물에 불리면 셔츠가 되는 유머러스한 순간과 같은 것.
10 꼬르소 꼬모 11주년 기념 헙업 제품은 어떤 것인가?
부직포 재질의 에코 백인데, 이모지 모양의 패치들을 원하는 대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10 꼬르소 꼬모의 남성 바이어 남호성은 만날 때마다 내게 기념품을 주곤 했다. 그게 에코 백이었다. 언젠가 이런 걸 함께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재미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10 꼬르소 꼬모의 스마일 로고가 이모지랑 닮았더라고. 이모지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두 가지를 조합한 것.
엉뚱한 아이디어가 참 많다. 대체로 지금 우리의 분위기처럼 웃고 떠들다가 나올 것 같은데?
정확하다. 웃음과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더불어 내 경험을 컬렉션에 녹여내려고 노력한다. 2019 F/W 시즌 테마는 ‘More Surprise’다. 깜짝 파티 같은 서프라이즈일 수도 있고, 그 외 여러 서프라이즈 순간을 담는 것. 예를 들면 LVMH 프라이즈를 수상했을 때의 놀라운 감정도 이번 컬렉션에 녹여낼 예정. 내가 느꼈던 환희와 놀랄 만큼 행복했던 감정을 더블렛 고객에게 돌려줄 차례다.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하자면, 모든 일상에서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런 유별난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브랜드 본질이 가려져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디자인이나 패키지가 더블렛의 본질을 가리진 않을 거다. 보너스로 보면 된다. 품질 높은 제품을 유머러스한 패키지로 경험할 수 있는 거지. 컵누들 티셔츠나 행어 셔츠 등은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살 순 없지만(매장에 샘플 의상이 비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품질에 힘을 싣는다. 모든 면에서 내가 100% 만족하지 않으면 제품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1백 년이 지나도 가치 있는, 품질 좋은 빈티지가 될 수 있는 옷을 만든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전달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런 표현 방식이 더블렛의 정체성일까?
더블렛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한다. 더블렛의 슬로건은 ‘이상하지만 편안한, 신기하지만 편안한 것’이다.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사실 이 세상에 데님 팬츠나, 재킷 등은 이미 존재하고,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디자인 자체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좋은 옷, 좋은 브랜드를 위해선 무엇보다 모든 구성 요소들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디자인에 치우쳐 기능을 못하고, 유머를 잃을 수도 있다. 기능적인 것, 좋은 품질, 감수성 모두 균형을 이루는 것이 더블렛의 정체성.
층층이 겹치는 자수가 더블렛의 상징이 되었다.
예전에 리버서블 빈티지 항공 재킷을 봤는데, 겉에는 호랑이, 안에는 독수리 자수가 있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안 보이니까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겹쳐버렸지. 그래픽은 때마다 바뀌겠지만, 앞으로도 이 방식은 고수할 거다. 자수와 더불어 프린지 재킷도 더블렛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남호성이 어느 리테일 숍에서 이 재킷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10 꼬르소 꼬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아날로그적 성향이 짙다. 표현 방식이나, 사용하는 소재들도. 개인적 취향인가?
알아봐주다니 고맙다. 디자인을 할 때도 어린 시절 기억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 당연한 일들이 어렸을 땐 매우 혁신적이었고, 지금 세대들은 전혀 새롭게 느낄 수 있고. 이런 것들을 계속 발견하려고 한다. 내가 경험한 게 아니면 진정한 디자인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겜보이 같은 것. 요즘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내게는 익숙한 것들을 계속 찾아내려고 한다.
사소한 질문인데, 플라스틱 커버 셔츠 같은 건 어떻게 세탁해야 하나?
그냥 세탁기에 넣으면 된다. 그물망에 넣어서. 아주 쉽지.
더블렛이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나?
일단 규모를 좀 더 키우고 싶다. 한 번 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 50년 이상!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 앞서 말했듯 내가 100% 만족하지 않는 상품은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조금만 미흡해도 소비자는 바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상품의 품질, 디자인, 기능 등등을 관리하는 것.
이번 <아레나> 메인 테마는 ‘서울’이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서울 사람들은 옷을 참 잘 입는다. 깔끔하고 세련된 스타일.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겉절이! 너무 신선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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