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예비역이 된 걸 축하합니다. 전역, 엄청 기다렸을 텐데 막상 해보니 어때요?
음…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부족해요. 예전에는 촬영할 때가 아니면 바쁘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연기 외에는 크게 몰두한 것이 많지 않았어요. 군 생활하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기는 물론 자기 계발에도 신경 써야겠고,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겠더라고요. 하루하루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군대 가기 전’과 ‘군대를 다녀온 후’ 그러니까 미필일 때와 군필일 때의 주원은 많이 다른가요?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했다는 느낌? 사회에서는 할 수 없던 많은 경험을 했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예초병도 해보고 이발병, 상담병도 해봤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그동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역한 배우에게 필수 멘트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더 남자다워졌어요.
이전의 저는 주변 분위기에 많이 맞추는 편이었다면, 이제는 제 주장을 소신 있게 말할 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주변 눈치를 보면서 의지와 다르게 양보하고 남의 의견에 따를 때마다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던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와서는 주관이 뚜렷해지면서 그런 소심함이 조금 없어졌어요.
전역하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어요?
여행이요. 전역하면 여행을 엄청 다닐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대하고는 제대로 된 여행은 아직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촬영을 참 많이 기대했습니다. 촬영 마치면 잠깐 동안은 아무 생각 안 하고 푹 쉬어보려고요.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진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연기에 대한 갈망을 참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훈련이나 군 생활 자체는 힘들지 않았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다 하는데 이것도 참지 못하면 되겠느냐는 생각이었죠. 빨리 배우 주원을 보여주고 싶다는 조바심과 어떻게 해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어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당연한 시간이지만 대중에게 나를 보여줄 수 없다는 그 시간을 참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동안 잊힐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있었나요?
그렇죠. 그런 생각은 꼭 군대가 아니더라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저도 인기가 떨어지고 대중에게서 점차 멀어지겠구나… 그런 감정에 대해서 군 생활을 하며 조금 빨리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정신적인 면에서 훈련이 되었던 것 같아요. 조급한 마음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럼 군대가 배우로서도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된 거네요.
사소한 경험이라도 큰 깨달음을 얻거나 결심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 지난 시간 느낀 감정들은 제가 연기를 하는 데 밑바탕이 되죠. 제게는 군대에서의 경험이 많은 걸 줬어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안에서 겪은 다양한 감정과 인간관계 등에서 얻은 게 참 많았죠.
예를 하나 들자면 어떤?
책임감 같은 감정? 예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게 달라졌음을 느껴요. 어딜 가나 막내인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촬영장에 가면 후배 배우나 저보다 어린 스태프들도 많아요. 점점 책임감이 커져가요. 제가 선배들을 보며 느낀 것들을 후배들도 저를 보면서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주원을 정의할 수 있는 것 두 가지만 이야기한다면요?
첫 번째는 ‘성실함’. 데뷔할 때부터 같이 작업한 분들께서 “주원이 넌 성실함이 무기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보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의외성’?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인데, 연기할 때는 평소랑 다르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아요. 연기하는 순간 확 돌변하는 의외성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자, 앞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이 대부분 독특하거나 강한 역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평범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마치 일본 영화에 나오는 일상의 따뜻한 면모가 있는 동네 형 같은 캐릭터 있잖아요? 오히려 평범한 캐릭터가 더 끌립니다.
전에 해보지 않은 역할에 끌려요?
요즘은 대중이 작품을 접하는 플랫폼이 텔레비전뿐만이 아니잖아요? 시청률을 따지는 시대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도 더 많은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회만 되면 독립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아이디어가 참신한 작품이 있다면 흥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 군대에 있을 때만 해도 ‘넷플릭스라는 게 요새 유행이래’였는데, 이제 넷플릭스는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잖아요.
말에서 확실히 예비역 느낌이 나네요.
그런가요?(웃음)
앞으로 계획 좀 알려주세요.
조금은, 거침없이 나아가고 싶어요. 이전까지 저의 이미지는 모범생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서도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요. 신비주의 콘셉트는 이제 먹히지 않는 것 같아요. 전 사실 신비주의 콘셉트를 갖기엔 이미 늦었죠.(웃음)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하고 싶어요.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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