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준
작가 박동준은 서울 중에서도 을지로의 모습에 주목했다. 청계천 공업사들과 공구상가, 전자제품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장비와 부품들. 작가는 사람들이 을지로를 지나치면서 보거나 기억하는 정물들을 가상현실에 담아냈다. <스틸 라이프: 을지디멘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그의 전시에서 우리는 각자 기억하는 을지로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거나 기억 속에 없던 을지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을지로의 공간과 장소, 지역을 가상현실 속에서 다시 탐험하면서 을지로에 관한 각자의 기억을 재현하거나 재편성하면서 탄생하는 공동의 가치에 관해 말하려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각자가 자신만의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내 기억들이 공공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품에 VR 기기를 활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억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기억을 보여주는 방식과 유사한 매체를 선택하게 됐다.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행위가 VR 기기를 이용해 현실의 눈을 감고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작품에서 다룬 을지로는 어떤 동네라고 생각하나?
다양한 세대의 기억이 공유되는 장소. 이전 세대에게는 서울의 화려했던 모습과 공구나 온갖 잡화상들이 가득한 장소, 젊은 세대에게는 힙하고 새로움을 찾기 위해 오는 장소가 을지로다. 이러한 다양한 인식이 을지로 안에서 공유되는 새로운 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나?
넘치는 에너지로 발전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도시. 그렇지만 그 에너지를 살아나가는 것이 아닌 진화하기 위해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의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나?
사는 곳은 월곡동이다. 과거 달동네에서 아파트로 재개발된 지역으로, 이곳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실은 을지로에서 3년 정도 머물다 최근 충무로 예장동으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서울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사는 삶은 어떤가?
서울은 어떠한 일과 생각들에 있어 먼저 시도하는 역할과 그러한 시도에 공감하고 함께 참여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울 안에서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작가로서 좀 더 외롭지 않게 작업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 서울에서 꼭 바꾸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다양한 관심사들이 유입되고, 빠르게 반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서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금의 서울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그게 서울의 성격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전염되듯 유행하는 건 고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 토박이로서 서울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많은 기회들을 얻고 경험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게 된다.
서울 안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이미지와 기억 그리고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실재의 기억과 가상의 기억에 관한 작업을 한다. 이들의 이미지 소스들을 서울에서 찾아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창고
서울창고는 소셜 벤처 임팩트스테이션의 도시컨텐츠팀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이들은 서울을 하나의 이야기 창고로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세월과 사람들의 삶, 공간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최근 홍제동을 기록한 전시 <다시 걷는 홍제展>을 열었다. 홍제동에는 한국 아파트의 원형인 상가 아파트들(유진맨숀, 원일아파트, 안산맨숀, 인왕아파트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말은 곧 50년 전,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리 잡은 도시의 삶에 대한 연구와 고민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서울창고는 서울 곳곳이 무심하게 변형되는 모습을 보면서 홍제동을 통해 초기 도시 원형과 그때의 고민들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서울창고는 지속적으로 오래된 서울의 모습을 기록하고, 서울창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창고의 콘셉트는 서울 이야기를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 보관하고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도록 기록하자는 것이다. 서울을 기록하는 이유는 갈수록 빠르게 과거의 모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어린 시절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상황과 같다.
작업을 하다 보면, 과거의 서울과 지금의 서울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그 안에서 발견한 서울의 변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홍제동의 오래된 상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의 상가 아파트들은 1960~70년대에 지어진, 초기 아파트에 해당되는 건축물들이다. 저층은 상가로, 고층은 주거 공간으로, 당시 가장 도시적인 삶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지금은 낡고 허름한 외관으로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아파트들이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 식물이 자라는 널따란 중정과 옥상, 하늘이 뻥 뚫려 빛이 잘 들어오는 구조,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복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서울은 개성 없는 건물들로만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서울의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나?
안서영 대학생 때는 회기동에서 기록 작업을 했다. 대학가 앞의 빠르게 변하는 상권과 소비하는 객체로만 여겨지는 대학가 청년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지역을 해석하고, 연구해보자는 취지로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졸업하면서 직장 근처인 연희동으로 이사를 했다. 지금은 이쪽을 열심히 탐방 중이다.
유희지 성북구 정릉동에서 태어나 23년 동안 살고 있다.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면서 정체성을 찾았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했고, 어떻게 놀았는지를 기록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이사해서 지금은 노원구 월계동에 거주 중이다.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살아온 곳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생기는 부분도 많다. 그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 동력이 사라지면 서울을 떠날 것 같다.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것과 앞으로 기록하고 싶은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서소문 아파트에 다녀와서 탐방 영상을 찍었다. 좁은 골목길과 기찻길이 있어 운치 있고 멋있는 동네였다. 앞으로 서울창고는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서울의 동네를 찾아다닐 예정이다. 동네의 청년 문화 생산자들이 서울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 그리고 그 배경을 찾아가 보고 싶다. 오래된 건물, 사람, 풍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곳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영상은 서울창고의 유튜브 계정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엄아롱
작가 엄아롱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재개발 현장을 목도했다. 재개발로 인해 주거지를 자주 옮기게 되면서 도시의 변화가 자신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도 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2019 서울포커스> 전시에 참여 중인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면서 느꼈던 감정과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느꼈던 감정에서 중복되는 지점을 찾아냈고, 이를 설치 미술로 풀어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험난한 히밀라야 산행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짐 싸기의 기술을 연마하듯, 생존을 위해 떠돌아다니는 젊은 도시 예술가의 삶을 드러냈다. 작품 이름은 ‘히말라야’다.
