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은 ‘지속 가능성의 수도’라고 불린다. 스웨덴의 가정용 쓰레기 재활용률은 99%인데 그중 50%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심지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해외에서 쓰레기를 수입하기도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과 재활용은 전 세계적 핫 이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에 재활용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힘이 있을까? 환경을 위해 ‘옷을 재활용해야겠다’ 혹은 ‘구제 상품을 이용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나는 온전히 환경을 위해서 재활용 옷을 사고 싶을 만큼 재활용이 그리고 구제 상품이 매력적이진 않았다.
스웨덴 의류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2013년 스웨덴의 대표 기업 H&M은 의류 수거 사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관심 없는 옷들을 H&M에 기부하고 쇼핑 바우처를 받았다. 현재 약 4만 톤에 달하는 옷들을 기부했고 이 원료들은 1억8천만 개의 페트병과 함께 새로운 폴리에스터로 재활용되었으며 1억9천 벌의 새로운 옷들로 재생산되었다. 고객은 바우처를, 기업은 마케팅을, 환경은 보호되는 모두가 ‘윈윈’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된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재활용이 어떻게 ‘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스웨덴에서 구제 시장이 번영하는 이유는 첫째 물량이 많고, 둘째 관리가 잘되고, 마지막으로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재활용 상품을 올드 패션으로만 볼 순 없다. 빈티지 시장 역시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다. 요즘에는 빈티지 시장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시장 동향을 트래킹하고 이를 바탕으로 트렌드 품질 관리를 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아이템들은 그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업사이클링’될 수 있다. 스웨덴과 영국에서 유명한 빈티지 브랜드 ‘비욘드 레트로(Beyond Retro)에서는 헌 옷 1천 개에서 1개의 아이템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옷들은 유행을 반영해 새로운 옷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빈티지 시장에 관심을 가지며 그만큼 빈티지 숍들이 번영하고 있다. 체인으로 운영되는 거대 중고 상품 가게들부터 감각 있는 편집숍까지 다양한 빈티지 숍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남성 패션 전문 빈티지 숍인 ‘헤르 유디트(Herr Judit)’는 스웨덴에서 가장 핫한 편집숍이다. 1950년대 음악을 틀어놓은 이곳은 20대부터 중후한 중년과 할아버지까지 모든 세대가 흥미로워할 만한 장소다. 넥타이, 셔츠, 아우터부터 신발, 가방, 시계까지 다양한 종류와 고퀄리티의 빈티지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이 숍은 미국, 이탈리아, 영국에서도 제품을 수입해 많은 시간 들이지 않고도 괜찮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로센룬스가탄(Rosenlundsgatan)’에 위치한 ‘우퍼트 베가르나(Uppa°t Va¨ggarna)는 잡화 위주의 빈티지 숍이다. 작은 스웨덴 문화 박물관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북유럽 생활용품을 많이 구비하고 있다. 오래된 촛대와, 치즈 슬라이서, 달걀 컵 등에서는 오래된 스웨덴 문화와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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