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고 힘이 나는 사람이 있다. 배우 김재경이 그렇다. 언제나 밝고 유쾌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한 그녀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힘이 있다. 아이돌 그룹 레인보우의 리더에서 배우로 변화를 꾀하며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모두에게 밝은 미소를 보이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촬영하는 와중에 짬을 내어 만났지만 그녀는 피곤한 기색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굳이 힘든 건 없는지, 우울할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좋아하고 재미있고 즐거운 얘기만 나눴다.
늘 밝은 모습이라 차갑고 정적인 분위기에 놓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이런 화보도 꽤 잘 어울리네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라 저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어요. 어쨌든 새로운 시도라 재미있었어요. 작품을 준비할 때는 물론 새로운 무언가에 임한다는 건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에요. 매번 변화를 시도하는 게 제 직업의 임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가수에서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나요?
네. 사실 저는 삶의 집중도가 저 자신에게 굉장히 많이 쏠려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연기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저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시선이 넓어지고 경험이 쌓이는 게 즐거웠어요. 연기를 배우고 하면서 저에 대해서도 더 많이 탐구하고,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는 방식도 알게 되었어요.
자신에 대해 탐구하며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요?
오히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결정짓는 게 더 어려워졌어요. 제 생각이 끊임없이 변화하더라고요. 작년 연말의 저와 1월의 저, 그리고 지금의 저는 조금씩 변화했어요. 다음 달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그런데 그게 좋아요. 이렇게 계속 변화해야 새로운 캐릭터도 잘 받아들일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와 소통도 수월해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어요.
그럼 어제의 김재경과 지금의 김재경을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단적으로 어제는 드라마 촬영을 하느라 베로니카라는 캐릭터로 살았고, 오늘은 다시 김재경으로 돌아왔다는 것. 아무래도 드라마 촬영을 하는 날과 쉬는 날에는 마음 자체가 달라요. 예를 들어 촬영을 할 때 저는 웬만하면 식사를 안 하는 편이에요. 제 안의 에너지를 연기가 아닌 먹는 데, 그리고 소화시키는 데 사용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온전히 연기하는 캐릭터에만 에너지를 쏟으려고 해요.
“아무리 많이 흔들려도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 살아갈 때도, 연기하는 데도 중요해요.”
노력의 결과일까요? 배우가 되어 맡은 역할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 김재경만의 단단함이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살면서 늘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많이 흔들려도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 살아갈 때도, 연기하는 데도 중요해요. 그런 마음으로 임하니까 아무래도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견지하고 있는 철칙이 있나요?
겁먹지 않는 것이요. 사실 레인보우 활동을 할 때도 몇 번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저를 생각해보면 겁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어색하게 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회사와 계약하고 1년 반 동안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겁먹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속으로 ‘뭘 겁을 먹어. 일단 하고 나서 혼나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편해지니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오디션에 합격한 것도 그즈음부터였어요.
오디션을 그렇게 많이 봤어요?
많이 봤죠. 사람들이 ‘김재경 요즘 뭐하고 살아’라고 하는 시기는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는 시간이었다고 봐도 돼요.
그 시간 이후 배우로서 발판이 되어준 작품이 <라이프 온 마스>죠.
맞아요. 사실 매번 낙방할 때는 저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라이프 온 마스>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해준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리딩 후에 감독님이 어떤 배우처럼 되고 싶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문희 선생님과 메릴 스트립을 얘기했거든요. 그분들의 연기와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저의 가치관에 대해 얘기했더니, 감독님께서 “너 잘되겠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라이프 온 마스>는 배우로서 제가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연기하도록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다음 작품인 <배드파파>로 상을 받았어요. 작년 연말에 상을 받으면서 했던 소감이 인상 깊었는데요. 마지막에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단단한 나무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어요.
사실 그것이 저의 목표예요.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웃음을 터트릴 수도, 누군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으면 해요. 그렇게 저를 통해 사람들이 감정을 해소하길 바라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그랬거든요. 대본을 읽고 촬영하면서 묵었던 감정이 해소되는 거예요. 사실 평소에는 웃겨도 너무 크게 웃지 않고, 슬픈 일에도 동요하지 않으면서 감정의 폭을 균일하게 유지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크게 화내고 울고, 웃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연기자 김재경에게 인간 김재경이 기대 쉬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도 제 연기를 보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건강한 감정만 느끼며 살면 좋겠어요.
지금 연기하는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베로니카를 통해서는 어떤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맘껏 웃을 수 있을 거예요. 일주일 중에 가장 피곤한 월요일과 화요일에 방영될 예정인데요, 사람들이 피곤함을 해소하고 크게 웃으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털어냈으면 해요.
잘될 것 같나요?
네. 근거는 없지만 왠지 잘될 것 같아요. 느껴지는 에너지가 아주 좋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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