작품에는 서울의 물건과 히말라야의 영상이 함께 뒤섞여 있다. 작품 속 오브제들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선 뿌리 없는 인조 식물은 재개발 때문에 이동을 해야만 했던 상황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작품 중간마다 배치된 모니터 속에는 2018년 히말라야 등반 영상, 노원구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수집하는 영상, 작품을 운송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담았다. 재료를 수집, 보관하는 것, 작업 활동을 해나가는 것 모두 공간이 필요하고, 이러한 공간들의 부재에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번 작업 역시 공간의 부족, 여러 가지 포화한 감정과 사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추가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버리고, 항상 새로운 것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문화,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되거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러한 고민은 오래된 사물을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행동을 통해 작품에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엄청난 포화의 연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적정선에서 소비하면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것들로 인해 환경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변하는 서울의 모습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같이 던져봤으면 한다.
실제로 서울의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나?
현재는 문래동에서 작업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곳은 옥수역 고가다.
서울에서 서울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사는 삶은 어떤가?
우선 서울은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애정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고 이 도시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은 작업하기에 용이한 부분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메가 시티라고 할 정도로 큰 도시다 보니 작업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서울은 창조적인 일을 벌이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다.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35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이 도시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게 내가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살고 싶은 이유다.
앞으로 서울 안에서 해보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
서울에는 많은 자투리땅이 있다. 이러한 자투리땅을 예술적인 공공 프로젝트로 풀어보려고 준비 중이다.
바라는 서울의 모습이 있나?
지금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조금 더 공기가 맑고 환경이 깨끗한 도시이길 바란다.
김시훈
서울이라는 현실 공간에 대한 SF적 상상력을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전시 <네오서울: 타임아웃>의 작가로 참여했다. 작가 김시훈은 서울을 컴퓨터 디렉토리의 ‘Temp’ 폴더로 은유했다. temp 폴더는 시스템이 정보를 소비하고 남은 부산물이 임시 저장되는 공간이다. 이 폴더 안의 임시 저장물은 자동적으로 삭제되는 동시에 계속해서 외부의 것 중 일부를 새롭게 임시로 받아들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기술 등 거의 모든 것이 외재로부터 임시로 형성되는 서울의 모습을 표현했다. 외재가 쌓여 내재되는 temp 폴더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꺼내 보인 것이다.
서울에 대한 SF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네오서울: 타임아웃>은 2018년에도 이미 한 차례 했던 프로젝트성 전시다. 2018년이 1편이었다면 지금은 2편이라고 보면 된다.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동기는 어느 날 문득 내가 한국에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얼마나 한국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둔 채 보고 있느냐는 물음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서울의 이야기라기보다 한국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서울을 한국의 축소판으로 바라본 건가?
‘한국의 모든 이정표는 서울로 향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과도할 정도로 한국은 정치적, 경제적, 구조적으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서울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국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나를 포함한 작가 5명이 한국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을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SF적 상상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미래를 예측해본다면, 어떤 예측이 가능할까?
이미 수많은 예측들이 나와 있어서 새롭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내가 볼 땐 부족 사회 같은 모습이 더 강해질 것 같다. 여기서 부족 사회란 자신과 같은 계통의 부류, 취향이나 정치 이데올로기가 같은 집단끼리만 관계를 맺고 자신의 집단 외에는 좀 더 배타적 성향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사회성이기도 하지만 유튜브나 sns 등과 같은 미디어가 이를 더욱 증폭시킬 것 같다.
진짜 서울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꿔 말하면 ‘진짜 한국의 모습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한국을 현상으로 본다. 현상은 멈춰 있지 않으며 절대 하나의 관점으로 수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찾았다고 한들 진짜라고 생각한 순간 진실은 다시 멀어진다. 차이와 반복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서울의 어디에서 활동을 하고 있나?
수유동에 작업실이 있다. 수유동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아동 위 쌍문동 아래라고 설명한다. 주로 수유동과 종로 쪽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서울에서 서울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사는 삶은 어떤가?
나는 이제 물리적, 지정학적으로 어디에 사느냐가 작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적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고, 인터넷은 물리적 공간의 거리와 상관없이 세상을 납작하고 평평하게 해준다.
서울에서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예전에 버렸다. 서울은 계속 덮어쓰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으면 슬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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